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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박주가리



날씨/환경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박주가리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박주가리'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박주가리 (촬영: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8월도 중순을 넘기고 있습니다. 때가 때인 만큼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분들이 많겠습니다. 휴가 때는 보통 먼 여행을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장거리 여행을 하려면 육지로나 나가야 되는데 챙겨야 될 것도 많고 교통편도 만만치 않아 다음으로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식물들의 먼 여행은 어렵다 할지라도 포기하는 일이 없습니다. 자신의 후손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도깨비바늘이나 짚신나물은 씨앗을 동물의 몸에 붙여 먼 여행을 하기도 하고 박주가리 씨앗은 바람의 도움으로 먼 곳으로 떠나기도 합니다. 가을날 바람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날아가는 박주가리 씨앗은 언제 봐도 일품입니다.
     
    박주가리는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박주가리과의 여러해살이 덩굴성 풀꽃입니다. 예전에는 잡초로 취급될 만큼 너무나 흔한 풀이었지만 요즘은 농약사용 때문인지 민가 주변에서는 쉽게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줄기는 다 자라면 3m까지 되고 잎은 심장 모양으로 둥근 편입니다. 꽃은 연한 보라색으로 빠르면 7월에 피기 시작하여 8월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잎겨드랑이마다 꽃대가 올라와  여러 송이의 꽃이 뭉쳐 달리는데 꽃 하나하나의 모습은 별을 닮기도 했고 바다에 사는 불가사리를 닮기고 했습니다. 더운 여름인데도 꽃은 부드러운 솜털로 무장했고 꽃잎은 약간 뒤로 말려 있습니다.

    줄기를 자르면 우유를 닮은 하얀 유액이 나옵니다. 그래서 박주가리의 영어 이름도 'Milkweed'인데 이 흰 액에 독성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주가리의 독성에 잘 적응된 곤충들이 있습니다. 노린재나 진딧물 종류가 그렇고 왕나비애벌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박주가리에서 살면서 잎을 갉아 먹고 자신을 성장시킵니다. 그리고 애벌레 시절 먹었던 박주가리의 독성은 어른벌레가 되어도 몸속에 그대로 남아 있어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켜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박주가리 (촬영: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그리고 박주가리의 독성을 사람들은 약으로 이용해왔습니다. 물론 어린순은 독성이 없거나 약하기 때문에 나물로 먹기도 했습니다. 한방에서는 박주가리를 나마(蘿摩)라 하여 여름철 전초를 햇볕에 말려다가 사용하고 뿌리는 가을철에 채취하여 말려서 이용했습니다.

    뿌리나 전초는 허한 기운을 보충해주고 피부병이나 벌레에 물린 독을 풀어준다고 합니다. 열매는 나마자(蘿摩子)라 하여 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상처를 빨리 낫게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열매껍질은 천장각(天裝殼)이라 하여 기침을 멎게 해주고 가래를 없애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박주가리는 독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쓰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이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열매는 길쭉한 박 모양을 하고 있어 소의 뿔을 연상시킵니다. 열매 겉에는 돌기가 나 있고 안에는 비단실 같은 하얀 솜털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이 솜털에 씨앗이 달려 있습니다. 가을이 되어 열매가 다 익으면 껍질이 갈라지면서 그 사이에서 씨앗이 나와 하얀 털을 날개삼아 바람을 타고 먼 여행을 떠납니다.

     바람을 이용해서 씨앗을 퍼뜨리는 것입니다. 여행을 하던 씨앗은 어디에선가 정착을 하고 그 곳을 삶의 터전으로 하여 다시 싹을 틔울 것입니다. 파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박주가리 씨앗이 그렇게 고울 수가 없습니다. 그런 추억 때문인지 때가 되면 그 모습을 찾아 카메라에 담곤 합니다.
     

    박주가리라는 이름은 어딘지 모르게 투박하면서도 친근한 느낌을 줍니다. 이름은 조그만 표주박 같은 열매의 모습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열매가 익으면 갈라지는데 박이 쪼개졌다 하여 '박쪼가리'가 되었다가 '박주가리'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박주가리의 학명 Metaplexis japonica 가운데 속명 Metaplexis는 '나중'을 뜻하는 Meta와 '엮다'를 뜻하는 plexis의 합성어로 합쳐보면 '나중에 엮이면서 자라는 식물'이 됩니다. 박주가리가 서로 엉키면서 자라는 덩굴성 식물이기 때문에 붙여진 듯합니다.

    어린 시절 박주가리의 씨앗을 바람에 날렸던 추억을 모두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바람을 타고 먼 여행을 떠나는 박주가리 씨앗을 보면서 한없는 자유와 꿈을 그리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박주가리의 꽃말은 '먼 여행'입니다. 누구나 지치고 힘들 때면 모든 잡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여행을 생각합니다.

    요즘같이 더운 날이 계속될 때에는 더욱 간절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저것 걸리는 게 많아 쉽지 않은 여행이겠지만 이왕 떠난 거라면 박주가리 씨앗처럼 자유로운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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