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담배 끊고 걷기운동…틀림없이 건강해져요"



인물

    "담배 끊고 걷기운동…틀림없이 건강해져요"

    [노컷피플] ''금연전도사'' 박재갑 국립중앙의료원 원장

    여러분들은 만약 청와대 공식행사에 참가한다면, 어떤 신발을 신고 가겠습니까? 여기 당당하게 ''운동화''를 신고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인물이 있습니다. 아예 한 쪽 운동화를 벗어 이 대통령에게 자랑까지 했다는군요. 주인공은 바로 국립중앙의료원 박재갑 원장(서울대 의대 교수)입니다. ''금연전도사''와 ''똥 건강법''으로 유명한 박 원장을 만나 ''건강비결''을 들었습니다. [편집자 주]

    1

     

    지난 23일 오후, 서울 을지로 6가에 위치한 국립중앙의료원 3층 원장실 앞. 결재를 기다리며 복도에서 대기하는 병원 간부들이 한 결 같이 검은 운동화를 신고 있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박재갑 원장이 지난 4월 취임한 뒤 펼치는 ''운출생운(運出生運)'' 캠페인 때문이다.

    운출생운은 ''운동화 출근 생활 속 운동''의 줄임말이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신체활동을 효과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걷기운동을 생활화해야 하고,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 "운동화 신고 출퇴근 하자!"

    박 원장은 어디를 가든지 늘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몇 달 전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의 결혼식 주례를 맡았을 때도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었다.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대통령 새해 업무보고'' 자리에도 예외 없이 운동화를 신고 참석했다.

    "티타임에서 자연스럽게 대장암 발생 원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는 이명박 대통령께 기름진 고기 섭취와 섬유질 부족은 이제 제 1원인이 아니라고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운동화를 벗어 직접 보여드리면서, 국민 모두 걷기 운동을 생활화해야한다고 말씀드렸죠. 약간 땀이 나고 약간 숨이 찰 정도로 빨리 걷는 것이 좋다고 말이죠. 그랬더니 크게 웃으시면서 ''저는 땀이 흠뻑 날 정도로 빨리 걷습니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대통령께서도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시니, 잠을 조금 주무시고도 건강을 유지하시는 거겠죠."

    박 원장은 ''똥과 친해지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일명 ''똥 건강법''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 30년간 대장암 수술만 5000회 이상 집도한 대장암의 최고 권위자다.

    대장이 전공이어서 늘 변(便)과 함께 뒹구는 박 원장은 "매일 보니까 똥이 마치 떡같이 느껴진다"며 "가장 좋은 똥은 황금빛을 띠며 가래떡처럼 굵고 매끈하게 빠져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병이 꽤 진행된 이후에 대변을 통해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변을 보고 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대변을 통해 증세가 계속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모르고 있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기죠. 그러니까 변을 보고 그냥 무시하면 안 됩니다." ◈ "똥은 무조건 몸속에서 빨리 내보내야"

    먼저 대변의 색깔이 달라질 정도라면 빨리 병원을 찾아 정밀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붉은 피가 섞여 나오면 항문이나 직장, 대장에 출혈이 있는지 의심해야 한다. 자장면 색깔의 똥을 눴다면, 상부 위장관의 출혈 가능성이 있다. 방치하면 소화성 궤양 혹은 위암의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또 변이 지나치게 옅은 갈색이면 적혈구가 파괴되는 자가 면역질환이나 간질환을 의심해야 하며, 희거나 회색이라면 담도가 아예 폐쇄됐을 수도 있다.

    피와 고름이 섞인 설사를 한다면 대장이나 직장에 염증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특히 똥에 코 같은 점액이 자꾸 묻어나오면 대장암을 의심해야 한다. 대장암을 만드는 세포는 점액질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변을 살필 때에는 ''색깔''뿐 아니라 ''굵기''도 잘 살피는 것이 좋다. 옛날 어른들이 ''똥이 굵어야 잘 산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똥이 굵다는 것은 장 안에 변의 흐름을 막는 혹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대장에 혹이 있으면 똥이 일시적으로 못 내려가요. 그래서 설사를 통해 내 보내는 겁니다. 변의(便意)가 느껴져 힘을 줬는데도 가늘게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대장에 혹이 생겼을 수 있거든요."

    박 원장은 또 "똥은 무조건 몸속에 가지고 있지 말아야 한다"면서 "하루에 3번 정도 배변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변을 빨리 비워내야 대장 안쪽 세포들이 똥 속의 발암물질과 접촉하는 시간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변비가 있으면 똥 속 발암물질이 대장의 점막과 접촉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져 더욱 주의해야 한다.

    2

     

    ◈ "담배는 독극물이자 마약!"

    박 원장이 강력 추천하는 또 하나의 건강비결은 ''금연''이다.

    그는 "담배는 독극물이자 마약이어서 아예 팔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대통령 새해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이런 내용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망원인을 보면, 1위는 암이고, 2위는 뇌혈관 질환, 3위는 심혈관 질환, 4위는 자살, 5위는 당뇨이다.

    그런데 담배는 전체 암 사망원인의 30%, 뇌혈관 질환 사망의 15%, 심장질환 사망의 20%, 당뇨 사망의 7.5%를 각각 차지한다는 것이 박 원장의 분석이다.

    또 흡연자는 우울증 발병 비율이 비흡연자보다 4배나 높아, 우리나라가 OECD 1위 자살률을 기록한 배경에는 높은 흡연율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에서는 2015년에는 건강보험 재정이 5조 원정도 적자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은 결국 아픈 사람들이 병원에 가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우리 국민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고, 그 핵심 사업은 담배를 추방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담배사업법을 폐기하고 담배관리법을 새로 만들어 보건복지부가 관장하도록 해야 합니다. 담배 때문에 해마다 5만 명 이상 목숨을 잃고 있어요. 지금처럼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앗아가는 담배를 팔아 조성한 재원으로 교육세와 지방세를 충당하는 것은 아주 부도덕한 짓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스스로 이 나라의 지도자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박 원장은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인 금연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매우 커졌다.

    분위기를 잠시 식히기 위해 "개인적인 건강비결은 뭐냐?"고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 것, 건강 비결"

    그의 건강비결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 것이에요. 저는 지금 이 사무실에서도 눈만 감으면 3분 이내에 잠 들 수 있어요. 그만큼 잠을 잘 자요.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박재갑이 맛있다고 하는 것은 믿지 마라. 쥐약도 맛있다고 먹을 놈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어요. 음식을 가리지 않고 아무거나 잘 먹으니까 하는 소리죠. 그리고 저는 규칙적으로 하루에 변을 세 번 봐요. 아침에 기상하자마자 한 번, 사무실에 출근해서 한 번, 그리고 오후에 또 한 번 이렇게요.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똥은 몸속에 오래 가지고 있어서 좋을 게 없거든요."

    하지만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주변에서 잘 자지 못하고, 잘 먹지 못하며, 잘 싸지 못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박재갑 원장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jgp88)에 ''치매예방을 위한 생활수칙''을 올렸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과 진땀나게 운동하기, 인정사정 없이 담배 끊기, 사회활동, 대뇌활동, 천박하게 술 마시지 말기, 명을 연장하는 식사하기 등이다.

    ''어쩌면 치매예방을 위한 이 수칙을 다 지켜야 잘 자고, 잘 먹고, 잘 쌀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머리카락과 동그란 얼굴, 볼록 나온 배, 그리고 은은한 미소를 보면서, ''박 원장이 만약 산타크로스 복장을 한다면 정말 잘 어울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에게 붙여진 별명은 대부분 ''탱크''와 ''기차'', ''뿔난 황소''처럼 묵직한 것들이다.

    무엇이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사업에 대해서는 흔들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을 추진해 나가는 그의 업무스타일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 "새해 목표는 국방의학원 설립"

    박 원장의 새해 목표는 ''국방의학원 설립에 관한 법률안의 국회통과''이다.

    그는 이 법률안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낙선운동을 해야 한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현재 군 의료체계가 망가져 병사가 총을 맞고 중상을 입어도 이를 담당할 3차 의료기관이 군 내부에 없어요. 그러니 돈이 있는 병사의 부모들은 자식을 모두 민간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합니다. 이게 무슨 의미입니까? 한마디로 3차 의료기관이 없는 군 의료시스템은 믿지 못하겠다는 겁니다. 그럼 중상을 입은 가난한 병사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군대가 있는 나라는 거의 대부분 국방의학원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몇 십 년이나 늦은 거죠. 그런데도 예산문제 등을 들어 일부 부처와 대한의사협회 등에서 이를 반대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역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건강을 위해서 똥은 무조건 몸 안에 오래 가지고 있지 말고 빨리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말이었다.

    과연 ''똥''만 그럴까? 우리 마음에 켜켜이 쌓인 ''미움''과 ''증오'', ''시기'', ''질투'', ''원망''과 같은 감정의 찌꺼기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들뜨기 쉬운 연말이다. 차분히 한 해를 정리하며, 묵은 ''똥''과 함께 ''감정의 찌꺼기''들도 씻어내는 것이 좋겠다.

    박재갑 원장 약력
    ▷1948년 충북 청주 출생 ▷경기고,서울대 의대 졸업 ▷미국 국립암연구소 연구원 ▷서울대 암연구소 소장 ▷국립암센터 초대·2대 원장 ▷현 국립중앙의료원 초대 원장 ▷현 세계대학대장외과학회 ▷현 한국세포주연구재단 이사장 ▷현 일본암학회(JCA) 명예회원 ▷현 국방의료원 건립 민군공동추진위원회 위원장 ▷현 맑은공기건강연대 회장 ▷황조근정훈장 수상(2001) ▷세계금연의날 WHO 금연공로상 수상(2005) ▷미국대장외과학회지 최우수 논문상수상(2008)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