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감사원은 지난 2013년부터 실시된 선관위의 경력경쟁채용 과정을 전수 조사한 결과 자녀 불법 채용 등과 관련해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을 대검에 수사 요청했다.
여기에다 불법 확인이 명확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있어 관련 자료를 통보한 사람이 22명이다.
모두 49명이 자녀 불법채용 등에 연루된 것이다. 이들 49명 중에는 전직 사무총장 등 장관급 2명, 차관급 1명, 1급 공무원 2명, 4급 이상 22명 등 고위직에서부터 중간간부, 중앙선관위에서부터 지역선관위까지를 망라해 동시 다발적으로 위법행위가 확인됐다.
이처럼 불법으로 채용된 자녀들은 여전히 선관위에 재직 중이다. 채용 비리와 관련한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이들에 대한 임용취소나 징계는 할 수 없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그런데 선관위의 문제는 불법 채용만이 아니었다.
감사원은 선관위 감사에서 불법 채용이외에도 "조직 및 인사 분야에서 심각한 복무 기강해이, 고위직을 늘리기 위한 방만한 인사운영 및 편법적 조직운영, 유명무실한 내부통제 운영 등의 실태를 확인해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선관위 간부가 장기간 무단결근을 하며 해외여행을 하고, 직원이 근무시간 중 로스쿨을 다녀도 '선관위는 근태가 철저히 이루어지지 않는 분위기'라며 당연시했다"고 지적했다.
먼저 한 지역 선관위 사무국장은 같은 진단서를 반복하거나 허위 병가를 셀프 결재하는 방식으로 8년 동안 약 100여 일 무단결근을 하고 80여일 허위 병가를 냈다. 해당 사무국장은 이 '180일' 중 170일 이상을 해외여행에 썼다. 해외여행 횟수가 70여 차례나 됐다.
연합뉴스 로스쿨은 연수 휴직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해당 선관위 기관장은 이를 용인해 휴직 처리를 해줬고 이 직원은 연수 휴직을 마친 뒤 복귀하고 나서도 계속 로스쿨을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선관위는 인사운영에서도 외부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조직과 정원을 운영하면서 4급과 5급 직위에 3급을 배치하는 등 고위직인 3급 현원의 40% 이상을 과다 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재외 선거관의 파견을 명목으로 3급 5명을 증원하고 실제로는 국내 승진자리로 활용해 재외 선거관 파견 전 2개월 동안 재택근무를 시키며 복무관리도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조직 운영도 문제가 많았다. 감사원은 "현행 선관위법에 따라 시도선관위 상임위원 등 1급 19명을 두고, 법정임기가 6년으로 되어 있는데도, 선관위는 내부직원만 임명하면서 하위규칙으로 임기를 3년 또는 2년 등으로 축소하여 운영하며 고위직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법령에서 하도록 정한 정원감사는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고 인사 감사도 그동안 중앙선관위 인사부서가 실시하면서 사후조치도 제대로 되지 않아 위법·부당한 인사행태가 장기간 방치되고 관행화됐다"고 설명했다.
"중앙에서부터 지역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점수 조작 등 위법 채용을 당연시하는 행태, 각종 기강해이 사례는 24년 동안의 감사원 생활 중 선관위 감사에서 처음 봤다"며, "충격적"이라는 게 이번 감사에 참여한 한 감사관의 소회였다.
감사원 관계자는 "선관위가 헌법기관이고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은 기관임에도 마치 가족 회사인 것처럼 느슨하게 운영하고, 위법인줄 알면서도 이를 행하는 도덕 불감증 또는 불법 불감증이 느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