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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더 내고 더 받자' 가닥에도…與野 합의 험로 예상



사회 일반

    연금개혁 '더 내고 더 받자' 가닥에도…與野 합의 험로 예상

    보장강화안, 2차 설문서 재정안정안 누르고 역전…최종서 56% 찬성
    결과 해석 엇갈려…"상식적 판단" vs "재정안정화, 문항서 교묘히 배제"
    '기금 유지' 무게 실어온 與 "추후 논의 더 필요"…회기內 입법 불투명

    김상균 연금개혁 공론화위원장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숙의토론회 및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상균 연금개혁 공론화위원장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숙의토론회 및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중 하나인 국민연금 개혁이 '좀 더 내고, 더 받는' 안(案)으로 방향을 잡았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약 500명의 시민대표단을 대상으로 2주간 진행한 숙의토론 끝에 내놓은 최종 설문 결과다.
     
    지난해 정부와 정치권 모두 뾰족한 방안을 내지 못한 채 '공론화'에 부쳐진 연금 개혁의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다만, 연금 관련 쟁점들을 학습한 시민대표 과반이 선택한 소득보장 강화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이 21대 국회의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회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37일에 불과한 데다, 공론화 결과 자체가 당초 연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재정 안정'에 초점을 맞췄던 당정의 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는 지난달 8~10일 국민연금 관련 이해관계자를 △사용자 △노동자 △지역가입자 △청년 △수급자 등 5개 그룹(36명)으로 나눠 꾸린 의제숙의단을 통해 시민대표 투표에 부칠 핵심 의제를 결정했다.
     
    7가지 주요의제 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요율 및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의 조정 수치였다.
     
    앞서 전문가를 중심으로 이뤄진 논의는 연금의 공적 기능을 강조해온 '소득보장강화론'과 생산인구 급감으로 위협받는 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 주장한 '재정안정론'이 팽팽히 대립했다. 다만, 전자가 '소수파'였던 정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 등에선 '보험료율 15%·소득대체율 40%' 등 요율 인상에 무게를 둔 대안이 우세했던 게 사실이다.
     
    합숙 워크숍 후 의제숙의단이 추린 선택지는 현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50%로 끌어올리는 1안, 보험료율 12%에 소득대체율은 현행(40%)을 유지하는 2안 등 두 가지였다. 이를 넘겨받은 시민대표 500명은 만 18세 이상 국민 1만 명 중 성별·연령·지역·연금개혁 관련 입장 등을 감안해 무작위 추출됐다.
     
    이들은 국민연금 자료를 학습하기 전(3월 22~25일), 숙의토론 전(4월 13일), 숙의토론회 후(4월 21일) 등 3차에 걸친 설문에 응했다. 공론화위는 이달 13~14일, 20~21일 등 총 나흘간의 숙의토론회로 민의가 무르익도록 유도했다.
     
    마지막 조사였던 3차 설문까지 참여한 492명은 '더 내는' 것 못지않게 '더 받(을 수 있)는' 개혁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응답자 과반(56.0%)이 보험료율 인상 폭은 1%p 더 높지만 소득대체율이 10%p 오르는 1안을 택한 것이다.
     
    요율 3%p 인상을 빼곤 현상 유지에 가까운 2안은 42.6%의 지지를 받았다. 이 또한 적지 않은 수치지만, 1안과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p)를 벗어난 격차를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조사 회차가 거듭될수록 시민대표들이 보장강화안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1차 설문에서 44.8%의 지지율로 1안(36.9%)을 앞섰던 2안(재정안정안)은 2차 조사 시 38.8%로 떨어져, 50.8%를 차지한 1안에 역전당했다.
     
    최종 설문에선 다시 4%p 가까이 올라 반등했으나, 최초 조사 당시 응답율엔 미치지 못했다.
     
    이같은 추이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보장강화를 주장해온 전문가들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라며 환영한 반면 재정안정론 쪽에선 '애당초 편향된 문항 설계'라고 반발하고 있다.
     
    연금특위 논의과정에 정통하고 1안에 찬성하는 전문가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재정안정론자들이 미는 '요율 15%·소득대체율 40%'안은 의제숙의단 중에서도 경영계에서 탈락시킨 것"이라며 설문문항이 보장강화론에 유리하게 구성됐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시국엔 사실 (1안의 요율인) 13%도 너무 높은 게 아닌가 걱정했다"며 "(그럼에도) '더 내고 더 받겠다'고 한 것은 시민들도 할 수 있는 만큼의 재정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국민연금의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에 대해 귀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항 중 일부 응답결과.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제공'국민연금의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에 대해 귀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항 중 일부 응답결과.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제공
    초저출산으로 급감할 생산가능인구가 버는 근로소득에만 보험료를 매기겠다는 발상이 지닌 한계도 지적했다. 공론화 조사 결과, 세대 간 형평성 제고 방안으로 '사전적 국고 투입'이 80.5%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도 짚었다. 이제는 재정 기반 다양화에 대한 고민이 구체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전날 논평을 내고 "국민보다 국가를 우선시하고 기금소진과 막대한 보험료로 국민을 협박하며 노후불안을 고조시켜, 사적연금으로 알아서 노후를 준비하라는 기득권의 가스라이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받는 돈'의 현행 유지도 버겁다고 보는 재정안정파는 소득대체율을 10%p나 올리자면서, 동시에 원하는 연기금 고갈 시점을 '2090년 이후'(24.1%)로 최다 응답한 결과가 모순이라 말한다. 연금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단 가정이 적용된 5차 재정추계 시 예상된 기금 소진시점은 2055년이다.


    연금개혁을 통해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시점을 언제까지 연장해야 된다고 보는지 질문한 설문 결과.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제공연금개혁을 통해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시점을 언제까지 연장해야 된다고 보는지 질문한 설문 결과.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제공
    재정계산위원회에 줄곧 참여해온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재정 안정화가 (연금개혁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임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설문 문항에서) 교묘하게 배제됐다"고 밝혔다.
     
    특히 누적 적자 규모로 볼 때, 향후 70년간 적자를 1970조 줄이는 2안(재정안정)과 반대로 702조 가량 늘리는 1안(보장강화)은 비교 불가라는 시각이다. 기금 고갈시점이 고작 1년 차이(1안 2061년·2안 2062년 예상)라는 점도 '함정'이라고 비판했다.
     
    윤 위원은 "우리가 연금 개혁을 하려는 이유가 젊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 아닌가"라며 "1안이 '지속가능한' 안이란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재정안정론 진영은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핵심적인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보건복지부의 후과"라며 "대대적인 문제 제기와 관련자에 대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당분간 공론화의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여야의 온도 차도 뚜렷하다. 연금특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노후 불안 해소를 위한 소득 보장이 우선이란 국민의 뜻이 확인됐다"며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국민의힘 측은 특위에서 관련 추가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금특위는 공론화위가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는 대로 여야 합의안 도출에 나설 예정이다. 복지부는 "정부는 연금특위 논의과정에서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연금개혁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5월 29일이 지나고 22대 국회로 넘어갈 경우, 연금개혁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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