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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진 박수, 알고 보니 총성"…참혹했던 '러' 테러현장



국제일반

    "점점 커진 박수, 알고 보니 총성"…참혹했던 '러' 테러현장

    긴박했던 순간, 넋 나간 남편, '아내 시신'만 물끄러미…
    "'처음엔 총격 소리가 쇼의 일부'라고 생각했어요"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알아내기 위해 그저 달렸을 뿐"
    생존자들, 극심한 트라우마…"최악의 상황은 지금부터"

    무차별 총격 테러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연합뉴스 무차별 총격 테러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무장 괴한 일당의 무차별 총기 테러가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갑자기 총성이 울리자 수천 명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현장에 있었던 피드리아(42) 씨는 아내 올가와 함께 건물 지하실로 달려가 다른 세 명과 함께 화장실에 숨었다.

    긴박했던 순간, 넋 나간 남편, '아내 시신'만 물끄러미…


    그는 뉴욕 타임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잠기지 않는 화장실 문을 꽉 붙잡고 테러범들이 올 때를 대비했다"고 말했다.

    그 사이 테러범들은 불을 질러 여기저기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아내 올가는 유독성 연기를 들이마시지 않고 숨을 쉴 수 있도록 티셔츠를 물에 적셔 얼굴을 보호하는 방법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두 번째 총성이 들리고 30분쯤 지났을 때 피드리아 씨는 조심스레 밖으로 나갔다.

    에스컬레이터 옆에 여성 시신이 보였다. 그는 나중에 또 다른 여성 시신도 발견했다. 시신 옆에는 남편이 넋이 나간 채로 죽은 부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엔 총격 소리가 쇼의 일부'라고 생각했어요"


    러시아 공연장 총쏘는 괴한. SNS 캡처 러시아 공연장 총쏘는 괴한. SNS 캡처 
    타티아나 파라폰토바(38) 씨는 '처음엔 총격 소리가 쇼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5분 전 우리는 둔탁한 박수 소리를 들었어요. 이후 박수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죠. 그순간 누군가 '(박수가 아니라) 총을 쏘고 있어요'라는 외침이 들렸어요"

    그녀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허둥지둥 무대 위로 피했다. 바로 그 때 세 사람이 기관총을 들고 공연장 안으로 들어와 움직이는 모든 것을 쐈다.

    파라폰토바는 "무대 중앙에 있는 자신이 마치 표적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 순간 마치 기관총으로 내 등을 찌르는 것 같았어요. 어깨 바로 뒤에서 죽음의 숨결이 느껴졌습니다."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알아내기 위해 그저 달렸을 뿐"


    출판사 간부인 알렉산드르 피안코프는 총 소리가 들리자 그의 아내 안나와 함께 한동안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러다 다른 사람들이 출구를 행해 달려가기 시작하자 벌떡 일어나 그들과 합류했다. 그는 도망치는 도중 쓰러져서 멍하니 앞으로 바라보는 한 여인과 마주쳤다.

    피안코프는 그곳을 빠져나오며 그녀에게 "계속 달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려 쳐다만 보았다.

    그는 아내와 함께 계속 도망치려 했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당시 최악이었던 것은 (도피 방향을 몰라) 총격을 피해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총격을 향해 뛰어들었다는 겁니다. 우리는 단지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알아내기 위해 그저 달리고 있었을 뿐입니다."

    생존자들, 극심한 트라우마…"최악의 상황은 지금부터"


    당국에 진술 중인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용의자 라자브 알리자데흐. 연합뉴스 당국에 진술 중인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용의자 라자브 알리자데흐. 연합뉴스 
    피드리아 씨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뇌리에 박힌 안타까운 희생자들의 모습은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다.

    등에 심한 화상을 입은 한 남자가 세 자녀의 엄마인 아내의 숨진 모습을 내려다 보는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생존자에겐 대체로 모든 것이 지나갔어요. 하지만 이 남자와 세 자녀에겐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이런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러시아 당국은 모스크바 외곽의 공연장에서 벌어진 총격·방화 테러의 희생자가 137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부상자 수도 180명 이상으로 파악됐다.

    테러가 벌어진 공연장에서는 무기와 다량의 탄약이 발견됐다.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AK 돌격소총 2정과 탄약 4세트, 탄약이 담긴 통 500개 이상, 탄창 28개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피의자의 국적은 타지키스탄으로 확인됐다고 AP는 전했다. 테러범들은 자동소총을 무차별 난사한 뒤 인화성 액체를 뿌려 공연장 건물에 불을 지르고 현장에서 도주했다.

    사건 직후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24일 테러 공격 당시 영상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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