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미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해 듣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상 '청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녹음된 대화 내용을 듣고 그 녹음파일을 제3자에게 전송한 것이 통신비밀보호법상 처벌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통신비밀보호법의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도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이 청취의 대상으로 규정한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 대화'는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라고 봤다. 이어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해 듣는 것은 대화 자체의 청취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지하는 '타인간 대화의 녹음'은 특정 시점에 '실제 이뤄지고 있는 대화를 실시간으로 녹음'하는 것을 의미할 뿐 이미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한 뒤 이를 다시 녹음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위법한 녹음 주체가 그 녹음물을 청취하는 경우에는 그 위법한 녹음을 금지 및 처벌 대상으로 삼으면 충분하다"며 "녹음에 사후적으로 수반되는 청취를 별도의 금지 및 처벌 대상으로 삼을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했다.
A씨는 직장 문제로 '주말 부부' 생활을 하던 중 신혼집에 설치해둔 영상정보 처리기기(홈캠)에 녹음된 남편 B씨와 시부모 등의 대화를 듣고 그 녹음파일을 시누이에게 전송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또 B씨 차량 문을 보조키로 열어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가져간 자동차 수색 혐의와 B씨 휴대전화에 동의 없이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위치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1심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자동차 수색 혐의를 무죄로 선고하고, 위치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해서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1심과 결론을 같이 하면서도 A씨가 기소되기 전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이 B씨 귀책으로 결론나는 등 참작할 만한 사정이 존재한다며 벌금형을 내린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선고 유예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런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