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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조국통일3대헌장탑 화강석은 어디로?…헌법개정도 오리무중



통일/북한

    北 조국통일3대헌장탑 화강석은 어디로?…헌법개정도 오리무중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철거…정확하게는 '해체 후 이동 보관'
    김일성 이름과 통일 발언 새긴 '조국통일명제비'도 철거 확인
    김일성 유물에 손 댄 당 간부들과 실무인력들 '두려움' 전언도
    김정은 지시 헌법 개정도 진통 예상…고려사항 많아 지연 가능성

    연합뉴스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이 철거됐다.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수도 평양의 남쪽관문에 꼴불견으로 서 있는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을 철거"할 것을 강조한 뒤 일주일도 되지 않은 23일에 철거가 확인됐다.
     
    정확하게는 '해체'이다. 60kg이 넘는 화강석 2천 560개를 하나하나 해체해 보관 장소로 옮긴 것이다. 북한에는 동상이나 기념탑의 건설이나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군 부대가 있다. 화강석과 한반도 문양의 지구본 등 해체 석상은 기념탑 앞 광장 지하 보관소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부근에 있는 김일성의 '조국통일명제비'의 철거도 이후 인공위성 촬영사진 등을 통해 확인됐다.
     
    "조국을 통일하려면 그가 북에 살건 남에 살건 해외에 살건 관계없이 온 겨레가 통일운동에 떨쳐나서야 하며 사상과 이념, 정견과 신앙의 차이에 관계없이 각계각층 모든 동포들이 민족 대단결의 원칙에서 하나로 굳게 뭉쳐야 합니다"라는 김일성의 생전 발언이 가로 15미터 세로 3미터 이상의 단일 석상에 '김일성'의 이름과 함께 새겨져 있다.
     
    평양만이 아니라 지방 곳곳에 있는 비슷한 유형의 김일성 '조국통일명제비'도 조용히 철거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눈길끄는 전언은 김일성의 조국통일명제비 철거에 나선 당 간부들과 실무 인력들이 '두려움에 떤다'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내 소식통을 인용해 "철거를 맡은 당 간부와 인력들이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서, "다른 일 같으면 순순히 말을 듣겠는데 이번 일은 김일성 유물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상부의 말이 바뀔 경우 처벌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은 지난 1974년의 조국통일3대원칙, 1980년의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1993년의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 등 김일성이 생전에 제시한 통일방안을 통일업적으로 내세우며, 김정일이 2001년 광복절 하루 전인 8월 14일에 건립한 것이다. 기념탑과 명제비는 민족을 북한식으로 통일하겠다는 김일성과 김정일 선대의 유훈을 상징한다.
     
    특히 김일성의 이름과 생전 발언이 새겨진 명제비에 손을 대는 것은 과거 북한 사회라면 도저히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다.
     
    선대의 유훈을 부정하고 선대의 유물을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에 북한 인민들 사이에는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일성의 조국통일명제비. 연합뉴스김일성의 조국통일명제비. 연합뉴스
    북한에서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만 열어도, 회의의 결정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군중대회가 전국에서 열리고,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모든 매체를 동원해 대대적인 선전선동을 진행한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연말전원회의 보고와 올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남북관계를 동족이나 민족이 아닌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하고, "'통일', '화해', '민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할 것을 두 차례나 강조했지만, 이례적으로 이에 대한 선전선동, 교양교육, 군중대회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 내부적으로 선대의 업적을 지우는 것이기 때문에 이념의 혼란을 우려해 '통일 흔적 지우기'가 단계적이고 조용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해체 철거된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인근 일대도 일반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출입이 통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지시한 헌법 개정작업도 현재 동향이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영토조항의 신설, '삼천리금수강산'과 '8천만 겨레' 등 남북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낱말 사용금지,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교육교양사업의 강화 등을 반영해 "공화국 헌법이 개정되어야 하며 다음 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심의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일단 지난 2019년 3월 10일 선거로 선출·구성된 14기 최고인민회의는 5년의 임기가 만료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헌법 개정을 심의할 15기 구성을 위해서는 선거 60일 전에 선거 일정을 공고해야하지만 지금까지 공고는 없었다. 
     
    따라서 현재의 14기 최고인민회의의 임기를 연기해 헌법 개정을 논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에도 최고인민회의 임기를 상황에 따라 연기한 예가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개정 헌법은 영토조항 신설 등을 통해 남북의 '적대적 2국 체제'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최근 자신들의 애국가 가사 중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 부분을 '이 세상 아름다운 내 조국'으로 수정했다.

    김정은이 언급한 것처럼 '삼천리'라는 지리공동체로서의 조국이자 민족의 영토를 부인하고 '해상 국경선' 등 국경을 새로 획정하면서도, 유사 시 '수복' 또는 '완정'해야 할 영토를 언급하는 일 사이에는 많은 논리적 충돌이 있다.
     
    이 또한 북한 주민들과 엘리트들 사이에 이념적 혼선을 야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영수 서강대 명예교수는 다만 "북한은 '통일 흔적 지우기'에 따른 혼선을 줄이기 위해 적대적 2국가 체제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다양한 내부 교양을 실시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국면이 변하면 지하에 보관 중인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등을 다시 지상으로 끌고 나오는 날도 올 수 있기 때문에 현 상황을 반드시 선대 유훈의 부정 측면에서 바라볼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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