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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질환단체 "진통제로 연명…의·정, 목숨 담보로 한 싸움 멈춰라"



보건/의료

    중증질환단체 "진통제로 연명…의·정, 목숨 담보로 한 싸움 멈춰라"

    "극한대립에 스트레스↑…환자 생명 끝까지 지켜줄 의사 없어질까 두려워"
    "적군이 내 가족 몰살해도 다치면 치료해주는 게 '나이팅게일 정신'" 지적

    한국중증질환연합회가 지난달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대란 사태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중증질환연합회 제공한국중증질환연합회가 지난달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대란 사태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중증질환연합회 제공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대거 이탈로 빚어진 '의료 공백'이 2주 넘게 지속되면서, 중증질환 환자들의 고통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환자단체들은 "정부와 정치인, 그리고 의료계 분들은 편안하신가"라고 반문하며, "중증질환자들은 긴장과 고통 속에 피가 마른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생명을 구걸이라도 하고 싶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소모적인 '강대강' 대치를 멈추고, 즉각 환자단체를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등 7개 단체가 모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5일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우리 중증질환자들은 단순히 걱정으로 잠만 못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고통과 통증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며 죽지 못해 겨우 겨우 연명하며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기관(정부-의료계)의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첨예한 대립구도 속에 환자에 대한 일말의 대책도 없이 가장 먼저 내팽개쳐지면서 중증환자와 가족들은 살얼음을 걷는 심정으로 벌써 20여 일을 버텨 왔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의료계는 환자들이 어떤 상황이 되었든 '나 몰라라' 하며 의료현장을 떠났고, 정부가 준비한 대책이란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미봉책에 불과해 오히려 고통과 피로도만 점점 치솟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의·정 간 극한 대립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극도의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며, "이제 곧 환자의 희생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는 이미 예정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이미 9천 명 가까이 병원을 떠난 전공의 사직에 이은 전임의 등의 이탈로 의료시스템 마비 징후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정부와 의료계 모두 '힘겨루기'에 골몰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연합회는 양측 다 "국민과 환자를 위한다는 말은 이제 그만 하라"고 일갈했다.
     
    이어 "의료인들은 지금 즉시 의료현장으로 돌아오시길 바란다. 지난해 '간호법' 관련 간호사가 최소한 응급·수술실을 지키며 파업할 때 국민 생명을 운운하며 '간호사 파업 중단'을 외쳤던 게 당신들, 대한의사협회"라며 "본분을 망각한 의사들은 어떤 경우가 되었든 용서받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앞서 주말인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로 개최된 의협 집회를 두고는 "그 인원 중 일부라도 지금 의료현장에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과 치료, 희망을 함께했다면 대다수의 국민이 이 사태에 대한 양측의 주장을 경청하는, 그리고 의료인들의 진정성을 공감할 기회도 있지 않았을까"라고 지적했다. 
     
    전공의 약 80%가 파업에 참여했던 지난 2020년과 기시감도 느껴진다며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은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회는 "이번 전공의 사직 사태가 더 두렵고 답답한 것은 단순한 의료공백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을 어떤 상황이든 끝까지 지켜줄 의사가 앞으로는 양성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탄식과 걱정이 크다"고 밝혔다. 추후 의료계에서 각 직역이 환자를 볼모로 한 채 그들의 요구를 관철하는 관행이 되풀이될 거라는 공포다.
     
    한국루게릭연맹 김태현 회장은 현장을 떠난 의사들을 향해 "민주주의는 항상 권리와 의무와 책임이 따르게 되어 있다"며 병원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제공한국루게릭연맹 김태현 회장은 현장을 떠난 의사들을 향해 "민주주의는 항상 권리와 의무와 책임이 따르게 되어 있다"며 병원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제공
    이들 단체는 "국민의 생명만은 어느 순간에도 정치적으로도, 어느 잘난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도 이용되어져서는 안 된다"며 "다시 한 번 국민들이 여러분들에게 원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무엇이 여러분의 사회적 책무이고 직업적 윤리인지 꼼꼼히 생각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루게릭연맹 김태현 회장은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희귀질환은 1200여 가지 국가관리 대상군이 존재하나 현대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는 의료사각지대에 있다"며 "사망선고와 다름없는 수치"라고 말했다.
     
    또한 "전쟁 중에 적군이 나의 가족을 총으로 쏘아 몰살시켰어도 적군이 부상을 당하면 치료를 해주는 게 '나이팅게일 정신'"이라며 "의료대란을 주도하는 의사 집단은 조직 폭력배와 다단계 조직보다 더한 집단"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연합회는 "정부와 의료계는 무책임한 공방전을 즉각 멈추고 환자의 생명과 치료권을 우선 보장해야 한다. 더 이상 중증환자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마라"며 "정부는 의료계, 중증환자 단체와 즉각 (사태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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