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구석진 곳에서 나온 '日 수형기록'…그곳에 '독립영웅' 있었다



경남

    구석진 곳에서 나온 '日 수형기록'…그곳에 '독립영웅' 있었다

    경남도, 독립운동 핵심 입증자료 '수형인명부' 읍면동서 13권 찾아
    독립운동 수감자 항일 행적 조사 시작, 독립유공자 추가 발굴 기대

    창녕군 계성면에서 찾은 기결범죄사건통지서철. 경남도청 제공 창녕군 계성면에서 찾은 기결범죄사건통지서철. 경남도청 제공 
    경상남도가 잊혀선 안 될 이름, '독립 영웅'으로 확인할 만한 모든 단서를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도는 도내 읍면동을 모두 뒤져 일제강점기에 기록된 '수형인명부' 13권을 찾았다고 3일 밝혔다.

    수형인명부는 수형자의 인적사항과 형 집행 사항 등을 적힌 수형 기록으로, 범죄인명부, 기결범죄사건통지서철, 수형인명표철, 수형자연명부 등이 있다. 독립운동을 입증할 핵심적인 자료다.

    지난해 꾸려진 '독립운동가 발굴·서훈 신청 전담조직(TF)'을 중심으로 도와 시군이 함께 읍면동의 수형인명부를 전수 조사한 뒤 나온 의미 있는 결과다. 서고에 보관 중이지만, 그동안 손길이 닿지 않은 구석에 묻혀 있다가 이번에 빛을 보게 된 소중한 자료다.

    진주시 문산읍과 사천시 곤양면·사남면, 김해시 한림면, 밀양시 하남읍, 창녕군 계성면 등 6개 읍면동에서 '수형인명표철' 4권, '범죄인명부' 5권, '수형인명표폐기목록' 4권 등 모두 13권을 찾았다.
     
    일제강점기 기록물은 대부분 오래되고 보존 상태가 좋지 못하다. 한자·일본어로 적혀 있어 내용을 알아보기 쉽지 않다. 그러나 도와 시군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일제강점기 기록물임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특히, 창녕군 계성면에서 발견된 '기결범죄사건통지서철'에는 검사국과 경찰서에서 직접 작성한 '수형인명표통지서' 원본이 포함돼 있었다. 기존 발굴자료와 비교해 발송 기관이 직인과 통지서 발송 현황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운동사 연구자인 동아대 사학과 전성현 교수는 "검사국과 경찰서에서 직접 작성한 통지서 원본이 발견된 일은 매우 드물다"라며 "일제강점기 수형인을 관리·통제하는 사법·행정 체계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는 이번에 발굴한 수형인명부에서 독립운동 수감자를 선별해 구체적인 항일 독립운동 행적을 조사할 예정이다. 당시 독립운동과 관련된 죄명은 보안법 위반, 치안유지법 위반, 군자금 모집, 출판법 위반, 폭발물 취체규칙 위반, 소요, 내란 등이다.

    우선 수형인명부에 기록된 이름과 본적지, 나이 등을 근거로 판결문을 찾는다. 판결문에는 독립운동 참여 사건과 진행 과정, 역할 등이 비교적 상세하게 진술돼 있다.

    판결문을 그나마 찾는다면 다행이다. 내용이 분명하지 않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면 독립운동 관련 전문 서적과 독립운동사 자료집, 신문기사, 일본에서 작성한 각종 보고서 등을 참고해 실낱같은 단서라도 찾아야 한다. 유가족과 같은 사건 참여자의 제보도 확인해야 한다.

    잊힌 독립운동가를 찾는 일이 이렇게 힘들고 고단한 작업이다. 당시 의병 등 독립운동가들은 스스로 신분을 숨겨야 했고, 기록도 남기지 않다 보니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있는 일이 많다.

    일제에 의해 독립운동이 지워지거나 축소·왜곡돼 공적 내용과 증거 자료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남북 분단과 6·25 전쟁으로 기록과 기억도 많이 사라졌다.

    이에 도는 한 명의 독립운동가라도 더 발굴하고자 독립운동과 관련된 도민 제보는 물론 관련 연구기관과도 협조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진주시 문산읍에서 찾은 범죄인명부. 경남도청 제공 진주시 문산읍에서 찾은 범죄인명부. 경남도청 제공 
    도는 지난해 독립운동에 참여하고도 객관적인 입증 자료가 부족해 서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독립운동가 발굴·서훈 신청 전담조직(TF)'을 구성해 그동안 388명의 독립운동 관련 행형기록을 찾아냈다.

    이 중 경남 출신 미서훈 독립운동가 20명과 경남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4명 등 직접 발굴한 24명을 국가보훈부에 포상을 신청했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남도 신종우 복지여성국장은 "독립운동가의 행적을 찾아가는 일은 매우 힘들고 고단한 작업이지만, 한 분의 독립운동가라도 더 발굴하고 포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남은 3·1운동 이후 만세 운동이 가장 길고 격렬했던 지역으로, 학생 독립운동도 가장 많았던 곳이다.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의 역사가 있지만, 독립유공자 발굴은 더딘 편이다.

    지난해 8월 기준 경남의 독립유공자 수는 1182명으로, 전국(1만 7748명)의 6.6% 수준에 그친다. 특히 1949년 10월 당시 진주법원 방화로 판결문, 처형기록 등의 자료가 많이 사라지다 보니 독립운동을 했지만, 관련 자료가 없어 서훈되지 못한 일이 많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