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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략 없고 국회는 손놨다··'재정준칙' 못지킨 아이러니



경제정책

    정부 전략 없고 국회는 손놨다··'재정준칙' 못지킨 아이러니

    나라 살림 적자에 재정준칙 올해도 못지켜
    재정준칙 법제화도 갈길 멀어, 정부의 무작정 감세 기조가 상황 악화
    전문가들 민주당 반대로 국회에서 토론 조차 안되는 현실 개탄

    연합뉴스연합뉴스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번 정부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지만, 세수 부족으로 나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라 살림 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추진하는 와중에 올해 스스로 세운 준칙을 훌쩍 넘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현 정부의 '감세 기조'와 '재정 건전성 기조'가 서로 상충되는 형국에서, 전문가들은 세수 확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재정 준칙 법제화는 물론 토론 자체에도 손을 놓고 있는 국회를 향해서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나라 적자 소폭 줄었지만 새 발의 피, 재정준칙 훌쩍 넘겨


    기획재정부는 지난 22일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된 직후 "재정건전성 기조가 더욱 강화됐다"고 자평했다. 예산 증가율이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2.8% 증가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예산안 총 규모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 예산안보다 3천억원이 줄어들었다.

    예산 증가율 억제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지만, 실제 나라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우선, 나라 적자가 심각하다. 나라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뺀 지표)는 당초 정부안 92조원 적자에서 91조6천억원 적자로 4천억 개선됐음에도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관리재정수지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은 -3.9%를 기록했다. 올해 본예산 -2.6%에 비해선 1.3%p(포인트)악화됐다.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비율도 올해 본예산 -0.6%에 비해 -1.9%로 떨어졌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의 3%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려고 시도중인데, 각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이 수치를 1%p 가까이 훌쩍 넘긴 것이다.

    국가채무는 1195조8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1134조4000억원에 비해 5.4%(61조4000억원) 늘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1.0%이다.

    이는 올해 법인세 감소 등의 영향으로 세수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고 나라 살림을 운영해도, 들어오는 세수 자체가 적다보니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

    전문가들 "재정준칙 도입한다며 무작정 감세?"

    그렇다면 재정준칙 법제화는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할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법제화는 필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나라 적자가 심각해 수년간 3%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은 올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도 정부 빚이 너무 많고, 공공기관 빚까지 포함하는 D3까지 보면 국가 부채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재정 준칙은 이럴 때일수록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살림 적자가 당분간은 3%를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일지라도 이를 제어하는 대장치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득이하게 적자 비중이 GDP의 3%를 넘길 때에는 세부 조건을 만들면 된다고 김 교수는 조언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금과 같이 정치가 파퓰리즘으로 빠지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최소한의 안전판이 필요하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선을 넘지 않게 하기 위해 재정준칙이 있어야 한다는데 경제학자들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안을 유연하게 해서 5년 평균으로 하는 등의 세부 사항을 조율해 운용상 유동성을 발휘하면 되는 것"이라며 "다만, 어느정도의 강제성을 띄기 위해서는 재정준칙은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에 따라 재정 정책의 기조가 크게 바뀌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최소한의 안전 장치인 재정준칙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는 정부가 법인세 대폭 감면 등의 감세정책을 펼치면서 세수 부족을 초래한 것에 대해서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 교수는 "정부가 감세 정책을 편다고 해도 재정 확보를 위해 세수를 조금씩 줄였어야 했는데, 정권 초에 갑자기 법인세 등을 확 줄여놓고 재정을 지키려고 하니 생각만큼 잘 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회에서 잠자는 재정준칙, 국회는 대체 뭐하나"


    나라 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국회에서 재정준칙 관련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현재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무한 계류된 상황이다. 특히, 기재위 산하 경제재정소위원회가 파행되면서 최근에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 국회가 다시 열린다고 해도 총선 등의 영향으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재정준칙 도입 법안이 문재인 정부에서부터 발의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논의가 거의 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 관련 소위가 파행이 돼 있어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 처리를 마친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21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 처리를 마친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17일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재정의 안정장치 마련을 위해 추진한 재정준칙 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중장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준칙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안 교수는 "민주당은 무작정 반대를 하는 기조인 것 같은데, 독일 등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철저하게 재정준칙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다"며 "민주당에서도 보다 적극 검토하고, 국회에서 활발하게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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