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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외압' 증거 드러났다…"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달라"



국방/외교

    해병대 '외압' 증거 드러났다…"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달라"

    국방장관 보좌관-해병사령관 메시지, 군사법원 증거물 제출
    "ㅈㄱ(장관)께서 수사라는 용어 쓰지 말라 하셨다" 개입 흔적 곳곳에
    이첩보류 지시했다면서 조만간 어려워 보인다? '항명' 혐의와 반대 정황
    "내일 아침에는 국방비서관에게 인지가 돼야" 안보실 개입 정황도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주십시오."
     
    지난 8월 1일 오후 12시 6분 박진희 당시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현 육군 소장)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이런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채모 상병 순직사건 조사 결과의 경찰이첩 보류를 지시하고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한 지 하루 뒤였다. 박 군사보좌관은 장관 수행 중이었다.
     
    이 메시지는 국방부검찰단이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수사단장 항명 사건의 증거물로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한 SNS 대화록 중 일부다.

     

    국방장관 보좌관-해병사령관 메시지, 군사법원 증거물 제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황진환 기자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황진환 기자 
    대화록에 따르면, 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이 전 장관의 주장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
     
    국방부는 '해병대 순직사고 조사 관련 논란에 대한 진실' 문건에서 "장관은 이첩보류만 지시했을 뿐 특정인 혐의 제외나 수사자료 정리 등의 내용을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책임 관련자는 징계 검토'라는 박 군사보좌관의 메시지는 '이첩보류만 지시했을 뿐'이라는 국방부 주장과 배치된다.
     
    박 군사보좌관은 당시 준장(별 1개)으로 중장(별 3개)인 김 사령관보다 계급이 낮았지만 사실상 장관의 의중을 대변‧전달하는 역할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 메시지는 제출된 증거로만 보더라도 7월 30일 이전부터 시작돼 8월 1일 저녁 가까이까지 촘촘하게 이어졌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연합뉴스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연합뉴스 
    김 사령관이 거의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깍듯한 존대를 나타낸 점 등으로 미뤄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 군사보좌관은 이날 오후 3시 53분 김 사령관에게 "ㅈㄱ님께서는 수사라는 용어를 쓰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ㅈㄱ'은 '장관'을 지칭한 것이다.
     
    그는 특히 "수사권이 없기에 수사가 아닌 조사라고 하셨고, 조사본부 이첩은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라며 장관 지시를 거의 직접적으로 전달했다.
     
    이는 채 상병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자는 해병대수사단의 건의가 묵살된 경위를 설명해준다.
     
    이와 관련해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은 국회 답변에서 해병대의 건의를 받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히면서도 정작 불발된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ㅈㄱ(장관)께서 수사라는 용어 쓰지 말라 하셨다" 개입 흔적 곳곳에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황진환 기자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황진환 기자 
    이번 대화록은 박정훈 대령에게 씌워진 항명 혐의와 반대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박 군사보좌관은 8월 1일 오전 10시 17분 메시지에서 "검찰과 유족 측에 언제쯤 수사결과를 이첩한다고 했는지요? 조만간 이첩은 어려워보여서요"라고 김 사령관에게 물었다.
     
    이는 국방부가 '진실 문건'에서 "장관은 7.31일 해병대사령관에게 이첩보류 지시를 하였고, 이에 해병대사령관은 전 수사단장에게 수차례에 걸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이첩보류 지시를 하였다"고 한 것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만약 장관이 분명하게 이첩보류 지시를 했다면, 그의 군사보좌관이 '조만간 이첩이 어려워 보인다'고 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특히 김 사령관은 박 군사보좌관의 물음에 "계획된 것은 내일 오전 10시"라면서 "조만간 이첩이 어렵다는 것을 어떻게 해야할지 많이 고민이 됩니다"라고 답했다.
     
    이 역시, 적어도 8월 1일 오전까지는 김 사령관도 당초 예정(2일 오전 10시)대로 경찰이첩할 계획이었음을 시사한다.
     
    박 대령이 상부의 명시적 지시를 고의적으로 어기고 경찰이첩을 시도했기에 항명이라는 국방부 주장과 다른 것이다.
     
    박 군사보좌관은 김 사령관의 답신을 받고 "지난 번 보고가 중간보고이고, 이첩 전 최종보고를 해야 된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라고 해법도 제시한다.
     
    그러나 김 사령관은 "위험성이 많은 부분이라 법무관리관과 수사단장(박정훈)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라며 즉답을 피해갔다.
     
    이 또한, 국방부와 김 사령관도 최소한 8월 1일 오전 시점에는 이첩보류의 정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방증이 된다. 이는 이첩보류 지시가 명시적이지 않았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첩보류 지시했다면서 조만간 어려워 보인다? '항명' 혐의와 반대 정황

    연합뉴스연합뉴스 
    한편 박 군사보좌관은 7월 30일 오후 5시 49분 김 사령관에게 "오늘 보고드린 내용을 안보실에도 보고가 되어야 될 것 같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국방비서관에게는 인지가 되어야 될 것 같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은 김 사령관이 채 상병 사건 조사결과를 이 장관에게 보고한 시점이다. 다음 날인 7월 31일 오전에는 대통령 수석보좌관 회의가 예정돼있었다.
     
    박 군사보좌관의 메시지는 이번 사건에 대통령실(국가안보실)의 개입은 없었다는 설명과도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당시 국방비서관은 항명 사태가 확대되자 임종득 안보실 2차장과 함께 교체된 임기훈 육군 소장이다. 그는 최근 중장으로 진급하며 국방대 총장에 영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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