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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이 안 와"…고민 깊어지는 '진퇴양난' 아시아나 이사회



기업/산업

    "밤에 잠이 안 와"…고민 깊어지는 '진퇴양난' 아시아나 이사회

    이달 30일 화물 사업부 매각 여부 결정 두고 이사회 진통 예고
    아시아나 노조 "'슬롯 반납·화물사업 매각' 반대..EU에 반대 서명지 전달"
    산은 "합병 불발시 공적자금 3.6억 회수 난망…이사회 합리적 결정 기대" 압박

    연합뉴스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선결조건으로 지목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두고 이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는 30일 이사회가 열리는 가운데 이사회 내부에서는 생존을 위해서는 합병을 꼭 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화물사업을 매각해야한다는 의견과 화물사업 매각이 합병을 반드시 담보할 수 없고, 핵심 사업부를 매각할 경우 회사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회사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후 자금 수혈 받아야' vs '매각=합병보장 아냐'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이사회는 오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부 매각 여부를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한 아시아나 고위관계자는 "30일에는 (화물사업부 매각 여부를) 결정해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앞서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인 EU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시 유럽과 한국 간 주요 여객·화물 노선의 경쟁제한(독점) 가능성을 이유로 슬롯 반납과 화물 사업 매각 등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항공사 간 합병은 필수승인국가 중 한 곳만 반대해도 안 된다. 아직 양사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이달 말까지 EU 경쟁당국에 시정안을 제출하려면 아시아나 이사회 승인이 필요하다. 아시아나 이사회는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과반인 4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아시아나 이사진은 화물 매각에 대한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화물사업 매각과 관련해 △배임죄 성립 여부 △대한항공과 합병 불발시 독자생존 가능성 △아시아나 주주가치 훼손 여부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이사진은 화물 분리 매각을 통해 합병을 매듭짓고 대한항공으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또 다른 이사진은 해외 경쟁당국이 합병 승인을 최종 불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배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가능한 모든 옵션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두고 회사의 재무적 가치를 포함한 기업가치, 고용안정, 항공산업 경쟁력 등 다양한 내용을 고려해서 논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및 아시아나항공 노조 조합원들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슬롯 반납 및 화물사업 분리매각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및 아시아나항공 노조 조합원들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슬롯 반납 및 화물사업 분리매각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임죄 해당 소지" vs "배임 이슈 없도록 노력"

    아시아나 이사진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배임죄 적용 가능 여부다. 그동안 아시아나는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화물 부문 역량을 키워왔다. 아시아나 화물사업은 2021년 팬데믹 당시 3조원을 넘어 여객 매출 급감 분을 상쇄하면서 실적 방어 역할을 톡톡히 했다.

    화물사업이 아시아나 경영활동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합병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화물사업 매각을 경정하는 것이 회사 이익에 반하고, 배임죄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이사회 일각에서 제기된다. 화물사업 매각으로 얻는 이익의 규모는 불확실하지만 매각에 따른 손해는 즉각적이고 그에 따른 주주가치의 훼손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의 KDB산업은행(산은) 국정감사(국감)에서도 여야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독과점 해소를 위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여부가 30일 이사회에서 결정된다는데 매각이 배임이란 의견도 있다고 한다"고 지적했고, 같은당 조응천 의원도 "아시아나항공 전체 매출 중 화물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도 76.7%에 이를 정도로 컸고 작년에도 53%였는데 (이런) 캐시카우 사업을 분리 매각키로 한 결정을 이사회에서 내리면 이게 형사적으로 배임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해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면서까지 합병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산은 강석훈 회장은" 화물사업 매각 등에 대한 다양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대한항공이 판단하기에 그렇게 해서라도 이 합병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지 않나, 판단해 그렇게 시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배임에 관한 것은 여러 다양한 보조 조항들을 넣어 배임 이슈가 없도록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배임죄는 법리 해석이 까다롭기 때문에 법원이 최종적으로 유무죄를 판단하기 전까지는 섣불리 배임이다, 아니다를 단언하기는 어렵고 이번 사안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합병 불발시 독자생존 불가능 vs 채권 일시 회수 안 하면 회복 가능

    아시아나 독자 생존 가능성도 이사진이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다. 화물사업 매각에 반대해 대한항공과 합병이 불발된 경우 재무 상태가 불안한 아시아나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 총 부채는 12조원, 부채비율은 1741%이다. 아시아나는 상반기에 201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자 등 금융비용으로 2023억 지출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이사회에서 화물 매각이 결의되면 1500억원을 바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은은 EU에서 HD현대와 결합을 불허한 뒤에도 지원을 계속했던 대우조선해양 사례와 달리 아시아나는 합병 무산 시 추가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합병 외에 아시아나의 생존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업황이 회복되고 있어 독자생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국공공운수노조와 산하 단체인 아시아나 노조는 지난 23일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에 반대하는 입장을 재차 밝히며 합병 불발시 아시아나가  파산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일각에 주장에 대해 "2019년 이후 실적은 해마다 좋아지고 있다"며 반박했다. 노조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아시아나가 채권단에 1조원을 상환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채권단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시에 채권을 회수하지 않는 한 아시아나항공은 지속가능하고 채권을 모두 상환할 채산성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가 화물 부문 매각을 결정한다고 해도 매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가 됐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을 위해 삼정KPMG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하고 진행중인 예비입찰에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은 처음부터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던 2위인 티웨이도 인수전에 참가하지 않는 방향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배경은 최근 항공 화물 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항공 화물 운송은 고가의 IT기기나 바이오 의약품 등을 주로 나르는데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홍콩~북미 간 발틱항공운임지수(BAI)는 2021년 12월 kg당 12.72달러에서 지난달 4.9달러로 61% 급락했다. 항공업계를 잘 아는 한 인사는 "항공 화물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항공기는 물론 조종사와 정비사 등 인력, 화주 관리 능력 등 다양한 역량을 보유해야 하는데 국내 업체 중 이런 역량을 가진 회사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아시아나항공 제공

    주주 가치 훼손 우려…이사진 상대 소송 가능성도

    화물 사업 매각 판단이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이사진의 부담을 키우는 지점이다. 아시아나의 주가는 2021년 9월 3만원 가까이 올랐지만 25일에는 9640원으로 마감했다. 2년여 만에 주가가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 사업 매각을 의결한다고 해도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일사천리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화물 사업 매각 의결에도 불구하고 EC가 다시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EC가 이를 승인한다고 해도 미국 경쟁당국이 다시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초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중 11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EU와 미국, 일본의 승인이 남아 있다.

    화물 사업 매각 불발에 따른 합병 무산과 화물 사업 매각 의결에도 불구하고 합병이 무산돼 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모두 존재하다 보니 이사회 입장에서는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모양새다. 주주가치가 훼손될 경우 주주들로부터 이사진이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산은은 아시아나의 화물 사업부 매각을 몰아치는 모양새다. 강석훈 회장은 24일 정무위 국감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불발 여파와 관련해 "기존에 투입한 3조6천억원대의 공적자금 회수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며 "이사회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기대한다"고 아시아나를 압박하고 나섰다.

    강 회장은 이어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 사업 부문을) 살리기로 의결한다면 또 국민의 혈세 또는 공적 자금이 얼마나 들어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합병이 그런 관점에서도 꼭 되기를 기원하고 있고, 제반 사항을 고려했을 때 아시아나 이사회가 합리적인 결정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사회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화물 부문 매각 찬성 측과 반대 측 모두 나름의 논리가 있고, 가결이든 부결이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요즘 밤에 잠을 못 잔다'는 이사진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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