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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면담 요청했지만…" 과기부, 4050 연구자 단체와 소통 부재



IT/과학

    [단독]"면담 요청했지만…" 과기부, 4050 연구자 단체와 소통 부재

    연총, 중진 연구원 2600명 소속
    "메인 연구자 4050 의견 수렴해야"
    과기부 "세대 가르지 않아…소통 채널 늘릴 것

    지난 15일 젊은 연구자와의 대화 참여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지난 15일 젊은 연구자와의 대화 참여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내년도 국가 R&D(연구개발)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이례적으로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 연구 현장에서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40대~ 50대 연구진들은 정부와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2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출연연구기관 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 사무국은 지난 달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실에 면담 요청을 했다. 1차관실은 과학기술과 관련된 국가 정책을 주관하는 곳이다. 그러나 1차관실은 연총 사무국에 만날 수 없다는 회신을 했다. 복잡한 상황인데다 바쁘다는 게 이유였다.

    연총 측은 7월에 열린 세계한인과학기술인 대회에서 과기부 혁신본부장을 만나자 R&D 삭감과 관련 상의하면 어떻겠냐고 했지만 정신이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과기부 혁신본부는 과기부 뿐 아니라 국가 전체 R&D 정책을 주관하는 기관이다. 비슷한 시기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장 측에도 만나서 토론하자고 요청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연총은 올해 1월 기준으로 22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출연연)에 근무하는 대부분 박사급 중진 연구원 약 26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연구 현장에서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40대~50대 연구원들이 대다수다.

    문성모 연총 회장은 R&D 예산 삭감의 핵심 문제점으로 '소통 채널이 없다'는 점을 꼽으며 "일선 연구자들의 공감대 없이 예산안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정부가 소수의 신진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원로들의 이야기는 들었지만, 다수의 현장 연구자들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서 "정작 메인이 되는 4050을 싹 뺀 것은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과기부는 8월 말 R&D 예산 감액안 발표 이후 과학계 반발이 커지자 지난 7일에는 주영창 과기부 혁신본부장이 30-40대 젊은 과학자 7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다음 주에는 이종호 장관이 연구자, 박사후연구원 등 10명을 만났다.

    한 연구자는 "물론 각 분야의 훌륭한 분들이 참여하셨지만 다수의 의견이라고는 볼 수 없다"면서 "다수의 연구진들이 속한 학회와 단체들도 있는데 이들의 의견은 듣지 않고 본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과학기술계는 현장 목소리를 듣지 않는 일방적 삭감 방식으로 인해 현장 연구 생태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며 우려하고 있다. 호원경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정부라면 정책 아젠다가 분명해야 하고 이에 뒷받침되는 예산안이 나와야 한다"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예산안이 나온 다음 현장에서 정부의 정책을 추정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호 교수는 "기존의 사업을 없앤다면 성과나 목표를 달성했는지 등 기본 평가에 근거해 없앴다라거나 어떤 방향이 필요하니 그 쪽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라는 설명을 누군가는 했어야 했지만 그런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여당 중 유일하게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만이 R&D 예산 삭감안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히며 지난 25일 연총과 함께 토론회를 열었다. 안 의원은 "정부가 R&D 예산 자체를 줄이는 것만 집중하는 건 잘못됐다"며 "먼저 해야 하는 것은 R&D 예산 사용을 감독한 정부의 방식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경 과기부 1차관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보자고 하시는 분들은 다 보고 있다"면서 "예산 관련해선 혁신본부장 쪽 관할이고, 1차관은 R&D 제도 혁신 쪽"이라고 설명했다. 주영창 혁신본부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화 오는 것들을 받고 있고 교수님들이 문의 주시면 최대한 설명하고 있다. 세대를 나누지 않는다"면서 "허심탄회하게 말하다보니 비공개로 진행되는 것들이 있는데 차차 소통 채널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과학기술계는 연일 성명서를 내며 R&D 예산 삭감에 대한 반발하고 있다. 출연연과 노조, 정부 부처 노조 등이 참여하는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가 출범해 성명서를 2차례 냈고, 국내 기초연구 분야 27개 학회와 협회가 소속된 '기초연구연합'도 성명서를 냈다. 기초연구연합 대표 교수들은 간담회를 열고 기초연구 삭감의 문제점을 짚기도 했다. 기초과학 관련 주요 학술 단체들이 속한 '기초과학 학회 협의체'도 "편견과 졸속으로 마련된 정부안을 원점으로 되돌리라"며 성명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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