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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관리원 임금·수당 소송이 쏘아 올린 '사회적 신분'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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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국도관리원 임금·수당 소송이 쏘아 올린 '사회적 신분' 논쟁

    핵심요약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근로기준법상 사회적 신분으로 볼 수 없어"
    반대의견 "비교대상 근로자, 같은 종류의 업무 대상자로 판단해야"
    반대의견 "공무원과 비교해야…무기계약직, 사회적 신분에 해당"
    국도관리원, 국가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패소' 확정
    김명수 대법원장 포함 사회적 신분 인정 여부에 7대 6 의견 팽팽
    별개의견 권영준 대법관, 사회적 신분 인정…다만, 합리적 이유 있어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 대법원 제공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 대법원 제공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제6조에 등장하는 '사회적 신분'이 국도관리원 임금 소송을 계기로 여론의 시선을 끌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21일 국도관리원 김모씨 등 6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은 국토교통부 소속 각 지방국토관리청과 무기계약을 체결하고 도로의 유지·보수 업무 또는 과적차량을 단속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다.

    이번 소송은 김씨 등이 공무원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데도 공무원들과 달리 정근수당이나 가족수당 등을 받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수당을 받지 못한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과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한 '차별적 처우'라며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쟁점은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노동자라는 고용 지위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이 원고들의 비교 대상 노동자가 될 수 있는지 △원고들에게 각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등이다.

    전합 다수의견(대법관 7명)은 김씨 등의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차별적 처우 사유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공무원은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워 비교 대상 집단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은 무기계약직 노동자라는 고용상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고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상, 불리한 처우가 있었는지에 관해 더 판단할 필요 없이 국가가 김씨 등에게 차별적 처우를 했다고 볼 수 없다며 김씨 등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다수의견에 따라 이번 소송은 김씨 등의 패소가 확정됐지만, 주목할 점은 대법관 6명이 사회적 신분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해 '사회적 신분'에 대한 기준이 변경될 가능성이 엿보였다는 점이다.

    전합은 법원행정처장인 김상환 대법관을 제외하고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 13명의 대법관이 참여한다. 전합 심리에 대법원장은 통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신분에 대한 인정 여부는 대법관 6대 6 의견으로 팽팽했다는 얘기다.

    반대의견을 낸 민유숙·김선수·노정희·이흥구·오경미 등 5명의 대법관은 "비교 대상 근로자는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공무원을 비교 대상 근로자로 삼을 수 있고,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는 고용상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수의견은 공무원의 신분적 특성을 강조해 공무원을 비교 대상에서 배제하면서도 신분에서 큰 차이가 나는 무기계약직에 대해서는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해 일관성 없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들 대법관은 국가가 김씨 등에게 가족수당과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으므로 국가는 위 각 수당에 상당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여기에 다수의견과 결론은 같이 했지만 별개의견을 낸 권영준 대법관도 사회적 신분에는 해당한다고 봤다.

    권 대법관은 "사회적 신분은 성별, 국적, 신앙 이외의 것으로 사회 제도나 문화, 관행 등으로 인해 근로 내용이나 가치와 무관하게 근로조건 결정을 일정한 범위 내로 정형화·고착화시키는 사회적 힘을 가진 계속적 지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지위가 반드시 영구적이거나, 장기간 고정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당한 기간 계속될 수 있으면 충분하다"면서 "다만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적 처우에 법적 책임이 부과되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신분을 구성하는 지위는 다른 사회적 지위와 뚜렷하게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대법관은 "김씨 등의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고, 김씨 등과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차별적 처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가가 김씨 등에게 각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며 미지급 수당 등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 다수의견과 같이 패소 결론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에서 대법관들의 의견이 정확히 절반으로 나뉜 만큼 향후 무기계약직 노동자라는 고용상 지위에 대한 사회적 신분 인정 여부에 대한 법적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의 한 변호사는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한 만큼 당분간 판례 변경이 재차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사회적 신분에 대한 관심은 물론 근로기준법 6조를 둘러싼 적용 범위에 대한 논의는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국가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공무원을 비교 대상자로 해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른 차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명시적으로 판단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다만 "이 판결은 공무원을 비교 대상자로 지목한 차별 사안에 관한 판단이고,  공무원이 아닌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 등 일반 근로자를 비교 대상으로 차별을 주장하는 사안에 관한 판단은 아니며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을 일반적으로 부정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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