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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강제추행 '항거곤란' 판례 폐기…40년 만에 범위 넓혀



법조

    대법, 강제추행 '항거곤란' 판례 폐기…40년 만에 범위 넓혀

    핵심요약

    대법원 전합, 강제추행죄 '폭행·협박' 법리 40여년 만에 변경
    "근래 재판 실무 흐름 반영"…대법, 강제추행 성립 기준 완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추행죄'에 있어 피해자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 정도를 '저항이 곤란한 정도'에 이르지 않아도 성립한다고 판례를 변경했다. 40여년 만에 기존 법리가 변경되면서 강제추행죄 성립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다.

    대법원 전합(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21일 성폭력처벌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전합은 다수(12명)의견에서 "강제추행죄에서 추행의 수단이 되는 '폭행 또는 협박'에 대해 피해자의 항거가 곤란할 정도일 것을 요구하는 종래의 판례 법리를 폐기한다"며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해 상대방을 추행한 경우에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그간 법원은 강제추행죄에 있어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를 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기습추행형'과 폭행과 협박이 추행보다 먼저 수단으로 이뤄지는 '폭행·협박 선행형'으로 구분해 판단해 왔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후자 유형으로 기존 폭행 또는 협박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해 유지할 것인지 여부였다. 특히 이번 판례 변경은 최근 재판 실무의 흐름 변화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근래의 재판 실무는 종래의 판례 법리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행위가 폭행죄에서 정한 폭행이나 협박죄의 협박 정도에 이르렀다면 사실상 상대방의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라고 해석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종래의 판례 법리에 따른 현실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칫 성폭력범죄 피해자에게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거나 2차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 인식을 토대로 형평과 정의에 합당한 형사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로 인해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으로 피해자의 저항이 곤란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요구하는 종래의 판례 법리는 그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연합뉴스 대법원. 연합뉴스 
    대법원은 "이제 범죄구성요건의 해석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사실상 변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현재의 재판 실무와 종래의 판례 법리 사이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오해의 소지와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동원 대법관은 별개의견을 통해 "상대방의 저항을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요구된다고 판시한 종래 법리는 여전히 타당하다"며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종래 법리에 따르더라도 이번 사건에서는 주의적 공소사실(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는 것이 맞는다고 보고 다수의견 결론에는 동의했다.

    A씨의 행위가 피해자의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 행사에 해당해 강제추행한 것이 맞는다는 취지다.

    A씨는 미성년인 사촌 여동생을 끌어안아 침대에 쓰러뜨리고 신체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강제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을 무죄로 보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추행)을 유죄로 판단해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이 혐의는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위력을 행사한 사실만 있으면 인정된다.

    대법원은 이날 판례를 변경하면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에 이송했다. 당초 군사법원에서 2심까지 진행됐지만 성폭력 재판은 관할 고법에서 맡도록 군사법원법이 개정됨에 따라 파기환송심은 서울고법이 맡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강제추행죄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법익, 근래 재판 실무의 변화에 따라 해석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성 등에 비춰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 의미를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죄의 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죄의 협박)'로 새롭게 정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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