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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까지…못 산다" 석산 매립장에 '뿔난' 화성시민들



경인

    "쓰레기까지…못 산다" 석산 매립장에 '뿔난' 화성시민들

    채석사업 이어 매립장 추진하는 삼표
    환경영향평가 절차로 '사업 공식화'
    기피시설 확장에 지역사회 '부글부글'
    정명근 시장 "주민 여론, 환경성 고려"
    김경희 의장 "공존 아닌 이윤 추구만"
    회사 측 "부작용 방지+공공시설 투자"

    지난 5일 오후 경기 화성시 비봉면 양노리 일대에 위치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굴착기가 흙과 돌을 덤프트럭에 싣고 있다. 박창주 기자지난 5일 오후 경기 화성시 비봉면 양노리 일대에 위치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굴착기가 흙과 돌을 덤프트럭에 싣고 있다. 박창주 기자
    지난 5일 오후 4시쯤 경기 화성시 비봉면에 위치한 채석장은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오가며 돌과 흙을 퍼 나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주변 산지는 곳곳이 깎여 암벽으로 된 속살을 드러내며 일대를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었다.
     
    석재들을 가공하는 대형 공장시설에서는 돌더미를 잔뜩 실은 트럭이 드나들 때마다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출입구에 설치된 차량세척기에서는 쉼 없이 물이 뿜어져 나왔다.
     
    이면도로인 진입로 가장자리에는 시멘트 포대가 실린 화물차와 승용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비좁아진 길을 따라 레미콘 차량과 트럭 등이 계속해서 드나들고 있었다.
     
    이곳은 삼표산업이 건설현장에 공사용 골재를 납품하기 위해 수십 년간 채석 작업을 해온 석산이다. 일정 기간 정부 허가를 받은 뒤 기한이 만료되면 다시 흙을 덮어 복구하는 방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표그룹의 한 계열사가 복구 대상 부지 중 일부 땅에 폐기물 매립장을 조성하겠다고 나서면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양노4리 김동국 이장은 "소음과 먼지 피해에 사고도 난 적이 있어 트럭들 다니는 길로 걷는 것조차 무섭다"며 "이런 곳에 매립장까지 더 짓겠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따졌다.

     

    삼표, 화성 채석장에 '매립장' 추가 공식화

     
    비봉면 채석장 주변 산지가 곳곳이 깎여 암벽으로 된 속살을 드러낸 모습. 박창주 기자비봉면 채석장 주변 산지가 곳곳이 깎여 암벽으로 된 속살을 드러낸 모습. 박창주 기자
    35년간 화성 내 석산에서 골재채취 사업을 해온 삼표그룹이 채석허가가 만료된 일부 부지에 폐기물 매립장 조성을 추진하면서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7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삼표그룹 계열사인 에스피네이처는 양노리 일대에 축구장 36개와 맞먹는 25만 8천여㎡ 면적의 폐기물 매립장(화성에코파크) 조성을 추진 중이다.
     
    매립용량은 일반폐기물(745만여㎥)과 지정폐기물(232만여㎥)을 합쳐 1천만㎥에 이르는 규모다.
     
    애초 삼표산업이 건설자재를 만들기 위해 채굴해온 부지(60여만㎡) 중 허가기간이 만료된 30%가량의 땅 가운데 일부 구간에 쓰레기 매립장을 짓는 방식이다.
     
    산지관리법상 채취 행위가 끝나면 다시 임야로 복구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미 굴착된 일부 부지를 활용해 친환경 공법으로 수도권의 폐기물 매립장을 확장하겠다는 게 사측의 취지다.
     
    이를 위해 에스피네이처는 지난 7월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에 기본 사업구상안을 포함한 환경영향평가 관련 준비서를 정식 제출했다. 첫 단추를 꿰며 사업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를 받겠다며 사업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체 공정률로 보면 0.1%의 초기단계다"라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법적 하자 여부 등을 따지는 절차를 거쳐, 이를 통과하면 향후 화성시에 개발사업 허가신청을 낸 뒤 심의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피시설 확장에 지역사회 "결사반대" 한목소리

     
    비봉폐기물매립장반대위원회가 제작한 매립장 반대 홍보물. 위원회 측 제공비봉폐기물매립장반대위원회가 제작한 매립장 반대 홍보물. 위원회 측 제공
    하지만 지역사회는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그간 채굴로 소음과 분진, 사고위험의 피해를 감수해온 데 이어, 또 다시 침출수와 악취가 우려되는 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반감이다.
     
    특히 시민들은 기존 채석 허가 기한이 종료된 땅을 원상 복구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뒤로한 채 '기업의 영리만을 추구하는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먼저 인근 주민과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비봉폐기물매립장반대위원회는 화성시서부권폐기물 대책위원회, 화성시민의힘 등과 함께 지난달 17일 한강유역환경청에 반대 민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민원서와 전단지에서 "주민 7천여 명이 채굴과 수백 대의 트럭으로 고통을 겪어 왔다"며 "자신들은 복구비용을 아끼고 농민들의 피해를 가중시킬 수 있는 폐기물로 돈을 더 벌겠다니 양심 없는 기업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삼표산업 화성사업소로 이어지는 진입로에는 대형 트럭과 승용차 등이 한편에 주차돼 있는 가운데, 좁아진 이면도로로 레미콘 차량과 덤프트럭 등이 드나들고 있었다. 박창주 기자삼표산업 화성사업소로 이어지는 진입로에는 대형 트럭과 승용차 등이 한편에 주차돼 있는 가운데, 좁아진 이면도로로 레미콘 차량과 덤프트럭 등이 드나들고 있었다. 박창주 기자
    또 인근 비봉지구에 대규모 택지개발(2025년 7천 세대·2만 명 입주 예정)이 이뤄지고 있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며, 향후 매립장에 대한 인·허가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뒤따른다.
     
    화성비봉택지지구연합회는 "삼표의 막대한 이익에 기여했다"며 "약속된 기간이 도래한 만큼 새 사업을 도모하기보다 원래 산림으로 되돌리는 게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화성시는 삼표산업의 원상복구 의무를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된다"며 "지정폐기물 최종처분업 인허가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 천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화성시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들로 현재까지 게시된 민원글은 화성시청 홈페이지 시민소통광장과 국민신문고를 합쳐 1200건에 달한다.
     
    이처럼 반발 분위기가 고조되자 정명근 화성시장은 민원 답변서를 통해 "향후 인·허가 접수, 협의요청 등의 절차가 진행되면 주민들의 우려사항, 환경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시의 공식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희 화성시의회 의장도 "오랜 세월 주민에게 피해를 준 기업이 공존하는 시대에 역행하듯 계속 이윤만을 추구하고 있다"며 "공익적인 사업을 하길 바란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삼표 측 "상생방안 만들어 계속 추진할 것"

     
    삼표산업 화성사업소 입구 모습. 박창주 기자삼표산업 화성사업소 입구 모습. 박창주 기자
    이에 대해 에스피네이처 측은 우려 제기에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는 데다, 부작용 방지와 주민상생 방안 등도 마련돼 있다며 사업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폐기물 매립장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사업에 따른 이익의 일부를 지역사회를 위한 인센티브로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의 공감대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에스피네이처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인천 수도권 매립지가 2025년부터 반입 중단될 예정으로 폐기물 매립장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이미 깊이 파놓은 부지가 있어 추가 발파와 자연훼손 없이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으로 공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어돔을 씌워 냄새 확산을 최소화하고 차량 운행 시간을 제한하는가 하면, 침출수 등이 방출되지 않는 개방·폐쇄 혼합형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라며 "지역의 대표성 있는 단체가 만들어지면 협의를 거쳐 수영장을 포함한 복합체육관 같은 주민 편익 시설을 짓는 등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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