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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기간 종료 코앞인데…'비대면 진료' 찬반 진통 여전



보건/의료

    시범기간 종료 코앞인데…'비대면 진료' 찬반 진통 여전

    6~8월 석 달간 시범사업…'재진·의원급' 중심 원칙은 그대로
    9월부터 불법 신고센터(☎129) 운영…위반 적발 시 행정처분
    중개플랫폼, 허가 아닌 '신고제'?…시민사회계 "의료민영화 수순" 반발
    무상의료운동본부 "영리병원 도입과 마찬가지…플랫폼에 의료 종속될 것"
    의협 "어디까지나 대면진료 보조적 수단" vs 원산협 "적용대상 확대해야"

    지난 5월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과 관련해 비대면 진료 과정이 취재진에 시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지난 5월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과 관련해 비대면 진료 과정이 취재진에 시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코로나19 유행 이후 제도화에 본격 착수한 '비대면 진료'의 시범사업이 이달 말일로 종료된다. 계도기간은 열흘도 채 안 남았지만 비대면 진료 관련 법제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찬반이 팽팽한 상황이다.
     
    22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에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상정한다. 의료진을 1번 이상 대면으로 만난 적이 있는 '재진 환자' 대상으로 실시하되 의료취약지에 해당하는 도서·벽지 환자, 노인·장애인 및 감염병 확진자 등의 초진은 허용한다는 원칙은 그대로 적용될 전망이다.

    계도기간 종료 목전…정부 "9월부터 불법행위 행정제재" 강조


    정부는 지난 21일 열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실무회의에서 '불법행위 근절'에 초점을 맞추고 현장의 협조를 당부했다. 9월 1일 이후 정부가 정의한 대상범위에서 벗어나거나 매뉴얼을 어긴 비대면 진료는 행정 제재 대상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월부터 지금까지 약 석 달간의 계도기간 동안 △초진 대상이 아닌 환자에게 진료를 하거나 △재택수령 대상자가 아닌 환자에게 약을 배송하거나 △불법으로 대리처방을 하는 등 시범사업 지침 또는 의료법 위반이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비대면 진료가 '재진 중심'으로 실시돼야 한다는 대원칙은 의료계 전반의 요구였다. '촉진(觸診)'을 포함해 진료는 대면이 기본값이라는 명제가 깨져선 안 된다는 취지다.
     
    환자 얼굴을 직접 보지 않고 전화나 화상으로 상담하고 약을 처방하는 것은 예외적 경우에 국한돼야 혹시 모를 의료사고를 막고 환자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 기간 어느 정도 비대면진료 초진의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보는 플랫폼업체들과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정부는 의료기관에서 누가 초진 대상인지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애로사항이 잇따르자, 관련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수진자 자격조회' 등 병원들의 OCS(Order Communication System) 시스템 정비는 내달 초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재택수령 대상자가 아닌 환자에 대한 약 배송(약사법 제50조 제1항 위반), 남성이 사후피임약을 처방받는 등 진료환자 당사자가 아닌 타인의 대리처방 수령(의료법 제17조의2 위반·66조 상 '의료인 품위손상' 등) 또한 불법에 해당한다고 정부는 안내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에게 직접 진찰을 받은 환자가 아니면 처방전을 수령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환자를 보지 않은 의사들이 처방전을 작성·교부하거나 발송하는 것도 위법이다.
     
    다음 달 이후 이같은 행위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점검 결과에 따라, 청구금액이 삭감될 수 있다. 정부는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지침 위반이 반복될 경우 보건소를 통한 행정처분 등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복지부는 이와 동시에 9월 1일부터 자체 콜센터에 '불법 비대면진료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한다. 환자나 의료인, 약사 등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위반사례 발생을 인지했다면 복지부 콜센터(☎129)에 신고하면 된다.
     
    아울러 정부는 마약류나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 처방 제한에 대한 지침 준수도 재차 당부했다. 해당 목록에 추가할 의약품이 있는지도 자문단 회의에서 의약계, 전문가와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제공보건복지부 제공

    플랫폼 '신고제'로 가자는 정부…의료계·환자단체는 "규제 강화"·"공공플랫폼" 주장 


    언뜻 큰 틀의 '교통정리'는 끝난 듯하나, 시민사회계의 반발은 아직도 거세다. 환자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곧 '의료 민영화'로 가는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플랫폼업체에 대한 허가 없이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케 하자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 전반의 시장화·산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0여 개 노동·시민단체가 참여 중인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등은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리 플랫폼에 의한 의료민영화, 비대면진료 법제화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당초 핵심 쟁점이었던 '초진이냐, 재진이냐' 여부는 본질이 아니라고 봤다. 영리가 목적인 사기업을 플랫폼으로 참여시켜 의료를 상업화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단체들은 "기업에 환자 중개를 허용하는 건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십여 개가 난립한 플랫폼들은 투자를 수익으로 회수하려 할 것"이라며 "예컨대 '닥터나우' 하나에도 네이버 같은 대기업과 여러 벤처캐피털들이 500억 이상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시범사업 시 가산수가를 적용한 점을 들어 법제화 이후 그 이상의 수가 인상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고스란히 환자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부담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또 "당장 수수료를 받지 못하더라도 의료 전반을 아우르는 슈퍼 앱(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는 것 자체도 커다란 문제"라며 "플랫폼의 특성상 의료기관·약국들이 플랫폼에 종속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과 같이 건강 관리와 만성질환치료, 의료기관 알선을 아우르는 거대한 민영화 모델을 만드는 길이란 게 단체들의 우려다. 제약업으로까지 연결돼 플랫폼업체가 '물류센터형 약국'을 세우고 약 배송을 계열화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 시장화를 막으려면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더라도 통로가 '공공 플랫폼'으로 제한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은 "코로나 때도 환자와 의료기관을 비대면으로 연결하는 공적 시스템이 필요했지, 사기업 난립을 부추길 일이 아니었다"며 "그간 영리 플랫폼은 전문의약품 광고, 약물 선택, 불법조제 등 온갖 문제를 일으켜왔고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민감 개인정보인 의료정보 보호를 위해서라도 해당 플랫폼 운영은 국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도 플랫폼 업계에 대한 보다 확실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한 환자가 두 달 동안 플랫폼 4곳을 통해 2년 2개월치 탈모약을 사재기한 사실 등 의학적 안전성, 임상적 유용성, 건보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사례들이 무수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의협은 △소아청소년과 야간·휴일 비대면진료 초진 불허 △섬·벽지, 거동불편자(등록 장애인), 감염병환자 등 초진허용대상의 구체적 기준 설정 △비대면진료 법적 책임소재 명확화 △중개 플랫폼 불법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비급여 의약품 처방 관련 비대면진료 오남용 반대 등이 관철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지난 3년간 상급병원으로의 '쏠림' 현상 또는 심각한 의료사고 등이 확인된 바 없다며, 재진·의원급 기반 적용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 복지부 제공'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 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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