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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대행 왜 선택 못하나"…보험사만 웃는 '실손 간소화법'?



보건/의료

    "전송대행 왜 선택 못하나"…보험사만 웃는 '실손 간소화법'?

    "의료정보 전송 위탁하는 중계기관, 택일할 수 있어야"
    "환자들 바라는 건 중증질환 고액청구 거절당하지 않는 것"

    7일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하고 '바른실손국민포럼'이 주관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 의협 제공7일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하고 '바른실손국민포럼'이 주관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 의협 제공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14년 만에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은 가운데 의료계는 "보험사의 이익만을 고려한 과잉입법"이라며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특히 의료데이터 전송 관련 요양기관의 선택권을 배제하고 시스템 구축 주체를 정확히 명시하지 않은 법적 미비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바른실손국민포럼'(가칭)과 함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15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금 청구를 위해 일일이 떼야 했던 진단서 등의 종이서류를 전산으로 전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보험 가입자가 직접 병원·약국을 찾아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했던 번거로움이 사라진단 점에서 2009년부터 비슷한 법안이 계속 발의됐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의 이유로 입법이 무산됐다.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 중 하나는 환자정보 전송을 위탁하는 '전문 중계기관'이다.
     
    첫 발제자로 나선 최청희 의협 법제이사 겸 보험이사는 개정안의 적용을 받는 진료정보 등이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민감)정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 관련규정도 현행법 체계를 벗어나선 안 되지만, 실제로는 기존 법 질서와 충돌한다는 게 최 이사의 주장이다.
     
    최 이사는 신용정보법을 예로 들어 일반적인 전송요구권(정보 주체가 개인정보 보관 대상에 대해 제3자에게 그 정보를 이전토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의 경우, 전송대행 주체를 특별히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현재의 개정안과 같이 '보험회사 또는 보험회사가 위탁하는 전송대행기관'의 전산시스템만을 이용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는 것이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전송요구권의 행사를 지원하거나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관리전문기관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의 지정을 받아야 하고, 지정취소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다고 언급했다. 단일 기관이 아닌 여러 업체가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슷하게 신용정보법도 중소형 정보제공자의 경우 한국신용정보원, 농협중앙회 등 총 11곳을 중계기관으로 지정하고 이 중 택일토록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인 최 이사는 "전송 의무자가 여러 중계기관 중 선택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신용정보법과 달리 개정법은 요양기관의 전송기관 선택권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송대행기관으로 언급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요양급여 비용을 심사하거나 적정성을 평가하는 기관이고 보험개발원은 보험사들이 설립한 법인으로 '청구 간소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연했다.
     
    그간 논의에 비춰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한 중계기관은 심평원 등 '단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체계정당성에 반(反)하는 것"이라고 최 이사는 주장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국의 개입을 막고 다수의 중계기관을 운영해 요양기관이 자율적으로 전송방법과 대행기관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의협회관에서 열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의협 제공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의협회관에서 열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의협 제공
    실무적으로 의료기관이 보험사나 중계기관에 자료를 보내는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 관련 규정이 없는 점도 우려사항으로 꼽혔다. 보험계약 당사자가 아닌 의료인에게 행정비용을 전가해 직업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취지다.
     
    최 이사는 "형식은 피보험자를 위한 보험금 청구의 간소화라 하지만, 실질적으론 보험사 영업을 위해 실손의료보험에 관한 진료데이터를 수집·활용하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이를 통해 보험금 지급 거절사유를 명확히 하고 보험상품 개발에 활용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시민사회계도 '실손 청구 간소화'가 환자의 편의보다 민간 보험사들의 수익 창출을 위한 내부 정보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상호 이사는 "보험업계는 청구과정의 불편을 해소해 가입자들이 청구 자체를 포기하는 것을 막겠다며 집요하게 실손 청구 간소화를 요구해 왔지만, 다른 한편에선 퇴원약으로 처방받은 고액의 표적항암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등 비윤리적이고 반인권적인 행태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실손 가입의 주된 목적으로 환자들이 절박하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고액 청구는 소송을 통해서라도 미지급하려는 모습을 볼 때 '환자를 위해서'란 업계의 주장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 이사는 "환자들이 바라는 것은 중증질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의료비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지 않는 것이지, 포기해도 그만인 소액 의료비에 대한 보험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조희흔 간사도 "정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해서라면, 진료 세부내역이 없는 영수증, 증빙 등의 정보를 최소한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도 간소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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