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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그 사건' 이상훈 변호사 "박은빈 배우에 감사하죠"



경인

    우영우 '그 사건' 이상훈 변호사 "박은빈 배우에 감사하죠"

    드라마 '우영우' 모티브 된 20여년 전 '천은사 관람료 소송'
    이상훈 변호사 "사찰 방문자만 문화재 관람료 내야"
    대법원 승소…20년 뒤 드라마 소재로 "박은빈 배우 감사"
    "거대담론보다 작은권리가 중요"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없음.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없음.
    "소송을 진행하다 보니 극락가긴 틀렸구나 싶었어요."

    이상훈(54) 변호사는 20여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웃었다. 당시엔 고민도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현재는 의미있는 기억 중 하나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젊은 시절의 이 변호사가 맡았던 사건을 다뤘다. 지리산 천은사를 상대로 한 이른바 '관람료 반환소송' 이다.

    이상훈 변호사이상훈 변호사

    소송까지 번진 '문화재 관람료 1600원'


    지리산 3대 사찰 중 하나로 꼽히는 천은사는 지난 1987년부터 국립공원 입장료와 함께 문화재 '관람료'를 받아왔다. 금액은 1600원. 천은사 앞을 지나는 지방도 861호선을 이용할 경우, 천은사가 소유한 문화재 등을 자연스럽게 관람하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적은 돈이었지만, 문제는 천은사를 방문하지 않고 지나가는 단순 탐방객도 관람료를 내야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2000년 참여연대는 천은사를 상대로 문화재 관람료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참여연대 상근변호사로 활동하던 이 변호사는 소송을 맡았다.

    이 변호사는 "당시 산을 굉장히 좋아해서 지리산도 종종 갔는데, 입장료를 낼 때마다 '왜 이걸 내야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며 "당시 시민들의 민원까지 많아서 이참에 판단을 받아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소송을 맡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과거 통행료를 받던 지리산 천은사. 구례군청 제공과거 통행료를 받던 지리산 천은사. 구례군청 제공
    하지만 천은사 측은 크게 반발했다. 도로를 지나는 이용객들이 문화재를 관람할 의사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고, 입장료와 관람료를 분리하면 새로운 매표소 설치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참여연대는 '공물(公物)' 이론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행정법상 도로는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공물이고, 천은사 앞을 지나는 지방도로 또한 공물이라는 것이었다. 즉 공물을 이용하는 탐방객들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지불하라는 건 부당하며, 사찰을 방문하는 이용자들에게만 관람료를 징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참여연대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참여연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탐방객들이 이용하는 지방도가 사찰을 통과한다는 이유만으로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결했고, 대법원도 같은 판단이었다.


    20년 뒤 드라마로 재탄생…"박은빈 배우 연기해줘서 감사"


    이렇게 20여년 전 뜨거웠던 기억은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재탄생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작사는 이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이 펴낸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를 참고해 일부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이 변호사 등은 이렇게 받은 저작권료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직접 담당했던 소송을 박은빈 배우가 주인공으로서 연기해줘서 매우 기쁘고 감사했다"며 "각색은 있었지만 중요한 지점들은 모두 잘 살려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소송 중 기억나는 장면으로 토론회 당시를 떠올렸다. 이기고 지는 소송과는 별개로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기관이 모였는데, 유독 사찰 관계자들이 인상깊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유독 풍채가 좋은 사찰 관계자들이 가장 앞 줄에 앉아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괜히 식은땀이 났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도 기억에 남는데, 당시 함께 취재를 했던 방송사 PD가 다시 사찰에 가서 등산객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하자고 하더라"며 "우리한테 감정이 좋을 수가 없는 상황인데 손사래를 쳤던 기억이 난다"고 설명했다.


    '거대담론' 보다는 '작은 권리'가 더 중요


    이 변호사는 '관람료 소송'을 위해 지난한 시간을 보낸 이유로 '작은 권리'를 들었다. 시민들에겐 거대 담론보다 작은 권리 행사가 더 중요하다는 신념에서였다.

    이 변호사는 "당시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에서 활동했는데, 일상에서 겪는 작지만 부당한 일을 해결하는 게 목적이었다"며 "언론에 나오는 거대담론은 오히려 시민들에게는 먼 이야기로 들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작은 권리는 우리 생활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그런 일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관람료 소송 또한 그런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상임위원으로도 활동중인 이 변호사는 "진실화해위원회가 진행중인 사건에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며, 진화위 또한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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