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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팔지만 카페는 아니다" 해운대구의 꼼수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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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는 팔지만 카페는 아니다" 해운대구의 꼼수 행정

    부산 해운대구청, 청사포 관광안내소에 '커피 체험장' 마련
    카페 영업 허가 못 내는 장소…'체험장'으로 변형해 운영
    '휴게음식점' 신고 대상 아니라 위생 관련 규정서 벗어나
    시민단체 "구청이 오히려 규정 피하는 법 제시" 비판
    해운대구 "영업 행위·관리에 문제없어" 반박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다릿돌전망대 커피 체험장 '꿈+블렌딩'에서 제공하는 핸드드립 체험 세트. 독자 제공부산 해운대구 청사포다릿돌전망대 커피 체험장 '꿈+블렌딩'에서 제공하는 핸드드립 체험 세트. 독자 제공
    부산 해운대구가 카페 영업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곳에 '체험장'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꼼수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가 편법을 저지르며 규제를 회피하는 방법을 직접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가족과 함께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일대를 찾은 직장인 김모(30대·남)씨. 다릿돌전망대에서 해안 절경을 감상한 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다가 관광 안내소 2층에 있는 카페에 들어섰다.
     
    단체 손님으로 북적이는 카페 내부로 들어서자, 종업원은 김씨에게 "이곳은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핸드드립 커피 체험장'"이라고 안내했다. 메뉴판을 보니 '예가체프', '케냐 AA'등 각종 원두 이름과 5500원부터 7천원까지 가격도 표시돼 여느 카페와 다름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특이하게 메뉴 뒤에는 '체험'이라는 단어가 붙어있었고 가격도 '체험비'로 표기돼 있었다.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다릿돌전망대 커피 체험장 '꿈+블렌딩'의 메뉴판. 메뉴 이름에 '체험'이 강조돼 있다. 독자 제공부산 해운대구 청사포다릿돌전망대 커피 체험장 '꿈+블렌딩'의 메뉴판. 메뉴 이름에 '체험'이 강조돼 있다. 독자 제공
    체험비를 내자, 원두와 함께 그라인더, 종이필터, 주전자 등 커피를 직접 내려 먹을 수 있는 도구와 간식이 쟁반에 담겨 나왔다. 원두를 갈기 직전 그라인더에 끼여 있는 커피 가루를 발견한 뒤 직원에게 이대로 써도 괜찮은지 문의하려 했지만, 홀로 매장을 지키는 직원은 다른 손님이 주문한 음료를 직접 만드느라 분주해 보여 이내 단념했다.
     
    김씨는 "커피를 직접 내려 먹는다는 것만 빼면 여느 카페와 다를 게 없었다. 커피가 아닌 생강라떼 등 다른 음료는 종업원이 직접 만들어주는 모습도 보였다"며 "카페인 줄 알고 들어섰다가 체험장이라고 해서 약간 당황했지만, 색다른 카페를 찾았다고 생각해 그대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다릿돌전망대 커피 체험장 '꿈+블렌딩' 내부 모습. 여느 카페 풍경과 다르지 않다. 독자 제공부산 해운대구 청사포다릿돌전망대 커피 체험장 '꿈+블렌딩' 내부 모습. 여느 카페 풍경과 다르지 않다. 독자 제공
    김씨가 찾은 곳은 해운대구가 지난 2019년 청사포다릿돌전망대 관광안내소 2층에 마련한 '꿈+블렌딩'이다. 구는 당시 해운대구 신문을 통해 '꿈+블렌딩'을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돕기 위한 일자리형 '카페'로 소개했다. 실제 보건소와 문화회관 등에 조성한 매장은 일반적인 카페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해운대구는 애초 다릿돌전망대 관광안내소 지점 역시 카페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안내소 건물이 가설건축물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안내소로 진입하는 도로 폭이 3m도 되지 않아 건축법상 건축물로 허가를 받지 못한 것이다. 식품위생법상 가설건축물에서는 카페 등 휴게음식점 허가를 받을 수 없다.
     
    2019년 8월 1일자 해운대구 구보 '해운대신문'에서 '꿈+블렌딩'을 일자리형 '카페'로 소개하고 있다. 해운대신문 캡처2019년 8월 1일자 해운대구 구보 '해운대신문'에서 '꿈+블렌딩'을 일자리형 '카페'로 소개하고 있다. 해운대신문 캡처
    이 때문에 유독 청사포 지점만 별도의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도 운영할 수 있는 '체험장'이라는 독특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통상 카페를 열기 위해서는 종사자 전원이 건강진단결과서(보건증)를 발급받고 위생교육을 수료한 뒤 구청에 영업신고를 해야 하지만, 해운대구처럼 '체험 및 교육장'으로 운영하면 이런 의무가 사라진다.
     
    해운대구가 스스로 꼼수를 부려 편법 운영을 저지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역 시민단체 역시 음식점 위생 실태를 단속하는 구청이 오히려 규정을 회피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며, 제도 정비를 통해 문제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장은 "일반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위생과 관련한 단속에 적발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애초 휴게음식점 신고와 기준 규정도 먹는 음식을 취급하기 때문"이라며 "음식점을 단속하는 구청이 자기 입맛에 맞게 행정을 하면, 결국 자영업 현장에서도 '저런 식으로 규정을 빠져나갈 수 있구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다릿돌전망대 관광안내소 건물 외벽에 붙은 '꿈+블렌딩' 커피 체험장 간판. 독자 제공부산 해운대구 청사포다릿돌전망대 관광안내소 건물 외벽에 붙은 '꿈+블렌딩' 커피 체험장 간판. 독자 제공
    이에 대해 해운대구 관계자는 "법 테두리 안에서 할 방법을 찾다 보니 체험 활동 공간으로 약간 변형해 운영하는 것"이라며 "사용수익허가는 '체험 및 교육장'으로 냈으며, 실제로 방문객이 직접 커피 제조 체험을 하고 있고 종업원 역시 바리스타 교육 수강생이라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휴게음식점이 아니어서 종사자 보건증이나 식품위생교육 등은 의무 사항이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다 받아 놓은 상태"라며 "이곳을 통해 수익을 남기지 않고 있으며, 받은 체험비는 체험장 운영비로 모두 쓰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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