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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생존자 "우리 좀 더 서로에게 다정하면 안될까요?"



사회 일반

    이태원 생존자 "우리 좀 더 서로에게 다정하면 안될까요?"

    <국가트라우마센터 심민영 센터장>
    이태원 참사는 '트라우마' 그 자체인 사건
    희생자 또래 청년세대, 공감 더 클 수밖에
    트라우마 극복 위한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 씨>
    '내가 잘못했나?' 참사 직후 자책감 느껴
    나의 일상, 이태원의 일상 회복 위해 노력
    서로에게 좀 더 다정한 사회가 되었으면


    ■ 방송 : CBS 특집 <마음을 연결하다> (유튜브 'CBS 라디오' 채널에서 다시 보기)
    ■ 진행 : 허지웅
    ■ 대담 :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 김초롱(이태원 참사 생존자)
     
    ◆ 허지웅> 요즘 주변을 보면요. 10.29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로 일상을 살아내기 어렵다라는 분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마음을 나누고 싶지만 또 방법을 잘 모르겠다. 어렵다. 조심스럽다. 오해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마음을 나누는데 이렇게 많은 길을 자꾸 떠올려야 되는 건가, 그런 생각도 좀 들기도 합니다. 마음을 나누는 거는 그냥 마음을 나누기만 하면 되는 것 같은데 쉽지 않은 일 같아요. 어떻게 하면 좋은 건지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 씨, 그리고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 센터 심민영 센터장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심민영, 김초롱> 안녕하세요.

    왼쪽부터 김초롱 씨, 허지웅 작가,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왼쪽부터 김초롱 씨, 허지웅 작가,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 허지웅> 초롱 씨는 저희가 섭외 연락 드렸을 때 좀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김초롱> 네, 많이 했습니다. 일단 여러모로 저를 좀 스스로 보호를 해야 되는 시기인 것 같거든요. 근데 이렇게 어딘가에 출연하고 목소리를 내는 게 과연 나를 보호할 수 있을까 약간 이런 두려움이 진짜 컸고. 그래서 되게 무서운 감정 때문에 그래서 되게 많이 고민한 것 같아요.

    ◆ 허지웅>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용기를 내셨다'고 표현하면 좋을까요? 이 자리에 나와주신 이유는

    ◇ 김초롱> 일단 제가 지금 쓰고 있는 글에 댓글로, '뭔가 의견 또는 생각을 공유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많은 분들이 용기를 얻는다'는 댓글을 너무 많이 받고 있어서 그 댓글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가면서 어쨌든 내가 뭔가를 하는 게 누군가 한 명한테라도 좀 도움이 되면 용기를 한번 내볼까, 아주 이렇게 좀 천천히 마음 먹었던 것 같아요. 오랜 시간을 두고

    ◆ 허지웅>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하시다가 타인에 대한 생각에 닿으신 거군요.

    ◇ 김초롱> 네, 한 명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하는 게 옳지 않은가.
     
    ◆ 허지웅> 심민영 센터장님, '이태원 참사는 트라우마 그 자체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 말씀은 어떤 맥락일까요?

    ◇ 심민영> 트라우마라는 거는 안전에 대한 위협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10.29 이태원 참사가 바로 그런 경우인 거죠. 너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또 너무 많은 사람들한테 그게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보여졌고, 그러니까 제가 봤을 때는 이거는 트라우마 그 자체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 허지웅> 현장에 있지 않았더라도 보도를 듣거나, 혹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신문이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이 사건을 접해 들었거나 다들 큰 충격을 받은 거는 다 마찬가지였던 것 같은데, 부상자, 피해자, 유가족은 물론이고 또 현장에서 CPR을 돕던 시민들, 일선 소방관, 경찰관, 의료진들, 이런 분들은 정말 직접적인 트라우마를 겪고 계실 것 같아요.
     
    ◇ 심민영> 트라우마는 노출에 정확하게 비례해요. 그러니까 그런 참혹함에 더 가까이 노출될수록, 더 오래 노출될수록, 그러니까 트라우마 반응 PTSD의 원인은 딱 한 가지예요. 트라우마 사건. 사건 외의 문제는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사건이 없었으면 PTSD는 없는 거거든요.

    ◆ 허지웅> 그 말씀하시는 거는 (트라우마에) 본인의 책임이 들어가 있는 게 아니다?
     
    ◇ 심민영> 네. 그런 비율은 없다. 트라우마 사건이 없었으면 PTSD도 없죠. PTSD는 어떻게 보면 정확하고 정직한 질환인 게 트라우마 사건에 노출된 게 원인이고 노출된 정도에 아주 정확하게 비례를 합니다. 그러니까 현장에서 대응 활동 하셨던 분들, CPR을 하셨던 분들 물론 굉장히 선한 의도로 하셨지만 노출은 강했죠. 그러니까 이게 양날의 검이 되는 겁니다. 그분들 의도는 선했지만 본인이 받는 타격은 그만큼 생길 수밖에 없는 거죠.

    국가트라우마센터 심민영 센터장국가트라우마센터 심민영 센터장◆ 허지웅> '나는 그냥 보도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마음이 힘들고 일상생활에 조금 지장을 느낄 정도다'라고 하시는 분들은 그러면 어떤 케이스인 걸까요?

    ◇ 심민영> 사람이 갖는 공감 능력이라는 게 있는 거거든요. 일단은 숫자가 압도적이었죠. 사망한 숫자, 또 어떤 지리적인 장소, 너무나 사실은 일상인 거잖아요. 일상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한꺼번에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것 자체가 일단 압도적인 거고. 저도 그날 뉴스를 한 10시, 11시 이때부터 계속 새벽까지 봤습니다만 우리가 너무 그거를 봐버렸죠. 그리고 온라인에는 더 적나라한 그런 정보들이 많이 돌아다녔고. 그러니까 그 현장에 있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이 받는 타격이라는 게 분명히 있는 거죠.
     
    간접 노출로도 사람이 갖는 어떤 공감 능력이라든지 상상력이라든지 아니면 본인의 이전의 경험이랑 굉장히 빗대어서 생각을 하게 돼 있어요. 내가 겪은 충격적인 사건과 (새로운 사건이) 전혀 성격이 다르더라도 이를 테면 맥락은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거예요. 어떤 위협, 안전에 대한 위험, 그런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간접적인 노출만으로도 영향을 상당 부분 받게 되죠.

    ◆ 허지웅> 특히나 공감 능력이라는 거는 숫자로 환산하거나 정량화할 수 없는 거기 때문에 특히나 더 개인차가 또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분들 가운데서 20대가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또래인 20대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이 있을 텐데요. 관련해서 CBS 시리얼 제작팀이 이태원역에서 청년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 제 주변 친구들이 희생자가 됐을 수 있겠다는 마음 반, 그리고 가끔 SNS에 부고 같은 거 올라오고 하는 거 보니까 저도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 1번 출구 앞이 제 통학로거든요. 그래서 저는 사실 매일 갈 수밖에 없는.. 제가 사실 요즘 잠을 잘 못 자요. 계속 그런 이미지들이 떠오르거든요. 손들이 뒤엉켜 있는 이미지나 살려주세요라고 나한테 외치는 것 같은 느낌. 제가 심지어 현장에 없었는데도. 사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 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거든요.

    ☆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떠나버렸는데 슬픔이라는 고통은 저희를 너무 압도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몸이 떨려서 사실 아무 말이 잘 안 나와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오히려 어떻게 해야 될지 다른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요. 국화를 놓고 슬퍼하는 것도 해야 되겠지만 그 슬퍼한 뒤에 무엇을 해야 될지 아직도 감이 잘 안 잡혀요. 무엇을 해야 될까요.

    ◆ 허지웅> 센터장님, 이 청년들 인터뷰 쭉 보셨는데요. 이런 종류의 어려움들 다른 세대하고는 또 다른 양태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봐야 될까요?

    ◇ 심민영> 공감이라는 거는 나랑 유사점이 있을 때 더 발휘가 돼요. 그러니까 지금 말씀하신 분도 '내가 그 1번 출구를 다닌다' 또 지금 다 젊은 분들이시잖아요.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들일 거란 말이죠. 그러면 나도 얼마든지 그런 일을 겪었을 수 있겠다. 그러니까 이게 남의 일로 생각이 안 되는 거죠. 그러니까 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또 제 주변에도 그 나이대의 자녀를 뒀을 법한 분들이 더 마음 아파하세요. 세월호 때도 그 나이대의 자녀를 둔, 그러니까 고등학생 자녀를 둔 저희 직원들도 보면 그런 분들이 더 되게 힘들어하셨거든요. 다 울고 다니셨어요. 그런 게 사람들의 공감 능력인 거죠.

    ◆ 허지웅> 초롱 씨 같은 경우도 참사 이후에 적극적으로 좀 전화 상담도 받았다고 들었고요. 병원에도 다니시면서 치료를 좀 받았다고 들었는데 이런 과정들이 도움이 좀 되나요?

    ◇ 김초롱> 네, 저는 아주 많이 도움됐어요. 아마 그 과정이 없었으면 지금 이렇게 바깥 활동하는 게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며칠간, 물론 지금도 아주 많이 진정된 상태는 아니긴 하지만 (상담이) 되게 많이 도움이 됐고, 전문가가 왜 필요한가 약간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주변에서 친구들이나 가족들이나 댓글, 인터넷에서 쏟아져 나오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런 멘트들 있잖아요. 사실 그런 멘트들이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냥 으레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그런 거는 위로가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전문가가 진짜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이야기에 대해서 어떠어떠한 부분을 짚어주고, 그리고 그것이 진짜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을 내가 내 귀로 들었을 때, 심리적으로 진짜 안도감이 느껴졌거든요. 아까 센터장님께서 'PTSD는 사건 그 자체다' 이 말도 아까 저 사실 되게 울컥했어요. 전문가가 말해주는 이런 한마디가 어떻게 보면 사람을 진짜 이렇게 살리는구나.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없었을 증상, 이런 말들이 정말 위로가 되고 실시간으로 치유를 받는 느낌이어서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 씨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 씨◆ 허지웅> 초롱 씨 말씀 들어보니까 말씀하신 그 전문가와의 상담 이전에는 '이게 내 책임도 있는 건가' 일정 부분 이런 생각을 많이 하셨던 모양이에요.

    ◇ 김초롱> 자책이 정말 심했어요. 일단 '그 자리에 가지 말걸'이라는 생각이 압도적으로 들기 시작했고, 저 같은 경우에는 그 참사 현장에 있었고 2~3시간 정도 계속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근데 그때만 해도 사고에 대해서 정확히 인지를 못하고 있다가 집에 돌아가서 뉴스를 통해서 내가 지금 어떤 현장에 있었는지를 깨달은 거기 때문에 귀가하고 나서부터가 더 힘들더라고요. 그때는 몰랐어요. 무슨 사건인지 정확히 몰랐고, 내 눈으로 봐도 믿기지 않는 상황들을 하고 오니까 시공간이 좀 뒤틀리는 느낌이었어요. 내가 있었던 걸 믿지 못하고, 뉴스에서 나오는 게 정확한 팩트일 때니까.. 그런 느낌이었기 때문에 정말 자책이 아주 심했고, '가지 말걸' 그리고 그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에 내가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었지? 저는 술집에 있었거든요. 그 상황에 그랬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죄책감이랑 자책이 어마어마했죠.

    ◆ 허지웅> 당시에 현장에 있었던 분들께 혹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 김초롱> 잘 사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잘 산다는 의미가 엄청 대단한 의미가 들어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거, 내가 행복하게 느끼는 거 많이 하시고 많이 놀러 다니셨으면 좋겠고, 더 어린 친구들은 막 더 나댔으면 좋겠고요. 그냥 그랬으면 좋겠어요.

    ◆ 허지웅> 이태원 참사 현장에 메모들이 지금 빼곡하게 붙어 있죠. 그중에 제일 많은 말이 '미안하다'라는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메모 방송 통해서 많이 보셨죠?◇ 김초롱> 아니요. 저는 실제로 추모, 애도하러 현장에 갔었고.. 어제도 갔다 왔거든요. 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그 벽에 붙은 것도 봤고 어제 붙은 것도 봤고.

    ◆ 허지웅> 그렇게 가도 괜찮아요?

    ◇ 김초롱> 사람마다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회피하고 외면하는 게 더 힘들더라고요. 그러니까 적극적으로 전문가들도 찾아나서고, 아무렇지 않게 정말 순수하게 슬프지 않고 힘들지 않게 애도할 수 있을 때까지 가야 제가 스스로 극복하는 것 같아서 시간이 날 때마다 가고 있어요. 그래서 어제도 가서 메모 새롭게 붙어 있는 것들 많이 보고 왔죠.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허지웅> 센터장님, 초롱 씨처럼 이렇게 피해 당사자가 용기를 내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큰 효과가 있겠죠.

    ◇ 심민영> 저는 너무 응원하죠. 너무 응원하는데, 다만 조금 말씀드리고 싶은 거는 의무감으로 할 필요는 없다. 내가 하고 싶을 때 하는 거예요. 정말로 잘못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게 아니라는 건 아마 초롱 씨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너무 안타까우니까, 너무 마음이 아프니까 미안하다고 느껴지는 거지, 사실 초롱 씨의 잘못은 아닌 거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사실 제일 중요한 거는 나예요. 내가 안정감을 느끼고 내가 편안해야 또 그 사람들을 내가 잘 기억해 주고 뭔가 더 의미 있는 그런 일도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거기 때문에 내가 충분히 정말 할 수 있어서 하는 건지, 아니면 하다가도 조금 힘들면 쉬어도 돼요. 매일 꼭 안 가도 되고, 그래서 그런 부분만 조금 이렇게 잘 체크해 가면서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 김초롱> 네

    ◆ 허지웅> 이런 큰일을 겪은 분들이 혼자만 갇혀 있는 섬에 들어와 있지 않다고 느끼고 '사실은 다들 연결돼 있다, 나는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감각을 되찾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감각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요?

    ◇ 심민영> 굉장히 크게 놀라고 트라우마 경험을 하게 되면 초롱 씨랑 비슷한 얘기들 정말 많이 하시거든요. 내가 뭔가 했었어야 되는데, 아니면 하지 말았어야 되는데. 실제로 자기랑 전혀 상관없는 그런.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고 할지라도 거기서 되게 한동안 많이 사로잡혀 계세요. 그런 생각이 많으니까 또 입 밖으로 그런 걸 내지도 못하죠. 말하면 사람들이 또 어떻게 생각할까, 그래서 결국 계속 고립된 상태로 남아 있게 되면 점점 더 약간 왜곡된 굉장히 부정적인 그런 생각이 되게 점점 그런 게 더 강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어느 순간에 좀 용기를 내서 얘기도 좀 해보고 그래서 객관적으로 아까 그래서 이제 전문가한테 그런 좀 객관적인 상황을 들으면서 훨씬 더 안정감, 안도감을 찾았다고 하셨는데 그런 과정이 꼭 필요한 거죠. 거기서 용기를 얻고 얘기를 해서 또 긍정적인 얘기를 들으면 다시 또 용기를 내서 조금 더 오픈하게 되고, 그러면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또 이제 긍정적인 응원을 하게 되면 내가 또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자신 있게 탐색해 보고 오픈할 수 있게 되고, 그게 선순환이 될 수가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중요한 거는 그렇게 처음에 입을 뗄 사람이 있어야 되는 거예요. 그게 가족이 됐건, 전문가가 됐건, 누가 됐건 간에 그런 사람이 없을 때 사실은 회복이 굉장히 더뎌질 수 있고 혼자만의 섬에 갇히게 되는 건데. 그래서 고립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연결되는 거고, 연결되고 지지받는 거고, 힘들게 연결했는데 거기서 또 엉뚱한 소리 들으면 사실은 더 뒤로 가는 거거든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역할, 잘 위로하는 거 이런 게 되게 필요해요. 근데 제가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되게 실수를 많이 해요.

    ◆ 허지웅> 사실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저는 뭐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들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근데 자꾸 시간이 갈수록 또 시대가 많이 변할수록 내가 사실은 선의로 얘기한 건데 이런 얘기가 상처가 되는 거라고 어딘가에서 듣고, 아예 시도 자체를 안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입을 열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고, 그런 분들은 어떻게 위로를 해야 되나요.

    ◇ 심민영> 위로하는 것도 좀 가르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 허지웅> 위로의 방법을?

    ◇ 김초롱> 맞아요. 저는 이번에 병원 다니고 국가트라우마센터 전화 상담, 이런 것도 다 했는데요. 위로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를 몸소 체감했어요.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한테는 이런 말은 하면 안 되는 거구나, 또는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한테 이런 말을 해주면 참 좋구나, 이래서 전문가구나, 이런 걸 너무 많이 느꼈어요. 같은 또래 친구들이어도 공감 능력이 많이 발달한 친구가 해주는 위로가 훨씬 크고요. 마음은 그게 아닌데.. '아니 그러니까' 이렇게 시작되는 멘트들은 듣자마자 약간 거부감이 들어요. 힘들게 하고. 그래서 위로하는 것도 방법을 가르치셔야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이었냐면, 모두가 전문가처럼 이런 방식을 체득할 필요가 있겠다. 이런 생각을 진짜 많이 했었어요.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종료된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종료된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류영주 기자◆ 허지웅> 초롱 씨가 내년에도 이태원에 가야겠다라고 쓰신 문장이 있는데, 이 문장에는 어떤 생각이 담겨 있는 건가요?

    ◇ 김초롱> 이번에 사실 이태원 핼러윈 즐기면서 너무 좋았거든요. 이태원이 젊은 세대한테 의미하는 바가 분명히 있었어요. 그러니까 (한국은) 뭔가 조금만 튀어도 어쨌든 손가락질 하는 사회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곳, 서울 시내 안에서 또는 우리나라 안에서 되게 자유롭고 러블리한 곳이거든요. 그리고 관계 지향적인 곳,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랑 대화하거나 이러진 않으니까. 근데 그곳은 그런 곳이고.
     
    특히 핼러윈은 그래도 되는, 그러니까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핼러윈에) 되게 아이들이 많이 나와 있었어요. 예년과 다르게. 그 모습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많이 바뀌었구나. 아이들 그 눈빛이 너무 예뻤거든요. 어른들이 자기한테 말 걸어주는 것도 너무 좋고, '해피 핼러윈' 이러면서 사탕 받는 것도 쑥스러워하지만 좋아하고. 참사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태원이 잘못한 게 없고, 핼러윈이 잘못한 게 없는 것 같고, 길거리에 나와 있는 아이들이나 그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님들이나, 거기에 참여하려고 나온 세대들이나, 아무도 잘못한 게 없는 거예요.
     
    그런데 이제 다시 이태원에 갔을 때, 거리가 거의 죽은 거죠. 상가가 문이 닫혀져 있었고 그런 걸 보면서 잘못한 사람들은 이 사람들이 아닌데, 왜 여기가 이렇게 어둠으로 바뀌어 있어야 하나. 나는 더 여기서 밥을 먹고, 더 여기서 열심히 뭔가를 소비하고, 내년에도 다시 여기에 와서 원래대로 나의 일상대로 즐겨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고. 그렇게 해서 그들의 일상도 지켜주고 싶었고요. 저의 일상도 지키고 싶었어요.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그곳에서 원래 살던 대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너무 많이 들어서 이런 문장을 글에다 쓰게 된 것 같아요.

    ◆ 허지웅> 초롱씨, 마지막으로 청취자분들에게 나누고 싶은 말씀 있을까요?

    ◇ 김초롱> 뭔가 대단한 말을 하고 싶지는 않고요. 그냥 우리 서로 많이 아껴주고 사랑하는 그런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다. 좀 더 우리 서로 다정하게 해주면 안 될까요?

    ◆ 허지웅> 다정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서로 서로에게 다정하게 다가가자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센터장님, 아까 위로의 방법도 교육이 좀 필요할 것 같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되게 중요한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고, 동시에 드는 생각은, 배워서까지 위로를 해야 되고 위로할 자격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지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그럼 나 안 할래'라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 심민영> 저희가 사실은 국가 트라우마 센터에서 하면 좋을 말, 주의할 말 이걸 코로나 때 만들었어요. 그게 왜 만들어지게 됐냐면 국민 50% 60%가 감염 경험이 있잖아요. 근데 저희 직원 (가족) 중에 한 명이 나온 거예요. 근데 저희가 그땐 이미 심리지원을 1년 이상 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친구가 굉장히 힘들어 했고, 상황이 점점 안 좋아져서 그 친구가 처음에는 잘 버티다가 되게 많이 힘들어 했어요. 격리 기간 동안에 저도 너무 걱정하고 같이 근무하다가 돌아오는데 너무 무슨 말을 이렇게 해주고 싶은데 저도 전문가라고 하지만 무슨 말을 해줄까에 대한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싶은 것도 그러니까 머릿속에 있었던 거랑 당장 어떤 상황이 돼서 내 입으로, 입 밖으로 나오는 거랑 또 다른 거예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잘 평상시에 좀 숙지하고 있어야 실수하지 않고. 내가 알고 있다고 해도 알고 있는 것 같은 것뿐이죠. 그걸 실천하는 건 또 좀 다른 문제인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거는 좀 정확하게 교육도 하고 평상시에 좀 약간 탑재를 시켜놔야 되겠다. 왜냐하면 실수하고 나면 실수한 사람도 본인도 마음이 안 좋아요. 그러니까 서로를 위해서 그리고 선의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 허지웅>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본인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걸 그대로 문자로 표현한다는 게 늘 느끼지만 어려운 일 같습니다.

    ◇ 심민영> 솔직하게 하는 게 사실 제일 좋은데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너무 걱정되고 나서 너무 기쁘고 그냥 그렇게 말하면 되는 건데 그거를 굳이 또 뭔가 의도를 넣으려고 하다 보면은

    ◆ 허지웅> 오히려 실수를 할 수 있다라는 말씀 해 주셨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나눠주신 두 분 감사합니다.
     
    ◇ 심민영, 김초롱>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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