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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또다른 교훈…왜 출산율은 그때 급락했나



사회 일반

    IMF의 또다른 교훈…왜 출산율은 그때 급락했나

    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혼인건수, 첫째·둘째 출산 급감
    불평등 커질수록 출산율은 떨어져 "미래불안에 출산 기피"
    고도 압축성장의 그늘이 '애 낳고 키우기 힘든 세상' 만들어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대한민국은 어쩌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인구위기 국가가 됐을까.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다고 하지만 출산율 하락엔 '브레이크'가 없다. (사실은 한국은 일본보다도 국내총생산인 GDP에서 가족 관련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낮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면서 인구감소 속도 역시 가장 속도가 빠르다.
     
    출산 지원금 등을 늘리면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라는 쪽으로 이미 기울었다. 몇 개의 정책으로 헤쳐 나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인구위기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린 고도 압축성장과 치열한 경쟁 사회의 짙은 그늘이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만 달리다 보니 어느덧 우리는 애를 낳고 키우기 힘든 세상에 와 있다.
     

    불평등 사회, 아이를 낳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자본주의의 부산물인 불평등은 여러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낳고 있지만 인구감소, 특히 초저출산 현상과도 직접 닿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유여진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보건복지 이슈&포커스>를 통해 "출산율 추이는 불평등 추이와 역관계를 보인다는 점에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사회적 재생산 및 지속가능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대표적인 불평등 지수인 지니계수(빈부격차와 계층간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가 떨어지면 합계 출산율은 올라가고, 반대로 지니계수가 올라가면 합계 출산율이 떨어진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평등이 심화하면 상대적 박탈감,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출산율도 떨어진다"면서 "인구 감소 국면으로 들어선 미국도 불평등지수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림 보사연 연구위원도 "불평등의 증가는 청년들로 하여금 저소득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면서 청년 간의 경쟁을 심화시킨다"면서 "이것은 가족(가치)의 약화를 초래하는데, 불안이나 경쟁 속에서 가정 구성이나 출산은 위기를 높이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MF 이후 나타난 경제적 산아제한…불안감이 원인

     
    인구위기는 경제 상황과 뫼비우스의 띠처럼 물고 물리며 서로 영향을 준다. 경제 위기는 당장 먹고 살기가 빠듯한 계층의 출산 동기를 꺾는다. 반면 출산율 저하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경제 위기를 불러 올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한국은 지난 1987년 외환위기(IMF 사태)를 기점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맴돌고 있다.
     
    외환위기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실업사태, 노동유연화에 따른 비정규직 양산으로 불평등의 골을 깊게 했다.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첫째 또는 둘째를 낳지 않는 경우가 급증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90년대 들어 해마다 1995년까지 34만~38만명대의 첫째 아이들이 태어났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전 해인 1996년 이 숫자는 33만4756명으로 떨어졌고 2001년에는 26만5952명으로 급감했다. 2020년 기준으로는 15만4017명에 불과하다.
     
    둘째 아이도 90년 이후 전반적으로 28만~30만명을 유지하다가 98년 26만2829명으로 꺾이더니 줄곧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혼인건수 역시 외환위기가 변곡점이 돼 본격적으로 낮아졌다. IMF 이전 1990년대 연간 혼인건수는 40만건이었으나, IMF 이후 2000년대~2010년대 초반까지는 연간 혼인건수가 30만건으로 줄었다.
     
    김진성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당시 사회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구조가 바뀌면서 서민층이 삶을 유지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졌다"면서 "그 영향으로 3포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나 4포 세대('3포'에 '인간관계 포기' 추가)가 나오는 등 결혼하고 애를 키우기도 어렵게 됐다"고 했다.
     
    외환위기가 인구변화에 미친 여파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2017년 이후 다시 출생률이 급격히 하락했는데 이는 외환위기 전후로 태어났거나 유년시절을 보낸 IMF 세대가 '가난의 세습'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상황과 연결된다. 해당 기간 합계출산율은 2016년 1.17명→2017년 1.05명→2018명 0.97명을 거쳐 2021년은 0.81명으로 내려앉았다.
     

    출산 기반 잠식하는 '별의별' 임금격차들


    한국의 출산 기반을 약화시킨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한국은 유독 성별, 학력, 고용형태(정규직과 비정규직), 회사규모(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성별 임금격차가 26년째 최악이다. 지난해 남녀간 임금격차는 32.5%로, OECD 평균 12.5%보다 3배 가까이 높다.
     
    전체 취업자 90%가 일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60% 안팎에 그치고 있다. 또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50~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결과가 모여 임금 근로자의 상위와 하위 10% 임금 격차가 OECD 회원국 중에서 거의 최고 수준이 된 것이다.
     

    한국의 비정규직 비중 역시 회원국 가운데 콜롬비아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비정규직 2020년 36.3%에서 2021년 38.4%로 증가했다. 소득이 낮아 아이를 갖지 못하는 핑크(PINK, Poor Income No Kids)족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여기에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노인빈곤율도 출산을 꺼리게 하는 미래불안 요인이다. 퇴직은 빠르고 노후보장 제도는 약한 탓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노인의 10명 중 4명 이상(43.3%)은 상대적 소득 빈곤(중위소득의 50% 이하)을 겪고 있다. 한국은 노인 자살률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정현숙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국이 일본보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급속한 경제성장의 이면에 있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낮은 수준의 사회보장제도, 치열한 경쟁,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어려운 근로조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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