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거짓말 논란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주변 장관들이 줄줄이 사표를 던지는 등 퇴진 위기까지 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비위 알면서도 임명? 몰랐다→알았다→까먹었다 말 바꿔
존슨 총리의 거짓말 논란은 성 비위를 저지른 크리스토퍼 핀처 보수당 하원의원을 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올해 2월에 임명된 핀처 의원은 지난달 30일 술에 취해 남성 두 명을 더듬은 혐의로 원내부총무에서 물러났다. 문제는 그의 과거의 전력이 불거지면서다. 핀처 의원이 2019년 외무부 부장관 시절에도 성 비위를 저질렀던 사실을 존슨 총리가 알면서도 원내총무로 임명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총리실은 말을 계속 바꿨다. 지난 1일엔 존슨 총리는 과거 문제를 몰랐다고 주장했다가 4일엔 의혹을 알고 있었지만 이미 해결됐거나 정식 문제 제기가 안 된 사안이었다고 했다.
5일 사이먼 맥도널드 전 외무부 차관이 존슨 총리는 직접 그와 관련해 보고를 받았으면서 거짓말을 한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그러자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성 비위 혐의를 보고를 받은 것은 맞지만, 기억하지 못했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결국 사과한 존슨 총리, 재무부 복지부 장관 줄사표
연합뉴스궁색한 변명으로 벼랑끝 궁지에 몰린 존슨 총리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5일(현지시간) 저녁 "과거 성 비위를 저지른 크리스토퍼 핀처 보수당 하원의원을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한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사과했다. 그는 2019년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은 나쁜 실수라고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거짓말을 한 건 아니라고 했다.
존슨 총리 발표 직후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이 동시에 사표를 던졌다.
수낙 장관은 "정부는 제대로, 유능하게, 진지하게 일을 해야 한다"며 "팬데믹 이후 경제 충격,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어려운 시기에 물러나는 것은 가벼운 결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비드 장관은 "존슨 총리를 신뢰할 수 없으며, 그 아래에서 일하면서 양심을 지킬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낮은 급의 직책을 맡은 의원들도 잇따라 사의를 밝히고 있다.
존슨 총리는 '파티게이트' 논란으로 지난달 초 보수당의 신임투표를 어렵게 통과해 자리를 겨우 지켰다. 그랬던 그가 더는 버티기 어려운 지경으로 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보수당 의원은 로이터통신에 익명을 전제로 "존슨 총리는 끝났다"며 "여름까지 버틴다면 놀라울 것"이라고 말했다. BBC는 존슨 총리가 본인도 앞날을 모르는 상태로 취임 후에 가장 위태로운 날을 겪고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