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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 무시한 대법 판결, 취소할 수 있다? 법조계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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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 결정 무시한 대법 판결, 취소할 수 있다? 법조계 논란 확산

    헌재 30일 헌법재판소법 효력에 대해 일부위헌 결정, 대법원 재심기각 결정도 취소
    헌재가 법해석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 내릴 수 있는지, 법원 판결 취소할 수 있는지 법조계 내 논란
    헌재가 대법원 판결 취소할 경우 사실상 4심제 지적도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대심판정에서 열린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에 입장한 뒤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대심판정에서 열린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에 입장한 뒤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은 헌재의 심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법 효력이 헌재 결정을 무시한 재판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대법원 재판결과를 취소했다.
     
    헌재가 대법원의 재판결과를 취소한 것은 지난 1997년 이길범 전 국회의원이 관련된 소득세법 사건 이후 두 번째다. 이번 결정으로 헌재가 법원 판결을 취소할 권리가 있는지, 또 법률 해석에 대한 위헌 결정(한정위헌)이 가능한지를 놓고 대법원과 헌재 간의 충돌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헌재는 30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법원의 재판'을 헌재의 심판 대상에서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재판소원금지 조항)에서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또 이에 따라 A씨의 재심신청을 기각한 대법원 결정 또한 취소시켰다.
     
    A씨는 지난 2003년 제주도 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 위원에 위촉됐는데, 골프장 등의 재해영향평가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2006~2007년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자 2011년 첫 헌법소원에 나섰다. 뇌물수수죄를 규정하는 형법 129조는 1항에서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공무원'을 처벌한다고 규정하는데, 자신은 제주특별법을 근거로 설치된 위원회의 위촉위원이므로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헌재는 이듬해 "형법 129조 1항의 '공무원'에 제주특별법상 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중 위촉위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른바 '한정위헌' 결정으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어떤 법조문 자체에 대해 합헌과 위헌(일부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이 통상이다. 헌재의 위헌결정이 내려짐과 동시에 해당 법조항은 효력을 상실하고 국회는 법조문을 헌재 결정 취지에 맞게 개정해야만 한다. 극히 예외적으로 법 조항은 그대로 두고 해당 법조항에 대한 특정한 '해석'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릴 때가 있는데 이를 '한정위헌'이라고 한다. A씨 사건에서 헌재가 "형법 129조 1항의 '공무원'에 위촉위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위헌에 해당된다며 법해석을 문제 삼은 것이 대표적이다.
     
    고상현 기자고상현 기자
    '한정위헌'을 둘러싼 법원과 헌재의 신경전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법의 해석'은 법률상 헌재의 영역이 아니라며 한정위헌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완고한 입장이다. 법원은 심지어 한정위헌이라는 개념이 법 조항을 그대로 둔다는 점에서 '위헌'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합헌'에 가깝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같은 법원의 입장은 A씨의 재심결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정위헌 결정이 내려지자 A씨는 이를 근거로 2013년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A씨는 대법원이 헌재 위헌결정에 따르지 않았다며 2014년 다시 헌법소원을 냈다.
     
    8년 동안 고심 끝에 헌재는 '결정 취소'라는 카드로 대법원에 반격했다. 헌재는 "2012년 (A씨 사건에서) 한정위헌 결정을 했고, 이는 형벌 조항의 일부가 헌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일부위헌 결정으로 법원에 대해 기속력(구속력)이 있다"며 "재심 기각 결정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했으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헌재 결정대로 A씨의 재심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대심판정에서 열린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대심판정에서 열린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가 법조항이 아닌 법원 선고나 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지도 해묵은 법조계의 논쟁거리다. 법원 내부에서는 헌재 논리대로라면 우리나라가 3심제가 아니라 대법원 판결이 다시 헌재에 의해 판단 받는 사실상 4심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번 헌재의 대법원 결정 취소에 따라 A씨에 대한 대법원의 기각결정은 없었던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A씨의 재심신청에 대한 대법원의 향후 대응도 관심거리다. 대법원은 A씨의 재심신청을 각하할 수도 있고 기각할 수도 있다. 각하는 법적 요건이 구비됐지 않았다는 것으로 이럴 경우 대법원이 헌재 결정을 아예 무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구체적인 판단을 계속해서 미룰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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