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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격 하락에 금리까지 올라…돈, 다시 은행으로



금융/증시

    자산가격 하락에 금리까지 올라…돈, 다시 은행으로

    핵심요약

    '위험자산 호황기' 저무나…逆머니무브 조짐
    주식·가상화폐 시장에 넘치던 돈, 은행行
    전문가들 "안전자산 선호 흐름 당분간 이어질 것"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30대 직장인 A씨는 여유자금 2000만 원을 끌어 모아 미국 주식거래와 가상화폐 투자에 도전했지만 지난 6개월 사이 원금의 30% 이상을 잃고 최근 '손절'했다. 남은 돈을 고스란히 은행 계좌에 입금한 A씨는 "미국 금리 인상 뉴스가 나올 때마다 마음을 졸여야 하고, 앞으로의 상황도 변할 것 같지 않아 결국 투자금을 뺐다"며 "최악일 때보다는 조금 올랐을 때 손절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하고 있다. 마음은 편하다"라고 말했다.
     
    신년 초부터 글로벌 긴축 공포로 국내 주식·가상화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A씨처럼 '위험 회피'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가 다양한 수치로 확인된다. 최근 들어 시중 은행의 대출 잔액이 줄고 예금 규모가 눈에 띄게 불어난 점도 금리 인상 기조 등과 맞물려 돈의 흐름이 안전처로 이동하는 '역(逆) 머니무브' 조짐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가상화폐 시장에서 돌던 자금 '반토막'

     
    주식·가상화폐 시장에 넘쳐나던 돈은 갈수록 빠져나가는 추세다. 지난달 코스피 지수가 작년 고점 대비 20% 넘게 빠지고, 개당 8천만 원을 상회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4천만 원선까지 폭락하면서 자금 이탈 속도가 가팔라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6조 4천여억 원에 달하던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11조 2천여억 원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가상화폐 시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기준 원화마켓 109종목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10조 원을 상회했는데, 지난달 4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연합뉴스증권사로부터 빌리는 주식매수자금으로서 이른바 '빚투' 지표로 쓰이는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감소세다.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작년 12월31일 기준 23조 886억 원에 달했던 해당 잔액은 지난 4일 21조 390억 원으로 2조 496억 원 가량 감소했다.
     
    요동치는 시장에 거리를 두고 증시 주변에서 대기하는 성격의 자금은 늘었다. 증권사의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잔액은 4일 기준 70조 170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약 1조 5천억 원 증가했다. 우량채권에 투자해 비교적 안정적 금융상품으로 분류되는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도 165조 5천억 원으로, 같은 기간 30조 원 가량 불어났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주식이나 위험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조달비용이 올랐기에 자금이 단기 부동화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진단하면서 "통화정책 정상화로 기준금리가 올라가고 있는 국면이기도 하고 부동산 정책이나 향후 경기, 기업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어서 이 같은 자금 부동화 현상은 상당 기간 이어질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위험부담 피해 은행으로 돌아온 돈…대출 잔액 줄고 예금 급증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은행권에는 위험자산 호황기 때 빠져나갔던 자금이 돌아오면서 대출 잔액은 줄고, 예금은 크게 늘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월 138조 1787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2월 대비 1조 3785억 원 감소했다. 전세자금대출 잔액도 전달 대비 1817억원 줄어든 129조 5152억 원을 기록하며 5년여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반면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한 달 동안 전달 대비 11조 8410억 원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에 더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씩 세 차례 올리면서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예금 금리도 소폭 상승한 효과가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도 이 같은 자금 흐름에 대해 "투자자들의 심리가 안전 자산 선호 쪽으로 선회해 주식과 가상화폐에 투자됐던 자금이 정기예금이나 대출 상환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이라며 "신용대출은 물론 전세대출 조차도 투자용도로 활용한 이들이 적지 않은데, 지금은 오히려 대출을 갚는 게 차주들로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또 여유 자금이 있는 분들은 정기예금에 돈을 넣어서 안정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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