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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역 참사 21주기…'고립과 우울 사이' 휠체어 장애인들



사회 일반

    오이도역 참사 21주기…'고립과 우울 사이' 휠체어 장애인들

    • 2022-01-22 16:48

    제한된 이동권에 고립감…"코로나로 더 심해져"
    "일평균 이동거리 길수록 차별 경험·우울감 높아져"

    연합뉴스연합뉴스"집에만 있으면 너무 고립감이 느껴지고, 외출을 해도 차별을 당하고 나면 그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가 돼요."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참사 21주기를 맞은 22일. 휠체어 장애인들은 여전히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생활 속에서 사회적 차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친 삼중고를 겪고 있었다.

    오이도역 참사는 2001년 1월 22일 장애인 노부부가 오이도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추락한 사고다. 이를 계기로 장애인 단체들은 지하철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 저상버스 도입 등을 요구해왔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현재 서울 지하철역 275곳 중 21곳은 엘리베이터가 아예 없거나 일부 구간에만 있어 장애인이 혼자서는 이용할 수 없는 역이다. 저상버스 도입률은 2020년 말 기준 전국 27.8%, 서울 57.8%로 조사됐다.

    휠체어 장애인들은 지난 20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아직도 집 밖을 나서는 것은 두렵다고 호소한다.

    문애린 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저상버스에 설치된 리프트가 고장이 나서 못 타는 경우가 많고, 기사님들도 작동법을 몰라 '다음 차를 이용하라'고 말한 뒤 가버리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문 전 대표는 "지하철역 리프트를 타다가 중간에 고장이 나서 주변 시민들이 휠체어를 들어 내려줬던 경험이 있다"며 "지하철 승하차 간격이 넓거나 높낮이가 있어 혼자 지하철을 탈 수 없는 역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 도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 무릎을 치기도 하는데, 주위에서 병원비를 물어줬다는 분들도 있다"며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길을 안 비켜줘서 다음 역에 내린 경험도 있다"고 전했다.

    김 소장은 "중증 장애인들은 코로나 때문에 더 외출을 꺼리게 된다"며 "다른 사람이 밥을 먹여주고 뒤치다꺼리를 해줘야 하는데 홀로 자가 격리되는 상황이 두려워 더 집에만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코로나로 인해 복지관과 장애인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생겼다"며 "감옥 같은 시설이나 집에만 있는 상황에서 우울감과 배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휠체어 장애인이 더 오래 외출할수록 더 많은 사회적 차별을 겪게 되면서 이들의 우울감도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한국장애인복지학 제52호에 실린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이동성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한양대 연구팀은 휠체어 장애인 72명을 대상으로 위치정보 분석과 설문조사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우울 경험이 있는 그룹의 하루 평균 이동거리는 39.74km였고 우울 경험이 없는 그룹은 31.63km로 나타났다. 또 전자 그룹의 65.52%가 사회적 차별 경험을 자주 겪는다고 응답한 반면 후자 그룹에서는 18.60%만이 자주 겪는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해소되지 못한 상태에서 물리적인 이동환경만을 개선해 그들의 이동성을 증진시킨다면 오히려 가벼운 접촉의 증가로 인해 휠체어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점화돼 사회적 차별을 증가시키고 그로 인해 휠체어 장애인들이 우울을 경험할 승산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의 이동성 보장을 위해서는 교통수단의 개선과 함께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 감소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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