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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전쟁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눈 높이를 낮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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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전쟁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눈 높이를 낮춰라

    • 2009-03-19 06:00

    최대 실업난속에 취업전선 최일선에 서 있는 윤경의 서울고용지원센터 상담원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청년 실업자가 백만명에 육박하면서, 직장을 못 구한 20대 젊은이들은 심지어 노숙자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다.(노컷뉴스 3월 18일자 보도) 비단 20대 젊은이들만 그렇겠는가. 직장에서 쫒겨난 4,50대 가장, 생계비를 벌어야 하는 6,70대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밀려든 경제 한파에 취업문은 점점 좁아진다. 하루 하루가 전쟁이다. 서울 고용지원센터에는 많게는 하루 천건 이상의 취업상담이 쏟아지고 있다. 취업전쟁의 한 켠에서 동분 서주하고 있는 윤경의 상담원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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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50건의 상담. 하지만 한사람, 한사람에게는 절박한 생존의 기로

    비오는 금요일의 서울 고용지원센터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취업전쟁이라고 하더니 실상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상담 창구에서 윤경의 상담원을 찾았다.

    환한 미소를 띤 상냥한 상담원이 인사를 건넨다.

    ''''오늘은 비도 내리고, 금요일에는 비교적 창구가 한산한 편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접수한 민원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에 상담 창구가 한산하다고 상담원들이 한가하게 일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죠..''''

    윤경의 상담원이 취업상담을 하고 있는 구직자는 하루 평균 4,50명에 이른다. 상담 창구에서 2-30명, 그리고 인터넷 접수를 통해 역시 2-30건.

    특히 상담창구로 직접 찾아오는 경우는 50대 후반이후의 고령자층이 많다. 아무래도 인터넷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그리고 이 분들의 경우, 이력서 작성부터, 팩스 전송까지 일일이 손을 빌려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업무량이 일반 민원인보다 두배 가량 많다.

    ''''사실 완벽하게 지원하기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한사람 한사람에게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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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월부터는 지난해에 비해 구직 신청이 3-40%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6월부터 경기 침체가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고용시장에 반영되는 것은 6개월정도 걸리는 셈이다.

    지금처럼 구직자들이 많은 시기에, 고용지원센터 상담원들의 하루는 24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 취업보다 어려운 인생상담

    ''''40대 후반의 아주머니가 상담 창구를 찾아왔다. 왠지 좌불안석,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취업 상담보다는 아주머니의 얘기를 먼저 듣는 것이 순서일 것 같았다.

    남편과 결혼과 동시에 외국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것을 기대했던 그녀는 남편의 병 때문에 결국 학위를 포기하고 돌아와야 했다.

    교수임용이 안된 남편의 병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아내가 취업전선에 나서야 했다. 학습지 교사, 가사 도우미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신경증이 심해진 남편은 민망한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고, 파출소에 붙들려 가있는 남편을 데려 나오는 일도 잦아졌다. 결국 남편을 돌보기 위해 자신마저 집안에 있게 되면서, 이들 부부는 생활보호 대상자로 내몰렸다.

    1년간의 근무 자활인턴 기간동안 하루 2-3시간씩 이 부인과 상담을 했고, 남편은 복지관에 맡기도록 주선하고, 부인이 자활 공공근로에 나서면서, 점점 안정을 되찾고 있다.''''

    윤경의 상담원이 만난 취업상담자의 사례다.

    상담하러 찾아오는 사람이 이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많지 않지만,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보니 이런 딱한 사연을 가진 구직자에게는 사무적으로 직장을 구해주는 것만으로 그치기는 어렵다.

    ◈ 구직자도 어렵지만, 구인업체도 사람 구하기 힘들다?

    12년째 취업상담을 하고 있는 윤 상담원은 97년 IMF외환위기 당시와 지금의 경제위기와는 상황이 많이 다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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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8년에는 비정규직으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구직자와 구인자간의 시각차가 커서, 그로 인한 자발적인 실직도 상당히 많다. 취직이 되고도 안 간다. 과거에는 취업이 되면, 다녀보고 선택을 하겠다고 하고, 그만 두는 비율이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가더라도, 본인하고 안 맞다 싶으면, 아예 가지도 안는다. 이런 자리를 ''''빈 일자리''''라고 부른다''''

    변화된 노동 환경과 최근 세태가 그대로 투영돼있다. 고용하려는 사람들은 싼값에 인력을 구하려고 하고, 취직하려는 사람들은 일하기 편하고, 안정된 일거리를 구하다보니, 그 간격을 메우는 일이 취업 자리를 찾는 것 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빈 일자리''''는 그 간격 때문에 발생한다.

    어렵사리 취직자리를 구해 연결해 놓으면, 무책임하게 안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 취업 알선을 해주면, 인터넷으로 회사부터 찾아본다. 그리고 회사 규모가 작다 싶으면, 취업의사가 없는데요 하고 전화를 끊어 버린다. 출근을 한 뒤, 일주일, 열흘만에 연락도 없이 아예 안나와 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가 가장 힘들고 안타깝다.

    ◈ 취업사기 조심하세요!

    구직자들이 많이 늘다보니 취업사기도 늘었다. 취업포털 커리어의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의 42%가 취업사기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경험이 있다. 가장 많은 것이 근로조건의 허위 과장으로 6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상조회사를 가장한 다단계 판매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돌아가실 때 좋은 물품으로 장례를 치러 준다면서, 몇 구좌를 사게 한 뒤, 다른 노인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택배를 가장한 다단계 판매도 있다. 차량을 가지고 지입하듯이 갖고 들어오라고 한 뒤, 보증금 명목으로 몇백만원을 내도록 하고, 바로 문을 닫아 버린다. 최근 상당히 피해 사례가 많다고 한다.

    허위 과장 광고는 가장 흔한 경우. 기본급과 4대 보험을 보장해준다는 과장광고를 낸 뒤, 선금을 요구하고, 보험혜택과 기본급은 전혀 없이 벌어오는 수당으로 알아서 수입을 챙겨가라는 식의 업체들도 많이 있다. 이밖에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취업사기는 셀 수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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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 눈높이를 낮추고, 길게 생각하자.

    십년이 넘도록 취업상담을 하면서, 그녀가 얻은 취업의 노하우는 뭘까. 윤상담원은 일단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채용하려는 최근의 노동 환경을 감안할 때 급여가 맞지 않다고, 일자리를 골라 가려는 태도는 취업을 더 어렵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취업이 어려운 계층은 역시 4,50대의 가장들이다. 눈높이를 맞추기가 가장 어렵다. 이런 경우 자격증이 필요한 주택관리사등을 유망업종으로 꼽았다. 급여수준도 그렇게 낮지 않고, 비교적 고령까지 근무가 가능하다고 한다.

    2,30대의 젊은 계층은 자기가 취업해야 할 분야를 확실하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회사 규모가 작고, 급여수준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적어도 5년 정도의 경력을 한 분야에서 착실히 쌓다보면, 나은 조건의 직장을 구하기가 훨씬 쉽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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