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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할인의 이면"…무리한 사업모델이 부른 머지포인트 사태



IT/과학

    "파격 할인의 이면"…무리한 사업모델이 부른 머지포인트 사태

    핵심요약

    20% 할인과 6만여 개 가맹점 기반으로 '급속 성장'
    뚜렷한 수익모델 없다는 지적 제기"…"폰지사기 우려도"
    이용자들 머지포인트 환불 '러시'…본사 앞 수십여 명 몰리기도
    머지포인트 "상품권 발행업 사업목표 아냐…플랫폼이 핵심 가치"

    (주)머지플러스가 운영하는 모바일 할인 앱 '머지포인트'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발단은 지난 11일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머지포인트가 상품권 등 판매를 돌연 중단하고 사용처를 대폭 축소한 것이다. '먹튀'를 우려한 이용자들의 환불 러시가 이어졌고, 머지플러스의 본사는 사실상 마비 상태가 됐다.

    현 사태의 근간에는 머지포인트의 BM(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신뢰 부족이 꼽힌다. 머지포인트는 서비스 시작 이래 마땅한 BM이 구축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한 GS25 편의점에서 머지포인트 결제가 불가하다고 알리고 있다. 차민지 기자한 GS25 편의점에서 머지포인트 결제가 불가하다고 알리고 있다. 차민지 기자

    20% 할인과 6만여 개 가맹점 기반으로 '급속 성장'


    머지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의 상품을 제공해왔다. 하나는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액면가보다 20% 정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형 상품권 '머지머니'다. 이용자는 머지머니를 구매한 뒤 머지포인트 앱에 적립한다. 앱에서 가맹점을 선택한 뒤 생성된 바코드를 제시하면 상품권 금액 한도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또 하나는 월간 구독서비스 '머지플러스'다. 머지플러스의 이용요금은 월 1만 5천 원인데, 가맹점에서 20% 상시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만일 그달에 받은 혜택 총액이 1만 5천 원 보다 적을 경우 다음 달에 차액을 머지머니로 환급해줬다.

    머지포인트는 20% 할인과 200여 개 제휴 브랜드의 6만여 개 가맹점이라는 '파격적 혜택'을 강점으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운영사 머지플러스 측에 따르면 머지포인트의 누적 이용자는 100만 명, 일평균 접속자수는 20만 명에 달한다. 업계에선 머지포인트 발행액을 최소 1천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머지포인트'의 이용자들이 잔액 환불을 위해 사무실에 방문했다. 이우섭 기자'머지포인트'의 이용자들이 잔액 환불을 위해 사무실에 방문했다. 이우섭 기자

    "상품권 팔수록 쌓이는 적자…출시 이후 BM 지적 계속"


    문제는 머지포인트의 BM이다. 지금까지는 20%를 웃도는 할인분을 머지포인트 측에서 상당부분 가맹사에 부담했다. 사실상 상품권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회사가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 구조다.

    머지포인트는 왜 이러한 구조를 구축했을까. 머지포인트의 해명을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BM과 관련한 해명에서 머지포인트는 "상품권 발행업이 궁극적 사업폭표가 아니며 마진을 포기하고 마케팅 광고비와 CAC(신규고객 획득비용)을 바우처 할인비용으로 집중 시켜 5~10%의 추가할인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자와 가맹점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과 고객 유치비용이 절감되면 이를 상품권 할인율에 반영한다는 의미다. 스타트업의 경우 초기 이용자를 확보하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적자를 감내하는 경우가 있다. 쿠팡의 경우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면서도 막대한 투자금을 받아 규모를 확장해나가는 전략을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머지포인트의 전략은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무너졌다. 현행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을 발행하는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에 전자금융업 사업자(전금업자)로 등록해야한다. 머지플러스는 전금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고 금융감독원이 머지플러스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머지포인트는 결국 지난 11일 밤 서비스 축소를 선언하고, 가입자들의 이용률이 높았던 편의점·대형마트 등의 결제를 일방적으로 중단해버렸다. 이용자들의 환불 요구가 빗발치고, 가맹점 이탈이 가속화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고객 할인과 편리성 증대→가맹점 손님 증가와 매출 확대→가입자 ·거래량 증가·호응도 증대'로 이뤄지는 고리가 끊긴 것이다.

    13일 오후 머지플러스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러 모인 이용자들. 차민지 기자 13일 오후 머지플러스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러 모인 이용자들. 차민지 기자 

    이용자들 머지포인트 환불 '러시'…본사 앞 수십여 명 몰리기도


    상황이 이렇게 되자 머지포인트 이용자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머지포인트가 머지머니의 경우 미사용분에 한해 구매가격의 90%를, 머지플러스 구독료는 할인금액 차감 후 90%를, 머지플러스 캐시백은 구독지원금과 할인금액을 차감한 후 90%를 환불해주겠다고 밝혔으나 불안한 이용자들은 머지플러스 본사를 찾아가 '대면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전금업자로 등록하지 않으면 고객 충전금 중 일정 비율을 외부에 신탁하거나 보증보험에 가입할 의무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져 혼란은 더 커졌다. 지급불능 사태 발생 시 머지플러스가 사실상 소비자 자금을 보호할 수단이 없다는 의미라서다.

    머지포인트 앱 내의 포인트 사용처가 모두 삭제된 모습(왼쪽)과 이전 게시글이 모두 삭제된 머지포인트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해당 애플리케이션·SNS 캡처머지포인트 앱 내의 포인트 사용처가 모두 삭제된 모습(왼쪽)과 이전 게시글이 모두 삭제된 머지포인트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해당 애플리케이션·SNS 캡처
    일부 이용자들은 '폰지 사기'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머지플러스가 1천억 원 규모의 상품권을 발행한 데 비해 자본금은 30억 원으로 미미한 수준만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폰지 사기는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Charles Ponzi)가 벌인 사기 행태에서 유래했다. 투자자들에게 약정한 수익금을 지급하기 위해 2차 투자자를 모집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금융사기 방식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제휴처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머지포인트 결제 가능 매장 정보를 공유하는 글들이 게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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