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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父편지에 '반공법 위반' 낙인…50년 만에 '재심' 시작



법조

    [단독]父편지에 '반공법 위반' 낙인…50년 만에 '재심' 시작

    조총련 소속 父에게 '편지·학비' 받았다가 '반공법 위반'
    변호인 "경찰 피해자 불법 체포·구금, 공문서 조작" 주장
    재판부 "불법 구금됐다고 보는 게 타당" 재심 개시 결정

    그래픽=고경민 기자그래픽=고경민 기자
    1970년대 일본에 사는 아버지로부터 편지와 학자금을 받았다가 '간첩'으로 몰려 옥살이 한 70대 노인에 대해 법원이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5-3부(이관형 최병렬 원정숙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70대 A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및 반공법 위반 확정 판결에 대한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A씨가 지난해 9월 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한 지 약 10개월 만이다. 검찰이 결정에 불복해 항고하지 않을 경우 A씨에 대한 재심 개시는 확정된다.
     
    재판부는 "기록과 심문 결과로 알 수 있는 것은 A씨가 수사기관에 연행된 것은 자발적 의사에 의한 임의동행이 아닌 강제 처분이며 이를 거부할 수 있음을 고지 받았다고 볼 자료나 사정이 없다"며 "종합해 보면 A씨는 강제로 연행된 지 2~3일 후에야 구속영장이 집행되었으므로 상당 기간 동안 불법 구금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결정 사유를 밝혔다.
     
    1970년 서울 모 대학의 학생이었던 A씨는 당시 일본에 사는 아버지에게 편지와 학자금을 받았다. 이를 '간첩' 첩보로 인지한 경찰은 그를 그해 4월 긴급 체포해 연일 무자비한 조사를 벌였다. 아버지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소속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 결과 'A씨가 반국가단체와 통신하고 금품을 받았다'며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검찰 또한, 이 논리 그대로 A씨를 기소했다.
     
    그해 8월 서울형사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의 전신)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같은 법원의 2심 재판부는 짧은 심리 끝에 같은 해 10월 형량을 징역 1년으로 낮추기는 했지만 유죄 판단을 유지했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이 과정에 수사기관의 고문과 폭행 등의 위법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에 따르면 A씨의 아버지는 그가 어릴 때 일본으로 건너가 이후 부자(父子) 간에는 제대로 된 소통도 마땅히 없었다. 이처럼 그의 의지와 무관하게 온 학자금과 편지였고 A씨의 억울함을 경찰이 알았음에도 간첩 검거 성과를 올리기 위해 강압적으로 수사했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경찰은 "학비와 서신이 반국가단체를 위한 금품이었다고 말해라" "북괴(북한)을 찬양하지 않았느냐"며 A씨의 자백을 압박하며 심지어 고문까지 했고 이에 못 이긴 A씨는 결국 허위로 혐의를 인정한다는 자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실제로 A씨 측 변호인이 입수한 당시 수사기록에는 "북한을 찬양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던 A씨의 진술이 남아있다.
     
    A씨 측 변호인은 이 기록 등 검찰에서 확보한 자료들을 토대로 재심을 청구하며 △실제 체포된 날과 다른 날짜를 기재한 수사기록 △당사자 참관 및 동의 없는 압수수색 △수사관의 폭행과 고문 등 위법수사 등을 문제 삼았다. 두 차례 진행된 심문기일에서 검찰은 A씨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며 청구 기각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재심 필요성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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