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윔블던 잔디의 맛은 언제나 '조코' GOAT의 서광이 '비치'는구나



스포츠일반

    윔블던 잔디의 맛은 언제나 '조코' GOAT의 서광이 '비치'는구나

    '역대 20번째 그랜드슬램 우승' 조코비치, 페더러-나달과 어깨 나란히

    조코비치가 12일(한국 시각)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베레티니를 꺾고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조코비치가 12일(한국 시각)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베레티니를 꺾고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도 어김없이 세계 테니스 최강의 사내는 윔블던 잔디를 씹으며 깊이 음미했다.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 코트 잔디는 언제 맛을 봐도 달콤했다.

    라이벌들인 황제의 탈락, 흙신의 부재 속에 빅3 중 유일하게 건재를 과시한 이 사내는 현 시대 최고가 아니라 이제 역대 최고 선수의 반열에 오를 채비를 마쳤다. 34살의 나이에도 20대 영건들의 거센 도전을 굳건히 물리치며 범접 불가, 1위의 위엄을 지킨 이 사내는 이번에도 결점이 없었다.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가 3년 연속이자 통산 6번째 윔블던 남자 단식 정상에 올랐다. 무엇보다 로저 페더러(8위·스위스), 라파엘 나달(3위·스페인)의 역대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조코비치는 12일(한국 시각)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끝난 윔블던 테니스 대회(총상금 3501만6000 파운드·약 549억9000만 원) 남자 단식 결승에서 마테오 베레티니(9위·이탈리아)를 제압했다. 첫 세트를 뺏겼지만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3시간 23분 만에 3 대 1(6-7<4-7> 6-4 6-4 6-3) 승리와 함께 우승 상금 170만 파운드(약 26억 9000만 원)을 거머쥐었다.

    개인 통산 20번째 메이저 대회 타이틀이다. 조코비치는 6살 많은 페더러, 1살 위인 나달과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공유하게 됐다.

    윔블던에서는 2018년, 2019년까지 3회 연속 우승이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취소됐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6번째 우승으로 오픈 시대 이후 8회 우승의 페러더(8회)와 7회 정상에 오른 피트 샘프러스(은퇴·미국)에 이어 역대 3위에 올랐다.

    윔블던 우승 확정 순간 조코비치가 라켓을 던지고 코트에 드러눕기 직전의 모습. AFP=연합뉴스윔블던 우승 확정 순간 조코비치가 라켓을 던지고 코트에 드러눕기 직전의 모습. AFP=연합뉴스

    이번 우승으로 조코비치는 역대 그랜드슬램 우승 단독 1위에 오를 가능성을 높였다. 조코비치는 건재를 과시했지만 라이벌들은 노쇠화와 컨디션 난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불혹의 페더러는 지난해 2번의 무릎 수술 뒤 프랑스오픈까지 도중 기권하며 윔블던에 집중했지만 8강전에서 후베르트 후르카치(18위·폴란드)에 완패했다. 나달은 프랑스오픈 4강전에서 조코비치에 덜미를 잡힌 뒤 몸 상태를 이유로 윔블던과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조코비치와 맞붙은 스테파노스 치치파스(4위·그리스)와 다닐 메드베데프(2위·러시아)는 초반 탈락했다.

    특히 조코비치는 올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까지 메이저 대회를 독식하며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사실 지난해 US오픈에서도 경기 중 실점한 뒤 화가 나 무심코 때린 공이 심판에 맞아 실격패하지 않았다면 조코비치의 우승 가능성이 높았다. 페더러, 나달 모두 불참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조코비치는 후유증 없이 오히려 3연속 그랜드슬램 우승을 이뤄냈다.

    이날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조코비치는 자신보다 9살이나 어린 베레티니를 기량과 정신력은 물론 체력적으로도 압도하며 자신이 왜 '무결점 사나이'인지를 입증했다.

    첫 세트 조코비치는 게임 스코어 5 대 2로 앞서다 기선을 제압하는 듯했다. 그러나 강서브를 앞세운 베레티니의 거센 반격에 타이 브레이크까지 허용한 끝에 1세트를 내줬다. 다른 선수들 같으면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조코비치는 2세트에서 강하게 베레티니를 밀어붙였다. 게임 스코어 5 대 3으로 앞선 가운데 조코비치는 세트 포인트를 올릴 기회를 3번이나 놓치며 한 게임 차로 쫓겼다. 그러나 자신의 서브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완벽하게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 6번째 게임이 압권이었다. 게임 스코어 2 대 3 상황에서 조코비치는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도 15 대 30으로 뒤져 있었다. 여기에 베레티니는 날카로운 스트로크로 조코비치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특히 베레티니는 절묘한 백핸드 슬라이스를 라인에 붙인 뒤 강력한 포핸드 역크로스를 날려 거의 득점하는 듯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끝까지 따라가 불가능할 것 같은 백핸드로 공을 살려냈다.

    이에 베레티니도 왼쪽 코트에 드롭 발리를 떨궈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거의 코트 끝에서 끝으로 전력질주하며 포핸드 크로스 발리로 베레티니를 무너뜨리고 포효했다. 조코비치의 엄청난 코트 커버력에 모든 관중이 환호했고, 사실상 분위기가 넘어간 순간이었다. 조코비치는 서브에 이스에서 5 대 16, 위너에서 31 대 57로 뒤졌지만 실책에서 21 대 48로 앞섰다.

    조코비치가 윔블던 결승에서 베레티니의 강력한 포핸드 역크로스를 엄청난 커버력으로 받아내고 있다. AP=연합뉴스조코비치가 윔블던 결승에서 베레티니의 강력한 포핸드 역크로스를 엄청난 커버력으로 받아내고 있다. AP=연합뉴스

    경기 후 중계 인터뷰에서 조코비치는 베레티니에 대해 "정말 강력한 샷이 이탈리안 해머 같았고, 앞으로 엄청난 성적을 낼 것"이라고 칭찬하며 예의를 갖췄다. 이어 "윔블던 트로피를 꿈꾸며 만들던 7살 세르비아 소년이 벌써 6번이나 들어올리는 영광을 누렸다"고 벅찬 우승 소감을 밝혔다.

    특히 페더러, 나달과 어깨를 나란히 한 데 대한 감회도 밝혔다. 조코비치는 "톱10에 들었을 무렵 그들에게 몇 번 졌는데 그때부터 10년 동안 맞붙으며 체력, 정신, 기술적으로 배웠다"면서 "그들 덕에 이 자리에 있었고 믿을 수 없는 여정이었는데 전설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앞으로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의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조코비치는 이들을 뛰어넘을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 해에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대한 질문에 조코비치는 "내 커리어에 정말 중요하고 영광스러운 기록이고 컨디션도 좋기 때문에 도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만약 조코비치가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 US오픈에서 정상을 차지하면 역대 최다 그랜드슬램 우승 기록을 세운다. 또 1938년 돈 버지(미국), 1962년과 1969년 로드 레이버(호주)에 이어 남자 테니스 역대 세 번째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만약 조코비치가 이를 이룬다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이른바 'GOAT'(Greatest of all time) 논란도 잠재울 수 있다.

    조코비치가 이에 앞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까지 제패하면 남자 테니스 최초 한 해에 4대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 우승을 이루는 '골든 그랜드슬램'까지 이룬다. 여자 선수 중에는 1988년 슈테피 그라프(은퇴·독일)가 4대 메이저 대회와 서울올림픽을 석권하며 이룬 바 있다. 의심할 여지 없는 조코비치의 시대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