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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인권위 "확진자 사망케 한 서울구치소…총체적 부실대응"



사건/사고

    천주교인권위 "확진자 사망케 한 서울구치소…총체적 부실대응"

    16일 인권위 권고에 논평…올 1월 수용자 사망사례 진정 제기
    "생활치료센터·병원 이송 없이 방치…병세 악화 인지 정황도"

    이한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해 말 벌어진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해 대응 미비를 지적한 가운데 진정인 측인 천주교인권위원회가 수용자 사망사례가 나온 서울구치소를 두고 "총체적 부실대응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천주교인권위는 16일 논평을 내고 "이번 인권위 조사를 통해 서울구치소의 코로나19 확진수용자에 대한 사실상 방치, 법무부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효과적 지침 부재, 소측의 응급상황 대응 미흡 등 총체적인 부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났음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은 올 1월 코로나19로 교도소 수용자 3명이 숨진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을 인권위에 접수했다. 사망자들은 △지난해 12월 만성신부전으로 혈액투석을 받고 있던 동부구치소의 60대 남성 △무증상·경증환자로 관리를 받다 병원 이송이 지체돼 사망한 서울구치소의 30대 남성 △형집행정지가 결정됐으나 확진 이후 증상이 없어 구치소 안에 수용돼있다 후송 도중 숨진 동부구치소의 70대 남성 등이다.

    이를 포함해 교정시설 수용자 및 관계자들이 낸 진정들을 조사한 인권위는 이날 "당사자들과 관계기관 조사, 수차례의 서면 및 현장조사, 전문가 자문의견 등을 통해 교정시설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코로나19 집단감염 상황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점들을 일부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에게 △동부구치소와 서울구치소에 대한 기관 경고 △코로나19 확진 수용자에 대한 의료·관리시스템 개선 △응급상황 대응 관련지침 및 매뉴얼 준수를 위한 관리·감독 강화 △관련사례의 전파 등을 권고했고, 법률구조공단에는 코로나19로 사망한 수용자 유가족에 대한 법률구조도 요청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특히 인권위는 천주교인권위가 제기한 진정 일부인 서울구치소 사례에 대해 "교정본부의 코로나19 대응지침 수립 시 만성질환자 관련 내용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형 집행을 기다리거나 형이 확정된 수용자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수용자에 대한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미흡한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서울구치소에 수감돼있던 30대 A씨는 확진 전 당뇨, 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이 있었고 우울증 등의 병력으로 정신과 진료도 수개월 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21일 확진판정을 받았지만 외부 생활치료센터 등으로 이송되지 않고 교도소 부속 병실에 입원조치됐다. 이 과정에서 A씨가 기저질환자라는 의료정보는 전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A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새벽 5시 34분경 화장실에서 나와 의식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다. 교정당국은 오전 6시 15분 아침 점호를 위해 A씨를 호출하다 대답이 없는 것을 보고 상황을 뒤늦게 파악했다. 이어 인근 대학병원 등에 A씨의 응급치료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라 치료할 수 없다'고 거절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에 대한 심폐소생술도 발견 즉시가 아닌 36분 뒤에야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천주교인권위는 "경기도보건소 측은 피해자를 경증으로 판단하고 교정기관 부속의원 옆 병실에 입원조치하도록 소측에 구두와 문서로 통지했지만 사망 시까지 확진자 거실에 수용됐다"며 "경기도 역학조사관은 인권위 조사에서 '역학조사 당시 피해자의 기저질환 정보에 대해 알았다면 병원으로의 이송을 권고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확진수용자를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고 구치소에 사실상 방치한 소측의 조치가 사망 원인 중 하나로 드러났다"며 "야간에는 의무관 없이 간호직원 1명만 상주시키고, 의료전문성이 없는 사동 근무자가 1차 관리를 담당하며 그 근무자도 야간 시에는 1시간에 한 번 CCTV로 확진자 상태를 점검하는데 해상도가 매우 낮아 수용자 상황을 파악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부연했다.

    구치소의 중앙통제실 근무자도 메인화면 65개와 중점관리대상 17개, 징벌실 16개, 조사수용실 16개 등 총 114개의 모니터를 야간근무 시 혼자 모니터링해야 해 실질적 관리에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확진될 경우 중증 위험도가 높은 기저질환자에 대한 교정본부 차원의 대응지침이 없었다는 점도 짚었다. 천주교인권위는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만성 기저질환자(당뇨병·만성간질환 등)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의료기관의 병상배정을 우선으로 하되 생활치료센터에도 입소 가능하나 특수상황(고도비만·정신질환자 등)은 제외할 것을 지침으로 하고 있다"며 "그러나 소측은 피해자를 외부 의료기관으로 이송하지 않고 방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A씨의 사망 전 병세악화를 소측이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포착됐다. 관할보건소 감염병 대응팀장에 따르면, A씨가 숨지기 이틀 전 의왕시 부시장이 서울구치소장과의 통화에서 A씨의 상태를 문의하며 행정절차를 진행하면 병상 이송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하루 뒤에는 의료과 직원이 A씨의 상황이 좋지 않다며 형집행정지 이후 절차에 대해 물어와 보건소 측이 협조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주교인권위는 "피해자가 쓰러진 지 거의 1시간 후에야 교도관이 상태를 확인함으로써 이른바 '골든 타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사동 근무자가 거실 앞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한 것은 당일 오전 6시 31분"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소측은 사망 선고 전에 이미 피해자의 생명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과장은 (당일) 오전 8시 17분 사망선고를 했다고 하는데 보건소 감염병 대응팀장의 진술에 따르면 오전 6시 57분 보안과 근무자가 병상배정을 요청해왔으나 10분 후 소측 직원이 전화를 해 피해자가 사망했으니 취소해달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사망 이전에 입원가능한 병원이 어디인지조차 확인하지 않은 소측의 '직무유기'도 지적했다. 천주교인권위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등의 'COVID-19 수용자 인권지침'을 들어 "국제기준은 국가가 자유가 박탈된 사람들이 공동체에서 이용가능한 것과 동일한 기준의 보건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며 이를 시민권, 국적, 또는 이주민 지위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금시설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호 필요성이 일반 국민보다 더 크다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판례도 인용했다.

    천주교인권위는 "이번 권고가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대응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며 "법무부는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여 사망사건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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