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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게 "집 노랗게 칠해라" 압박한 군수…"자유권 침해"



사건/사고

    직원에게 "집 노랗게 칠해라" 압박한 군수…"자유권 침해"

    "옐로우시티 관련 칠 강요"…주재기자 지낸 시부 통해 전달
    "군청 직원·며느리로 이중부담…기관장 제안 거절 어려워"
    "사적주택 도색은 사생활 영역…자발적 동참 취지 벗어나"

    유두석 전남 장성군수. 전남 장성군 제공

     

    군(郡)에서 추진한 마케팅 사업을 위해 소속 공무원의 개인주택을 노랗게 칠하라고 권유한 장성군수의 행위는 "자유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8일 전남 장성군수가 군 소속 공무원에게 사적 주택을 특정 색(노란색)으로 도색할 것을 권유한 것은 진정인의 의사에 반(反)하는 강요행위로서 업무상 적정범위를 벗어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원상회복 또는 피해보상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장성군에 권고했다.

    앞서 지난 2018년 10월 장성군청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진정인 A씨는 "유두석 군수가 신축한 주택의 지붕과 처마를 노란색으로 칠할 것을 강요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유 군수는 이 과정에서 지난해 5월 A씨에게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에 나온 노란 집 사진을 휴대전화로 전송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해당사진에 "그녀의 섬에 가고 싶다! 아름답지만 위험한 그녀의…"라는 영화 홍보카피가 담긴 점을 들어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 군수는 지난 2019년 8월 장성군에서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던 '옐로우 시티'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직원부터 건축물 디자인 적용에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는 건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옐로우 시티' 사업은 장성군의 명소인 황룡강의 이름에서 노란색을 따 부각한 색채마케팅이다. 군은 건축물 외벽과 시설물을 노랗게 물들이는 등 군내 경관 개선에 이를 활용해왔다.

    유 군수는 군 주재기자였던 A씨의 시아버지가 군청을 방문·면담할 당시 A씨의 신축주택에 '옐로우 시티' 이미지 동참을 권유한 사실은 인정했다. 해당정책을 담당 중인 팀장 B씨에게 도색작업을 도우라는 협조지시를 내렸고, A씨 역시 도색 의사가 있다고 들었다고도 전했다.

    또 나중에 A씨가 도색 작업에 부담감을 느낀다는 보고를 받고 '원치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B씨를 통해 전했다며 A씨가 자발적으로 도색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군수는 휴대전화로 보낸 사진 역시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호수 위의 노란색 집' 화면을 찍은 사진으로 업무 관계자들에게 전송한 것일 뿐 성희롱 의도로 보낸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인권위 조사결과, A씨는 지난 2019년 말 갈색기와로 지붕을 마감한 신축주택에 대한 사용승인을 받았지만 같은 달 약 500만원의 사비를 들여 노란색 페인트를 덧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듬해 5월에는 노란색 울타리와 대문을 추가로 설치했다.

    A씨는 유 군수의 권유 이후 팀장 B씨에게 "지붕을...기와를 다 얹었는데 스페니쉬 기와거든요", "아, 어떡해" 등 난색을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B씨는 도색을 원치 않는다는 A씨의 의사를 유 군수에게 전달한 뒤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하면서도 "말투는 협조를 구하며 '이렇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지만 그게 명령이야. 조직 문화니까"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 군수 또한 지난해 4월 간부 회식자리에서 A씨에게 "말 안 듣고 또 그래봐라. 시아버지한테 이야기해야 쓰겠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A씨는 군수가 원하는 대로 '옐로우 시티' 건축디자인 지원사업을 통해 1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후 급성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A씨는 약물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이 시부에게 신축주택 기와지붕의 색을 노란색으로 바꾸어 옐로우 시티 사업에 동참할 것을 권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진정인은 군청 직원이자 며느리로 이중의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일반임기제 지방시설서기로 임용된 진정인은 고용 불안정성, 위계질서가 뚜렷한 공무원 사회에서 최하위직이란 신분상 한계로 기관장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지 못하고 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진정인이 그의 배우자에게 보낸 '진짜 징그럽다. 내 집인데. 어찌 힘들게 마련한 우리 집인데 왜 남들이 난리데'라는 문자메시지에서 그 심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B씨가 A씨에게 '조직문화'를 거론한 점 등을 두고 "표면상으로는 협조를 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명령이고 그것이 조직문화라고 말함으로써 진정인이 피진정인의 권유를 거절할 수 없는 명령으로 수용하게끔 잘못된 조직문화를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사회통념 상 개인주택의 도색은 개인의 사생활 영역으로 군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옐로우 시티 경관조성 사업의 취지나 목적과는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상하 지위관계가 분명한 지자체나 하급직 직원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로써 직원들의 자발적 동참을 격려하고자 하는 취지를 크게 벗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인은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도색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피진정인의 의사표현에도 불구하고 노란색으로 지붕 기와를 덧칠하였고, 처마와 장문 등에까지 노란색으로 덧칠을 요구받던 중 불안·우울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장애진단을 받고 결국 퇴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피진정인이 진정인에게 업무와 무관한 사적 영역의 주택에 대해 특정 색으로 도색할 것을 권유한 행위는 헌법 제10조에 기반한 진정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영화 '섬'의 카피가 담긴 노란 집 사진 전송에 대해서는 "피진정인이 진정인에게 성적 굴욕감 및 혐오감을 주기 위해 고의로 이 문구가 포함된 사진을 촬영해 진정인에게 송부했다고 볼만한 정황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진정인의 주관적 사정 외 사진을 전송받았던 직원들의 반응과 행동 등에 비춰 판단해볼 때 피진정인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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