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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대체과목 제공 없는 채플 강요는 종교의 자유 침해"



사건/사고

    "사립대 대체과목 제공 없는 채플 강요는 종교의 자유 침해"

    기독재단 설립한 광주보건대…"필수과목에 미이수 시 졸업불가"
    대학 측 "종교 전파 강제성 아냐"…"예배행위와 다를 바 없어"
    "사립대 비율 높고 30%↑종립대…자발적 동의로 보기 어려워"

    연합뉴스

     

    기독재단이 설립한 사립대학교라 하더라도 대체과목 제공 없이 학생들에게 '채플'(chapel·예배) 수업을 강요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4일 광주보건대학교 총장에 대해 채플 수업을 진행할 때 해당수업을 대체할 수 있는 과목을 마련하는 등 학생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비(非)기독교인으로 광주보건대에 입학한 A씨는 "대학 측이 채플 수업을 개설해 모든 학생들에게 필수적으로 수강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기독교인이 아닌 모든 학생들에게까지 수업을 강제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학 측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돼 진리·평화·자유를 교훈으로 삼고 있고, 기독정신과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에 입각해 전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모든 교육과정은 고등교육법·사립학교법 등에 따라 대학 교육과정심의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거쳐 편성·운영된다. 입학생은 학칙 준수와 학업에 충실할 것을 선서로 약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플은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는 학생에게는 신앙의 정진과 경건생활의 유익을 도모하고, 비신앙 학생에게는 기독교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기독교적 소양과 사회가 요구하는 지성을 갖춘 전문직업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는 교육과정"이라며 "포교 목적이 아니고 종교 전파에 대한 강제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각 채플의 '대표기도'는 주관 학과에서 추천받은 기독교 신앙을 지닌 학생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뤄진다는 점, 개인의 종교 선택의 자유는 순수한 개인의 주관적 권리라는 점, 제도적으로 합의된 틀 내에서 신앙이 있는 학생과 아닌 학생 모두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광주보건대의 학제는 학과별로 2년제부터 4년제까지 혼합 운영되며 각 과 이수조건에 기독교 신앙은 직접적 연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관련 운영규정에 따르면, 채플은 '교양필수' 교과목으로 신입생들은 매학기 채플을 신청해야 하고 절반 이상(現 5회 중 3회)을 출석해야 이수로 인정됐다. 학점 평가는 P(Pass)/F(Fail)로 이뤄지며 채플을 이수하지 못할 시 재학생들은 졸업이 불가했다. 매회 한시간 가량인 채플은 설교와 대표학생의 기도, 성경 봉독, 기도, 찬송, 축도 순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가 광주보건대의 올해 신입생 모집요강, 지난 2019년 2학기 채플 일정표 등을 살펴본 결과 신입생 지원자격은 '기독교인'으로 딱히 한정돼 있지는 않았다. 모집요강에 채플 관련 내용 역시 따로 명시돼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헌법이 규정한 '종교의 자유'에는 신앙을 가질 자유뿐 아니라 신앙을 갖지 않을 '무(無)신앙의 자유'도 포함된다고 봤다. 동시에 헌법 제31조에 따라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보장된다고 짚었다.

    인권위는 교육기본법 등을 들어 "종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설립된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대학은 종교교육을 통한 종교행사의 자유를 가지고 특히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대학 자치의 원리'와 사립학교의 다양성 존중에 비춰 종교적 건학이념을 교육과정을 통해 실현할 폭넓은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는 학생 개인의 종교의 자유(소극적 종교행위의 자유·소극적 신앙고백의 자유)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두 기본권의 실체적 조화를 꾀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종립학교의 종교교육 자유는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종립학교가 공교육 체계에 편입된 이상 원칙적으로 학생의 종교의 자유와 교육을 받을 권리를 고려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가운데 그 자유를 누린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종교지식' 교육은 필수 교양과목으로 운영된다 해도 기본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지만, 특정종교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교육은 경우가 다르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같은 교육은 정교분리 원칙을 선언한 헌법체제 하 국·공립학교에선 불가하고 사립대에서도 원칙적으로 피교육자인 학생의 동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학생이 학교가 가르치는 종교와 다른 종교를 갖고 있거나 그 종교를 믿지 않는 경우에도 종파교육을 강제한다면 학생이 특정종교를 믿지 않을 소극적 자유는 본질적으로 침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피진정대학의 수업 내용을 보면 사실상 특정 기독교 교회의 예배행위와 다를 바 없다"며 "기독교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교육으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종립사립대학에 입학하는 것 자체를 '어떤 종교교육이라도 감수하겠다'는 학생들의 동의로 봐도 좋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우리 대학구조상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그 중에서도 30% 이상이 종립대학이라는 현실, 학생들의 대학선택 기준이 본인의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 대학 서열화에 따른 타의적 요소가 다분히 작용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립사립대학을 선택해 입학한 학생들은 비록 그 선택이 완벽하지 못해도 상당한 정도 종파교육을 받는 것에 일정한 수인의무가 있다는 주장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면서도 "종립대학이 학교라는 교육기관의 형태를 취하고 교육관계법의 규제를 받는 상황에선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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