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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째 사과 없는 전두환…청산 없는 고향 합천 '흔적 그대로'



경남

    41년째 사과 없는 전두환…청산 없는 고향 합천 '흔적 그대로'

    합천 일해공원·생가·기념식수 표지석·창의사 등 흔적 곳곳
    시민단체 "무기징역 받은 자 명칭 빼고 변경하라"
    합천군 "군민 여론 수렴하겠다" 등 기존 입장 되풀이

    합천 일해공원. 진보당 경남도당 제공

     

    5.18 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 가해자 전 대통령의 전두환 씨의 고향 경남 합천에서는 흔적 지우기 요구가 빗발치지만 제자리 걸음이다.

    합천군이 군민 의견과 자치 독립성 등을 이유로 전두환의 생가 철거와 일해공원 명칭 변경 요구 등 흔적 지우기에 적극 동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흔적은 충북 청남대와 서울 예술의전당 기념석 등 전국 곳곳에 걸쳐 남아있으며 현재 추가로 발견되기도 하고 전국적으로 청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경남 창원에 있는 NC파크 앞 전두환 부부 추앙 비석이 제거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고향 합천에서는 흔적 청산이 진행된 게 없다. 그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과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생가, 창의사에 직접 글을 쓴 현판, 합천군청의 기념 표지석 등 4곳 모두 그의 흔적이 온전하다.

    이 가운데 전 국민과 시민단체가 15년 넘게 청산을 요구하는 건 일해공원이다.

    지난 2004년 합천 황강 옆 공터에 산책로와 야외 공연장 등을 갖춘 '새천년 생명의 숲'이란 이름의 공원이 조성됐다. 하지만 3년 뒤 일해공원으로 변경됐다. 군민 자긍심을 높이고 대외적인 관심을 높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때부터 5.18 당시 내란과 내란 목적 살인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사면받은 전두환의 아호를 따서 공원을 조성하는 게 마땅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전 국민과 시민단체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합천군은 현재까지 14년간 꿋꿋이 이름 변경을 하지 않은 데다 여러 흔적도 그대로 두고 있다.

    진보당 경남도당 제공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에 있는 전두환의 생가는 군유 재산으로 관리되고 있다. 생가는 1983년 군이 터와 건물을 사들여 복원했고 30여년 간 관리비로 군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해마다 화장실 등 청소비로 예산 약 1천만원이 편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천군청 앞 정원 향나무 아래에도 전두환이 심은 기념식수 표지석이 그대로 있다. 1980년 9월 대통령에 취임하고 합천에 와 심은 나무다. 여기는 41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합천 대병면에 있는 창의사에도 전두환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곳에는 임진왜란 의병들의 위패가 있고 현판에 전두환 친필로 '창의사'가 적혀있다. 2001년 창의사 개관 당시 전두환이 붓글씨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전두환의 흔적에 대해 일부 합천군민과 시민단체는 청산 작업을 촉구하고 있다.

    생명의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18일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경우 경비·경호를 제외한 모든 예우를 박탈한다고 돼 있다"며 "내란목적 살인죄로 무기징역형을 받은 전직 대통령의 호, 일해라는 공원 명칭은 이 법률이 갖고 있는 취지와 정의에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원은 뜻 그대로 어떤 가치와 지향을 갖더라도 누구에게나 편히 쉬고 즐기는 공간"이라며 "여기에다 정치 편향적이며 부정적 역사 평가로 굳어진 일해를 공원이름으로 붙이지 말고 변경하라"고 촉구했다.

    진보당 경남도당 제공

     


    운동본부는 "지난해 시대가 이만큼 변했으니 공원 명칭 변경과 관련해 군민 의견을 모아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한 문준희 군수는 그날 이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군민공론화라는 허울 좋은 명분 뒤로 숨지 말고 조속히 조처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합천군은 군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사실상 청산 유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군관계자는 일해공원에 대해 "군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고 생가에 대해서는 "문제 지적에 따라 안내판 문구를 수정했다"고 했다. 군은 전씨의 일생이 찬양 가득한 생가의 안내판 문구를 일부 수정한 것인데 시민단체는 수정된 안내판도 문제가 있을뿐 아니라 생가 지원도 중단하거나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기념식수 표지석에 대해서는 "역사적 기록으로 다각적으로 검토한 뒤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고 창의사에 대해서는 "현판 교체는 합천군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며 합천임란창의기념사업회에서 군민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할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전 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당시에 내란과 내란 목적 살인 혐의 등으로 1997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지만 김영삼 정부에서 사면됐다.

    전 씨는 이후 2017년 자신의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의 나이는 90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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