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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 사건 5주기…"혐오로 얼룩진 백래시에 맞선다"



사건/사고

    강남역 살인 사건 5주기…"혐오로 얼룩진 백래시에 맞선다"

    서울여성회, 온라인 추모공간 '우리의 기억과 투쟁' 마련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맞서 싸운 계기…백래시 확산 우려"

    2016년 5월 21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진행된 '강남역 살인' 추모집회 참가자들이 침묵행진을 하는 모습. 황진환 기자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17일로 5년을 맞았다. 여성들은 한국 사회의 여성 혐오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2016년 5월 17일 새벽 김모(39)씨는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남녀 공용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김씨는 그 전에 들어온 남성 6명은 그냥 보냈다. 여성이 들어오길 기다린 것이다.

    사건 이후 여성들은 강남역 인근에 모여 추모 집회를 열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방치, 강화하는 현 구조를 해체할 것을 촉구했다.

    강남역 살인 사건은 여성들에게 '남의 일'이 아니었다. 직장인 경모(29)씨는 "당시 사건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 사람(피해자)이 내가 될 수 있다'는 감정이입이었다"고 입을 뗐다.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서페대연) 정영은 활동가는 강남역 살인 사건을 두고 "여성이 겪는 차별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여성들에게는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져,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여성회는 강남역 살인 사건 5주기를 맞아 온라인 추모 공간 '우리의 기억과 투쟁은 멈추지 않는다'를 마련했다. 온라인 추모 공간에는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5시 30분 기준, 추모 메시지는 7092개로 집계됐다.

    서울여성회 온라인 포스트잇 홈페이지 캡처

     

    "강남역 살인 사건은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입니다. 끝까지 기억하고 바꿔나가겠습니다.", "여성혐오 범죄로 미래의 가능성을 빼앗긴 당신, 그리고 비슷하게 죽은 이름 모를 여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합니다.", "여성이라서 폭력 당하고, 여성이라서 죽어야 하는 세상 더이상 그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상은 바뀌지 않았지만…우리는 바뀌었습니다.",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2021년 현재도 여성혐오 범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더이상 침묵할 수 없다." 여성 혐오가 여전하며, 대책을 고민해야 할 정치권 등이 혐오를 방치·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관되게 나왔다.

    서페대연 정영은 활동가는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여성에 대한 혐오·폭력이 사라지는 세상을 바랐는데, 반대되는 분위기로 사회가 흘러가는 것 같다"며 "'김태현 스토킹 살인 사건', 'GS25 남혐 논란' 등 오히려 페미니스트에 대한 '백래시'가 일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는 대결 구도를 조장하고 있고, 기업은 (게시물에 있는) 손 동작 등에 대한 논란을 일각에서 제기하면, 이 같은 의도가 실제로 있지 않았음에도 (게시물을) 내려 논란을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경씨는 "오히려 (여성 혐오 등이) 더 악화됐다고 체감한다. 여성 살인 기사를 매일 하루 한 건 이상 보고 있고,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많이 보고, 듣고 있다"며 "'GS25 남혐 논란', '개그맨 박나래 논란' 등을 보면 (문제를 제기하는 쪽의) 요구가 지나치다. 이 지점에서 젠더의 위계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박모(27)씨는 "여성에 대한 혐오를 없애나가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남성을 혐오한다'고 주장하며 혐오의 밸런스만을 맞추려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취업준비생 유모(26)씨는 "정치권에서 성 대결 이슈로 끌고 가는 게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며 "정치 이슈로 끌고 갈 게 아니라, 정치인들이 가하는 성폭력을 반성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힘을 써줬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온라인 추모 공간의 취지와 맞지 않는 메시지들도 올라왔다. 이들은 '남의 안타까운 죽음을 남성 혐오에 이용하는 페미니스트들을 규탄한다'고 적고 추모 공간에 올라온 다른 메시지들을 뒤덮어버렸다. 이에 대해 온라인 추모 참여자들은 "추모의 장에 와서 자신의 혐오를 드러내고 있다", "아무리 가려도 끝내 가려지지 않는 현실이 바로 여기 있다"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비판했다.

    지난 2016년 5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출구에서 시민들이 살인 사건 피해자 여성 추모글을 남기는 모습. 피해자 20대 여성은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본인이 평소에 여자들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모씨에게 흉기에 찔려 숨졌다. 박종민 기자

     

    서울여성회는 이날 오후 7시와 8시 두 차례 서울 지하철 강남역 9·10번 출구 사이에서 '강남역 여성 살인 5주기 추모행동, 우리의 기억과 투쟁은 멈추지 않는다' 오프라인 추모 행사를 연다. 방역 지침을 준수해 집회 인원은 9명 이하로 경찰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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