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역대급 볼넷? 심각한 '제구 빈부 격차' 아이러니



야구

    역대급 볼넷? 심각한 '제구 빈부 격차' 아이러니

    올 시즌 9억 원 계약금을 받고 기대감일 키운 키움 우완 신인 장재영은 제구 난조로 2군에 강등됐다. 키움 히어로즈

     

    KBO 리그에 역대급 볼넷이 쏟아지고 있다. 출범 이후 최초로 시즌 볼넷 6000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4일 현재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10개 구단 투수들이 내준 볼넷은 1134개다. 전체 일정의 17.5%인 126경기 평균 9개의 볼넷이 쏟아진 셈이다. 지난해 127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리그 볼넷은 881개, 경기 평균 6.94개였다. 2개 정도 볼넷이 늘어난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 시즌 전체 볼넷은 6500개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한 시즌 최다 볼넷은 2016년의 5373개였다. 올해는 역대 최초로 60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평균 경기 시간도 늘어났다. 올해 평균 경기 시간(연장 포함)은 3시간 20분으로 지난해보다 7분 정도 길어졌다. 타고투저 열풍이 불었던 2014년 3시간 27분으로 역대 최장을 찍은 KBO 리그는 스피드업 규정을 세우면서 2019년 3시간 11분, 지난해 3시간 13분으로 시간을 줄여왔지만 올해 3년 만에 다시 3시간 20분대로 회귀할 전망이다.

    볼넷 증가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해외 전지 훈련 대신 국내에서 스프링 캠프를 진행한 여파가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훈련 기간이 짧았던 만큼 투수들이 제구력을 가다듬을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날씨가 상대적으로 춥다 보니 실내에서 공을 던지는 시간도 많아졌다. 포수 미트에 공이 꽂히는 소리가 펑펑 울리는 실내에서 투수들은 자신의 구위가 좋다고 여겼는데 막상 실전에서는 먹히지 않는 착각 현상이 일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감을 잃다 보니 투수들이 피하는 승부를 하다 볼넷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마운드 세대 교체를 진행 중인 팀들이 적잖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KBO 리그에 적응 중인 어린 투수들의 볼넷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신인 계약금(9억 원)을 받고 입단한 키움 장재영은 150km 후반대의 빠른 공에도 6이닝 동안 9볼넷을 기록하며 2군으로 내려갔다.

    좁은 스트라이크 존은 항상 언급된 사안이다. 한화의 첫 외국인 사령탑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최근 "미국에 비해 굉장히 존이 빡빡하다"고 역대급 볼넷의 원인을 짚은 바 있다. 그러나 KBO는 심판들의 존이 지난해에 비해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삼성 에이스 원태인. 연합뉴스

     

    이런 제구 난조 현상은 KBO 리그 전체 선수들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올 시즌 빼어난 제구력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는 선수들도 적잖다.

    삼성 원태인은 지난 두 시즌보다 제구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 2020년 252이닝 동안 95개의 볼넷을 내준 원태인은 올해 31이닝 8볼넷을 기록 중이다. 9이닝당 볼넷이 3.4개에서 2.3개로 낮아졌다. 올해 리그 평균 4.55개의 절반 수준이다. 원태인은 올 시즌 4승 1패, 평균자책점(ERA) 1.16으로 두 부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올 시즌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최소 볼넷은 kt 고영표가 기록 중이다. 31이닝 동안 5볼넷을 내줬다. 9이닝당 1.45개인데 고영표의 통산 기록은 1.76개다. 지난해 고영표의 9이닝당 볼넷은 1.58개였다. 올 시즌 오히려 더 좋은 제구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KIA 좌완 신인 이의리도 순조롭게 리그에 적응하고 있다. 4경기 1승 ERA 2.42를 기록한 이의리는 22⅓이닝 동안 9볼넷을 허용했다. 9이닝당 3.6개로 리그 평균 보다 낮다. 반면 장재영, 이의리와 함께 빅3 신인으로 꼽히는 롯데 좌완 김진욱은 13⅔이닝 13볼넷으로 2군에 내려가 있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올해 1점대 ERA 투수는 6명이나 된다. 2012년 당시 한화에서 뛴 류현진(현 토론토)의 1.82 이후 11년 만의 1점대 ERA 투수가 나올지 기대를 모은다. 리그 전체 ERA도 4.48로 지난해 4.76보다 낮다. 볼넷 증가에 따른 타고투저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제구력의 빈인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해진 모양새다. 젊은 투수들 중에서도 KBO 리그에 적응한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들이 극명하게 갈린다. 달라진 스프링 캠프 환경도 올해 볼넷의 이상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즌을 치르면서 투수들이 얼마나 이런 변수들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