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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오세훈 시장에 '노동존중특별시' 지워질까



경제 일반

    돌아온 오세훈 시장에 '노동존중특별시' 지워질까

    故 박원순 전 시장 추진했던 '노동존중특별시'
    박원순표 정책 지우기 나선 오세훈 시장, 노동정책도 전면 퇴보할 듯
    "오 시장 등장에 흔들리는 '노동존중' 정책, 우리 사회에 정착 못했다는 반증"
    "정부, 지자체에 지나치게 의존적이었던 시민사회·노동운동도 반성해야"

    오세훈 서울시장. 황진환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새롭게 서울시정을 이끌기 시작하면서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추진했던 '노동존중특별시'의 노동 정책도 흔들리고 있다.

    박 전 시장은 2015년 '노동존중특별시'를 선언하고, 노동자 권익 보호와 사용자의 모범적 역할 등을 담은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자 이사제, 생활임금 등 굵직한 노동·복지 정책이 행정 현장에 국내 최초로 도입됐고, 노동전담부서인 '일자리 노동국'이 서울시청에 꾸려져 노정 대화를 이끌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이 던졌던 노동 이슈들은 대부분 문재인 정부가 받아들여 국정과제로 추진했다.

    실제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문 대통령의 취임 제1호 명령으로 추진됐고, 노동자 이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올해 들어 50곳을 넘어섰다.

    하지만 오 시장이 '박원순표 정책' 전반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서울시의 노동정책도 동력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재보궐선거를 앞뒀던 지난 달 29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당시 서울시장 후보 신분이었던 오 시장이 박 전 시장의 229개 정책공약 중 22개(10.0%) 공약은 폐기하고, 149개(65.1%)를 수정·보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특별시 노동사회위원회' 설치 계획은 폐기의 기로에 섰다. 또 △ILO 기준에 맞는 노조 설립 지원 △노동자 종합지원센터 개편 △'임금체불 ZERO 도시' 조성 △고용보험 가입보험료 지원 △하도급제 특사경 도입 △건설하도급 적정공사비·적정임금제 정착 △서울형 노동안전기준 확대 △서울형 유급병가 도입 △어린이집 보육교사 노동시간 단축 △성별임금격차 개선위원회 신설 △성평등 노동 행정체계 구축 △채용차별 119 운영 △서울형 어르신일자리 사업 확대 △비정규직 노동자 휴가비 지원 등의 노동 정책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오 시장의 태도는 취임 후 행보에서도 엿보인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오정환 서울시청지부장은 "노동민생정책관이나 청년청 등 박 전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부서는 업무보고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곧 이뤄질 조직개편 결과를 보면 의중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박 전 시장이 추진했던 정책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오 시장 취임을 계기로 서울시 노동정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단순히 서울시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노동연구원 박용석 원장은 오 시장의 취임에 서울시 노동정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현실은 곧 우리 사회에 노동존중 문화가 자리잡지 못한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박 전 시장의 '노동존중특별시'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사회'로 이어졌고, 실제 정부 국정과제에도 많은 정책이 공유됐다"며 "하지만 서울시가 시도했던 선진적인 노동정책은 중앙정부나 다른 지자체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 전 시장이 숨진 후 부시장 대행 기간에 이미 서울시 노동행정, 노정 대화는 사실상 중단됐다. 그만큼 관료 조직의 뿌리 깊은 노동 비하·혐오 문화가 변하지 않았다는 얘기"라며 "만약 정부가 '노동존중사회'를 우리 사회에 정착시켰다면 시장이 바뀌어도 노동정책을 함부로 후퇴시킬 수 없을 텐데, 현재 상황에서는 오 시장의 취임이 우리 사회의 노동정책을 전면 후퇴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동안 '노동 존중'을 강조했던 정부·지자체 정책에 시민사회·노동운동이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반성도 제시됐다.

    노동자운동연구소 한지원 연구실장은 "기본적으로 시민사회와 노동운동은 정부, 지자체와 적절한 거리를 두고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이번 서울시장 교체 상황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통해 그동안 노조와 시민사회가 지나치게 정부, 지자체에 의존적이었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드러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 연구실장은 "예를 들어 서울노동권익센터와 같은 기구가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겼는데, 이를 정부, 지자체에 의존한 결과 시민사회와 노조가 정부 정책의 전달 매체로 전락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며 "노조, 시민사회가 건강한 자생력을 갖춰야 정부, 지자체의 노동존중정책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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