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웨이퍼 들어보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화상 회의에 참석한 글로벌 기업들에게 반도체 투자를 촉구하는 한편 미국 중심의 반도체 주도권 강화 의지를 천명했다. 이제 이같은 백악관의 요구에 각 기업들이 어떤 답을 내놓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 회의에서 "반도체는 인프라다. 우리는 어제의 인프라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투자가 미국 일자리 계획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요약하면, 우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을 막아내고 아울러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늘림으로써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인텔은 즉답을 내놓았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사태를 빚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인텔이 직접 나서겠다"며 "앞으로 6~9개월 내에 실제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목표 아래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주로 PC외 서버용 반도체를 생산했던 인텔이 생산시설 일부를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도 압박을 받게됐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글로벌 선두 주자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거의 생산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황진환 기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인텔처럼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방안과 함께 현재 미국에 짓기로 하고 투자협상을 진행중인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증설 계획도 조만간 밝힐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우선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의 생산라인 가동률을 높여 차량용 반도체를 추가 생산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
이와함께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새로 짓겠다고 한 계획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 뉴욕, 애리조나 주정부와 투자 관련 협상을 진행중인데, 바이든 대통령이 "투자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만큼 세제 혜택 등 삼성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진다면 증설 계획에도 속도가 붙게 된다.
바이든 정부가 미국 내 시설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삼성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후순위에 밀려있었지만 이번 백악관 회의를 기점으로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 경쟁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는 '소량 다품종' 생산이다보니 신규업체의 진입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요건인데다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등 리스크가 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향후 전기차·자율주행차 등에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의 수요가 예상되는만큼 이번 기회에 삼성전자가 뛰어들 경우,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를 일정부분 자립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