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화시킨 단결정 구리 박막. 표면 산화층 두께를 정밀하게 제어해 360가지 이상의 색상을 구현할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나노구조물리 연구단이 부산대 등과 공동연구로 구리 표면 산화를 정밀하게 제어해 360가지 이상의 총천연색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자유의 여신상이 청록색인 이유는 구리의 산화 때문인데 구리의 산화는 규칙성이 없어 방향성 제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먼저 원자 수준으로 평평한 단결정(전체 시료 내 원자들이 연속적·주기적으로 배열된 고체 상태) 구리 박막을 만들기 위한 장치를 개발했다. 원자 단위로 구리를 적층해 기존의 박막 결정성장 장비에서 구현할 수 없는 0.2㎚(나노미터) 두께의 극도로 평평한 단결정 구리 박막을 제조했다.
이렇게 얻은 구리 박막을 이용해 구리의 산화 방향을 제어하고 산화층 두께를 원자층 수준으로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 결과 균일하게 산화된 구리 표면은 산화층 두께에 따라 선명한 총천연색을 띠었다.
이는 구리와 산화층 사이 경계에서 반사되는 빛이 산화층 두께에 따라 다른 파장을 갖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레이저를 이용해 표면을 국소적으로 산화시키는 산화-식각 기술도 선보였다. 산화를 식각 기술에 처음으로 적용한 것으로 연구진이 성장시킨 단결정 구리 박막은 레이저 열에 영향을 받아 부식된 색을 보이는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후가공에 의한 투명산화층, p형 반도체 영역 삽입도 가능함을 보여줬다.
여러 이미지를 금속 표면에 새길 수 있어 향후 복제 불가한 암호식각이나 반도체 소자 제작 등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은 앞으로 구리를 산화시켜 투명한 p형 산화물 반도체로 활용하는 연구와 산화 식각을 통해 기존 방식과 전혀 다른 반도체 공정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