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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답지 못했던 김명수 '반쪽 사과'



법조

    대법원장답지 못했던 김명수 '반쪽 사과'

    金, 녹취록 공개 후 보름 만에 '임성근 논란'에 입 열어
    "정치적 고려 안 했다"지만…법원 안팎 "근거는 빠져"
    공개입장 아닌 내부망에 글 올려…"안 하느니만 못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는 모습. 이한형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판사의 녹취록이 공개된 지 보름 만에 당시 대화를 둘러싼 거짓말 논란에 대해 사과했지만 정작 반응은 싸늘하다.

    자신의 '부주의한 답변'에 사과한다면서도 녹취록 속 발언을 부인하기 바빴다. 사과 방식 또한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개 사과가 아닌 법원 관계자만 볼 수 있는 내부망에 글을 올리는 수준에 그쳤다. 대법원장 스스로가 사법부 신뢰 추락을 자초했지만 책임 지는 과정에서조차 떳떳치 못한 방식을 택했다는 지적이다. 법원 안팎에서 "안 하느니만 못한 사과"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 대법원장은 19일 낮 12시쯤 법원 내부망에 A4용지 2장짜리 입장문을 게재했다. 이달 4일 임 부장판사의 녹취록과 음성파일이 공개된 후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답변해 송구하다"고 짧은 입장을 밝힌 지 15일 만의 입장 표명이었다.

    김 대법원장은 "현직 법관이 탄핵 소추된 일에 대법원장으로서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 결과와 무관하게 국민들께 송구하다"며 임 부장판사의 탄핵 소추에 대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어 임 부장판사와의 사표 반려 과정에 대해서는 "해당 법관의 사직 의사 수리 여부에 대한 결정은 관련 법 규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판단이었다"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사표 반려 당시 정치권의 눈치를 살폈다는 비판이 일자 정치적 판단이 아닌 법적 절차만을 고려했다는 해명이다. 김 대법원장은 추가로 "제가 해당 사안에 대하여 정치권과의 교감이나 부적절한 정치적 고려를 하여 사법의 독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대법원장의 이같은 주장은 당시 공개된 녹취록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녹취록에서 임 부장판사에게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된다"며 직접 '정치'를 언급했다. 보다 노골적으로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고 말했다.

    명백히 정치권, 특히 여권을 의식했다는 이야기를 자신이 해놓고도 사과문에서는 정작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았다"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녹취록 발언을 스스로 부인할 수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저 "법규정 등 여러 사정을 살폈다"는 주장이 전부였다. 이에 대해 한 고위 법관은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어떤 사실에 근거했는지 말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은 나오지 않았다"며 "대법원 예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든지 그런 팩트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입장문에서 분명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적시하고서도 국민들이 접할 수 없는 법원 내부 통신망을 통해 공개한 방식을 놓고도 말들이 나온다. 대법원장이 거짓말까지 해가며 사법 불신을 스스로 야기했음에도 사과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사법농단' 당사자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2016년 김수천 부장판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자 긴급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고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보다 10년 앞선 2006년에는 당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조관행 전 부장판사의 재직시절 금품수수 비위에 대해 "전국의 모든 법관들과 더불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 전직 법관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장 스스로 야기한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법원 내부망에 올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법원장이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하다는 인상을 줄 수 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사과문을 공개하고서도 퇴근길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아무말 없이 청사를 나섰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대법원장에 대한 반발, 사퇴 요구가 확산하고 있으니 판사들을 다독이기 위한 사과로 보인다. 이렇게 인정을 안 하는 사과라면 할 이유가 없다"며 "안 하느니만 못한 사과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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