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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되는 체육계 폭력, 왜 없어지지 않을까



스포츠일반

    대물림되는 체육계 폭력, 왜 없어지지 않을까

    여전히 통용되는 폭력 통한 성적 향상과 결과지상주의
    사회 통념에 반하는 폭력, 체육계 내부의 반성과 변화 필요
    진학과 상위 무대 진출 위한 다양한 평가 요소 필요성

    2021년 현재 한국 체육계는 아직 경기 성적이 지도자, 선수를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폭력 문제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평가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스포츠는 무조건 경기 성적으로만 인정을 받잖아요."

    2021년 2월 한국 체육계는 또 한 번 어두운 단면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가운데 최근 들어 단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프로배구가 여자부 간판스타 이재영, 이다영 자매(이상 흥국생명)에 이어 남자부 송명근, 심경섭(이상 OK금융그룹)이 학교 폭력 가해자로 드러나면서 위기를 맞았다.

    체육계에서는 그 동안 지도자는 물론 선수도 좋은 학교나 좋은 팀으로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하는 만큼,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폭력 사용은 암묵적으로 용인돼 왔다.

    특히 이번 사례의 경우 그동안 체육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지도자와 선수, 선후배간의 체벌이나 폭력이 아닌 동료 선수간의 폭력이 문제가 됐다.

    여러 지도자에게 체육계에서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묻자, 공통적으로 돌아온 답변은 '성적' 그리고 '인정'이었다.

    현역 학원 스포츠 지도자 A씨는 "내가 선수였을 때는 지도자에게 혼나고, 선배에게 혼나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상하 관계에 의한 다툼보다 선수와 선수 사이의 다툼으로 인한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도자 B씨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분명 (폭력을 통한) 좋지 않은 방법도 사용됐다. 나 역시 그런 분위기 속에 경기에서 성적을 내고 인정받으며 성장했다"고 푸념했다.

    폭력으로 대표되는 체육계 병폐의 해결을 위해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에 걸맞은 체육계 내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폐쇄적인 엘리트 지상주의에 몰입된 체육계에서는 과거부터 대물림돼 온 폭력을 통한 성적 향상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데다, 옳지 않은 과정을 거치더라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 누구도 문제를 삼지 않았다는 점에서 폭력은 근절되지 않았다.

    하지만 체육계가 과거의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그들 밖 세상은 빠르게 달라졌다. 체육 현장에서도 사고 발생 후 수습보다는 예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을 공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예방이 쉽지 않다는 것이 현장 지도자의 씁쓸한 하소연이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로 지목된 것이 숙소 생활이다. 숙소 생활의 가장 큰 문제는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있어, 지도자들이 적극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도자와 선수의 성별이 다른 경우는 더 어렵다. 이 때문에 숙소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는 예방은 물론, 개선책 마련도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 고등학교 운동선수의 합숙 생활은 현재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합숙 생활은 지도자나 학부모의 필요에 의해 암암리에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9년 조재범 쇼트트랙 코치의 성범죄, 2020년 고(故) 최숙현 선수가 희생된 가혹행위에 이어 최근 배구 종목에서 다시 제기된 체육계 폭력 문제는 결국 대통령까지 나서는 상황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황희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폭력 등 체육 분야 부조리를 근절할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지난 10년간 체육계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모두는 체육계 외부에 의한 요구였고, 체육계 내부에서는 반발이 있었다"며 "학생 선수는 운동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이고, 사회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를 보완하고 법을 정해 강제하는 방법은 단기적인 효과에 그친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개선은 체육인의 문화와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학생 선수를 오직 성적으로만 평가하는 현재 방식에서 벗어나 기량 향상, 학업 성취 등 다양한 기준으로 바뀌어야 한다. 1년 단위의 지도자 계약 문화를 바꾸는 것도 성적 위주의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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