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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파업' 멈췄지만…이번엔 합의 지켜질까



경제 일반

    '택배 파업' 멈췄지만…이번엔 합의 지켜질까

    2차 합의에서는 노조와의 협상 테이블 직접 앉은 택배회사
    분류인력 추가 투입 시점 확정…표준계약서 이행 강제할 수단도 확보
    합의사항 뒷받침할 재원 문제는 아직 과제로 남아…정부가 해법 마련해야

    택배노조가 분류인력 책임이 담긴 잠정합의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총파업을 철회하기로 한 29일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서 투표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설 연휴 파업'을 눈앞에 뒀던 택배업계가 극적 합의에 성공했지만, 이미 노사 간의 신뢰가 흔들린 상태에서 남은 쟁점을 수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노조와 직접 대화 나선 택배회사…표준계약서 이행할 강제력도 마련돼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지난 29일 노사 합의안을 추인하고 이날 돌입할 예정이었던 총파업을 철회했다.

    이번 합의안은 택배노조와 택배 3사(CJ, 롯데, 한진), 국토교통부, 더불어민주당 등이 참석한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전날 밤 도출했다.

    노사는 구체적인 합의문 내용은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분류 작업' 등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사항을 정해진 기한 안에 실제로 이행할 것이라는 신뢰를 확보하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에도 1차 합의를 통해 택배노조가 총파업 시도를 철회했지만, 사측이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다시 파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노동계로서는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했던 택배회사가 노사 합의안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을 만하다.

    택배노조는 2017년 11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필증을 발급받고 '법 내 노조'로 자리 잡았지만, 택배회사는 택배노동자들이 등록된 대리점이 사용자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노조와 교섭할 수 없다고 거부해왔다.

    반면 노조는 1개소당 고작 10명 남짓한 택배노동자를 고용하는 영세 대리점을 상대로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일감과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원청'인 택배회사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지난 1차 합의에서도 택배회사 대신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사측을 대표할 뿐, 실제 택배 일감을 쥐고 있는 택배회사는 뒤로 빠졌다.

    결국 택배노조 및 대리점연합과 택배회사 간에 분류작업 해결방안과 관련 수수료 지급 문제를 놓고 합의문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 것이 1차 합의가 파기된 결정적 계기였다.

    반면 이번 2차 합의에서는 택배회사가 직접 합의문을 확인하고 서명했기 때문에 이러한 혼란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이번 2차 합의에서는 분류작업에 필요한 추가 인력을 설 연휴 1주일 전인 다음 달 4일까지 반드시 투입하기로 못 박았다.

    더 나아가 분류작업, 작업 시간,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 등을 반영한 표준계약서를 올해 상반기까지 마련하고, 국토부가 매년 택배회사의 사업자등록을 인증할 때 표준계약서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지난해 택배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으로 과로사를 방지하자며 새로 제정됐던 '생활물류법'에서도 표준계약서에 대한 조항을 마련했지만, 권고사항일 뿐이어서 사실상 아무런 강제력이 없었던 문제점을 이번 합의에서 해결한 셈이다.

    택배노조가 분류인력 책임이 담긴 잠정합의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총파업을 철회하기로 한 29일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 택배 상자가 쌓여 있다. 박종민 기자

     

    ◇ 합의 뒷받침할 요금 논란에 표준계약서 이행 검증까지…정부 책임도 커져

    이러한 성과에도 택배업계에서 제기됐던 문제를 모두 해결한 것은 아니다.

    우선 이번 2차 합의에서 분류작업을 사업자의 책임으로 명문화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택배노동자의 주 최대 노동시간도 60시간으로 규정했지만, 정작 수수료·택배 물량의 적정 수준과 이를 뒷받침할 택배비 인상 등 논의는 추후 과제로 미뤄졌다.

    그동안 노조는 택배3사가 설 특수기에 배치하기로 한 6천 명의 분류인력에 대해 추가로 인원을 투입하고, 인력 충원이 어려울 경우 분류작업에 대한 수수료를 별도로 지급하라고 요구해왔다.

    또 대리점의 경우 "1차 합의 이후 분류인력 인건비의 70%까지 부담하고 있다"고 반발했기 때문에 분류작업 비용 분담률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그동안 택배노동자의 '공짜 노동'에 의존했던 택배회사가 분류작업을 책임지려면 당연히 인력을 충원하거나 물류 인프라를 자동화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택배업계 노사는 △주5일제 △택배비 거래구조 개선 △현장갑질 개선 △택배비 적정 수수료 등 4개 주제를 놓고 다음 달 17일 추가 협의를 진행할 예정으로, 택배비 인상 문제 등도 이때 다룰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노조-대리점-택배회사 3자 간의 신뢰가 1차 합의 파기로 깨졌던 마당에, '발등의 불'인 설날 연휴 택배 대란을 피한 시점에도 택배회사들이 이번 2차 합의처럼 적극 협상에 나설지는 미지수에 가깝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택배요금과 거래 구조를 현실화하고, 업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택배회사가 합의에 충실히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국토부가 택배회사의 표준계약서 이행 여부를 검증하도록 했지만, 자칫 업계의 사정 등을 이유로 사측에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솜방망이 징계에 머무른다면 2차 합의의 성과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 강민욱 교육선전국장은 "(국토부의 주관이 아닌) 표준계약서의 수행 여부로만 따지기 때문에 위반사항을 국토부에 신고만 해도 합의안이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면서도 "현장에서 표준계약서를 잘 이행하는지, 국토부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현장의 노동자와 노조, 시민사회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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