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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서울역에서'…"새해를 맞는 각기 다른 바람들"



사건/사고

    '국회에서' '서울역에서'…"새해를 맞는 각기 다른 바람들"

    "새해 첫날, 다른 두 풍경들"
    "엄동설한 속 단식농성하는 산재사망 유가족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시민들, 예년과 달리 '언택트' 새해 보내"
    "올해에는 부디 코로나 종식됐으면"

    코로나는 새해 첫날의 모습도 바꿨다. 왁자지껄한 신년모임이나 일출여행 대신 단출한 가족 모임이 대세가 됐다. 시민들은 대면이 아닌 비대면으로 새해 안부를 전했다. 자동차가 줄어든 거리는 오히려 차분했다.

    바뀌지 않은 것들도 물론 있었다. 국회 앞 산업재해 희생자 유가족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엄동설한에도 자리를 지켰다. 보다 나은 내일을 바라는 시민들의 희망도 마찬가지였다. CBS노컷뉴스는 각기 다른 두 공간에서 이들을 만났다.

    ◇엄동설한 속 단식농성하는 산재사망 유가족들

    국회 본청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요구 단식농성장. 차민지 기자

     

    휴일 국회 본청 앞 단식농성장은 썰렁했다. 관계자와 단식농성자를 모두 합쳐 사람이 다섯여 명에 불과했다. '사람을 살리는 단식농성장'이라는 역설적인 팻말이 눈에 띄었다. 입구에는 "면역력이 떨어진 단식농성자들과 접촉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이 놓여있었다.

    故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故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씨 등 산업재해 사망자 유가족들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은 1일로 단식 22일차를 맞는다.

    단식이 장기화되면서 이들의 몸 상태도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강 의원이나 이용관씨, 이 부위원장은 인터뷰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김미숙씨만이 유일하게 인터뷰를 허락했다. 관계자는 "오후부터는 면회도 어렵다고 안내하려고 한다"고 했다.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22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故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차민지 기자

     

    김미숙씨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통과를 위해 노력했지만, 무산됐고 이제는 회기 내에라도 제대로 된 법안이 통과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만명이 입법발의 운동을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올렸다. 그것만큼은 안되더라도 최소한 법의 취지나 큰 골격을 담아서 법안이 통과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씨 역시 건강이 좋지 않다. 그는 이제는 목소리마저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법안이 본회의에 통과할 때까지 있겠다는 다짐으로 들어왔어요. 그 이전에는 단식을 접을 생각이 전혀 없어요"

    국회 밖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CJ진천 현장실습생 故김동준군의 어머니 강석경씨와 故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 차민지 기자

     

    국회 밖에서도 단식은 이어지고 있다. 청년 건설 노동자 故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와 CJ진천 현장실습생 故김동준군의 어머니 강석경씨는 단식 5일차에 들어섰다.

    비닐 텐트 안에서 이불을 덮고 있던 김씨는 "솔직히 떡국 한 그릇도 가족들과 먹지 못하고 국회 앞에서 연말과 새해를 보낸 게 끔찍하다"면서도 "올해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꼭 제정되어서 기업이 사람 목숨에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현재 50인 미만 기업은 4년 적용 유예, 100인 미만 기업은 2년 적용 유예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 식으로 따지면 99.5%의 국민은 이 법을 적용받지 못한다"며 "누더기 법은 김용균법만으로 충분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만큼은 사람을 살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2020년의 마지막 날인 어제 집으로 퇴근하지 못하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밤을 지새웠다"며 "국민에게는 퇴근했다가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새해 첫날 오손도손 이야기할 수 있는 작은 행복을 지킬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가버린 제 아들은 이 법이 만들어져도 돌아오지 않지만, 국민들은 그런 아픔을 겪지 않도록 국회가 얼른 힘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새해에는 부디 코로나 종식되길"

    1일 한적한 서울역 역사 안. 차민지 기자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역 역시 예년보다 한적한 모습이었다. 전국의 거리두기가 격상되고 각종 신년맞이 행사도 취소되면서 올해는 여행 대신 '집콕'을 택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모(55)씨는 "원래 늘 신년에는 가족들이랑 동해에 가서 해돋이를 봤는데 올해는 집안에 꼼짝하지 않고 있어서 답답하고 외롭다"며 "코로나로 인해서 평소에 해왔던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70대 황모씨는 "올해는 직계 가족들이랑 단출하게 떡국을 먹으면서 신년을 보내기로 했다"며 "금년에는 모두가 잘되자고 덕담을 나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어려운데 그래도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단은 건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코로나로 변화한 새해맞이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줌(Zoom)'을 이용해 온라인 신년회를 했다는 사람들이나, 오프라인 약속은 잡지 않고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안부인사만 주고받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최모(27)씨는 "친구도 못만나고 너무 심심해 친구들과 줌을 이용해 온라인 신년회를 했다"며 "생각보다 재밌었고 시간도 잘 가서 놀라웠다. 직접 만나는 것보다는 덜하지만 이렇게 무료함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조모(65)씨는 "코로나로 따로 약속을 잡지 못했다. 아들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만나기 어려웠다"며 "지인들과 안부 연락만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풍경은 예년과 달랐지만 보다 나은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았다.

    이모(71)씨는 "자유롭게 나가지도 못하고 구속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가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새해에는 좀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바랐다.

    김모(50)씨는 "국민이 모두 다 힘든 시기인 만큼 긍정적인 마음으로 잘 이겨나갔으면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건강에 조금 문제가 있는 만큼 많이 웃고 즐겁게 살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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