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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뉴스]중대재해법 '탄력'…민주당 수정案 살펴보니



국회/정당

    [딥뉴스]중대재해법 '탄력'…민주당 수정案 살펴보니

    • 2020-12-14 04:30

    박범계, 위헌 시비 손질한 수정안 발의
    기존안에서 '인과관계 추정' 규정 삭제
    포괄적 책임 없애고 공무원 처벌 완화
    다만 실효성 우려 남고 사각지대 불가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산재 사망사고를 막자는 취지로 발의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법안 세부내용에 회의적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내 논의에 불이 붙으면서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14일 이 법 제정안(이하 수정안)을 추가로 대표발의한다. 앞서 같은 당 박주민·이탄희 의원이 내놨던 법안(기존안)에서 위헌 시비가 걸릴 만한 대목을 손질했다고 한다.

    CBS노컷뉴스는 수정안을 단독입수해 살펴봤다. 형법 체계와 정합성을 높인 반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무죄추정 원칙과 충돌"…'추정 규정' 삭제

    기존안에서 달라진 대목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인과관계의 추정' 규정이 삭제됐다는 점이다.

    기존안에서는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원청 업체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해도 '추정'을 통해 책임을 물을 여지가 있다.

    물론 이는 사업주가 '위험 방지' 의무를 5년새 3차례 위반했거나 증거 인멸로 수사를 방해한 사실이 확인됐을 경우로 한정된다.

    해당 조항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박범계 의원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충돌하고 검사의 입증책임을 과도히 경감시켜준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공소 제기된 범죄에 대한 입증 책임은 형사소송 대원칙에 따라 검사가 맡아야 한다는 취지로, 입증 책임을 사업주에 맡길 경우 위헌 시비가 일 수 있다는 법조계 지적을 받아들인 것.

    중대재해기업법제정운동본부 최명선 상황실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책임자 처벌이 어려웠던 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위반했는지 입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 우리 법체계에서 일반적인 조항은 아니지만, 입증이 까다로운 환경·보건 범죄에 관한 법률엔 이미 도입돼 있다"고 반박했다.

    고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씨가 1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 '포괄적 책임' 없애 '처벌 사각지대' 우려

    수정안에서 사업주가 져야 하는 '위험 방지' 의무의 범위를 '안전‧보건조치' 수준으로 좁힌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 내용으로는 '이 법 또는 각 개별법에서 정하고 있는 안전 또는 보건을 위한 관리, 조치, 감독, 검사, 대응 등의 의무'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그러나 개별법이 규정하고 있지 않은 대목에서는 처벌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동시에 안게 됐다.

    예를 들어 사고 당시 '2인 1조 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더라도 관련 법령이 추가로 구비되지 않는다면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요원할 수 있다.

    또 공무원 처벌 수위가 낮아진 것도 차이점이다.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벌금(기존안)'이 '7년 이하의 금고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수정안)'으로 완화됐다.

    인·허가 단계에서 발생하는 행정적 묵인을 막겠다는 당초 취지와 반대로, 소극 행정과 형식주의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결과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정의당 단식농성이 11일 국회 본청 앞에서 시작되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고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씨, 강은미 원내대표, 고 이한빛씨 아버지 이용관씨(왼쪽부터)가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 '50인 미만 유예' 고수…실효성 논란 불가피

    반면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 적용을 4년 동안 유예하겠다는 방침은 고수하기로 했다.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이견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내 사업장 대부분이 50인 미만이라는 점과 원청 처벌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유예 기간에 대책 수립이 끝없이 늦춰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은 하청-재하청 시스템에서 원청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도록 만든 법인데, 처벌 대상에서 유예시키는 것은 법안 후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수정안에는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과 정책위원회는 물론 당 지도부 의중까지 간접적으로 반영돼 있다고 한다.

    박 의원을 비롯한 당 법사위원들은 법안 발표 사흘 전인 지난 11일 전문가와 함께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위헌 소지 등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앞으로 사흘 동안 의견을 다듬은 뒤 오는 17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최종 방침을 조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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