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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문중원 기수 1주기에도 '죽음의 경주' 끊이지 않는 이유



사건/사고

    故문중원 기수 1주기에도 '죽음의 경주' 끊이지 않는 이유

    지난해 11월 29일 세상 떠난 문중원 기수 1주기
    마사회 부정 경마와 조교사 개업 비리 등 꼬집어
    조교사 개업심사 폐지 등 성과 있었지만…
    구조 개선이나 기수, 마필관리사 처우 문제는 아직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문중원 열사 1주기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오는 29일이면 고(故) 문중원 기수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된다. 문 기수가 남긴 A4 용지 3장 분량의 유서에는 부정 경마와 조교사 개업 비리 등 마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이 빼곡히 담겼다.

    문 기수가 떠난 직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유가족들은 연대 투쟁을 이어왔다. '마사회'라는 거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의미있는 변화도 만들어냈지만, 이루지 못한 성과도 남아있다.

    ◇"문중원 기수 추모주간 선포…오는 28일까지"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문중원 열사 1주기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 에 참석한 문 열사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마사회는 합의사항 완전히 이행하라! 기수와 마필관리사의 인권 보장하라!"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문중원열사 1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마사회 적폐청산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주최했고 연대단체들이 함께했다. 문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와 유족들도 함께였다.

    대책위는 "말을 타던 문중원 열사의 1주기를 맞이하는 마음이 아직도 시리다"며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한국마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직도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마사회의 개혁 시간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의 죽음 이후 사그라진 두 명의 목숨이 말해준다"며 "그동안 마사회는 매출을 늘리려고 해외도박단도 묵인하고 마사회 직원들의 불법 베팅도 제대로 징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 기수의 장례식은 대책위와 유가족의 투쟁 끝에 사망 100일만인 지난 3월 7일에 치러졌다.

    마사회는 문 기수의 유족을 대리해 교섭에 나선 민주노총과 △ 3개월 내에 부산·경남 경마 시스템의 배경과 현황을 분석하는 연구용역 사업 추진 및 정부 보고 △경쟁성 완화와 기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책임자 처벌 등을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대책위와 유가족들은 일부 지켜진 사항도 있지만 갈길이 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인 오씨는 "남편이 떠나고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한국마사회에서는 죽음의 경주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하루 빨리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마사회는 오히려 코로나19 재난 상황을 구실로 온라인 마권 발매 합법화를 시도하며 매출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지난 3월 합의안 중 일부는 지켜지고 일부는 이행이 안되고 있다"며 "빠른 시일내로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도록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는 28일까지 각종 추모사업을 이어간다.

    ◇조교사 개업심사 폐지는 성과…구조 개선은 갈길 멀어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무심히 흐른 1년여의 시간동안 변한 게 아주 없지는 않다. 마사회가 조교사 개업심사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마사회는 앞으로 조교사 면허를 취득한 순서대로 개업 순번을 부여하고, 같은 연도에 면허를 취득한 경우 나이와 경력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기존에는 일종의 감독 역할을 하는 조교사는 면허를 취득한 뒤에도 별도로 진행되는 조교사 개업 심사에서 선발돼야 마방을 배부받고 개업을 할 수 있었다. 각종 부조리가 개입될 여지가 많았다. 문 기수는 유서에서 해외 연수도 다녀오는 등 노력했지만 높은 사람과 친분이 없으면 마방을 받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문 기수의 주장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났다. 관련 의혹을 수사한 부산경찰청은 올해 7월 지난해 조교사개업 심사 등에 참여한 부산경남경마공원 간부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도 했다.

    오씨도 "얼마전 뉴스에서 조교사 개업심사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을 봤다"며 "남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제도가 사라져 경마의 공정성을 높이고, 남편이 바라던 부정부패가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합의안 중 하나였던 부산·경남 경마 시스템의 배경과 현황을 분석하는 연구용역은 완료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공정책연구원이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보고서를 발간했다. 다만, 정부 보고와 현실 적용 등의 문제는 남아있다.

    핵심 내용 중 하나인 특수고용직 노동자인 기수의 불안정한 지위와 마필관리사의 인권, 노동권 문제는 갈 길이 멀다. 김혜진 공동집행위원장은 "산업재해가 굉장히 많은데 책임은 조교사에게 다 가있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마사회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며 "마필관리사는 간접 고용의 전형체이고, 기수들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기승을 거부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사회의 전반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 집행위원장은 "공공성과 책임성을 부여하는 방법은 마사회법 개정에 있다고 본다"며 "강한 권한을 어떻게 견제하고 기수나 마필관리사의 목소리는 어떻게 반영하느냐 등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코로나19로 계속해서 경마 경기가 열리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개혁의 동력이 사라질까 염려도 나오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일부 이행된 합의사항 말고는 경마가 중단돼서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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