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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한글날' 여파 확인 안됐는데…거리두기 선제 완화?



사건/사고

    '추석·한글날' 여파 확인 안됐는데…거리두기 선제 완화?

    지난 7일 114명 이후 감소세지만 1단계 첫날 '100명' 육박
    국내발생 여전히 50명 이상…감염경로 '불명'도 近 20%
    "황금연휴 직후 이태원 집단감염 터진 5월 초 연상" 우려
    앞서 발표한 단계별 기준 어긋난다는 지적도…"조정 필요"

    서울시내 한 공원에 입장하는 시민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1단계로 완화한 첫날,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세 자릿수에 육박하면서 하향 조정이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추석 및 한글날 연휴의 감염확산 영향이 채 파악되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방역 고삐를 늦추는 것이 적정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할 때 가장 유념하는 지표인 '국내발생' 환자가 확연한 감소세라는 점, 중환자병상 등이 여유 있게 확보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정부의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 최대 2주인 코로나19 잠복기 등을 고려할 때 연휴가 끝나자마자 거리두기 강도를 낮춘 것은 방역 상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휴 직후 단계 '하향'했는데…주말 검사량 감소에도 확진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박능후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브리핑을 통해 이튿날(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8월 16일 사랑제일교회의 집단감염과 광복절 집회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인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거리두기 2단계가 실시된 지 57일 만, 일주일 뒤 전국 단위로 2단계 조치가 확대된 이후 50일 만이다.

    박 1차장은 "현재 국내발생 신규환자 수는 수도권은 50명 이내, 그 외 전국은 10명 내외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추석연휴를 포함한 최근 2주간 일일평균 국내발생 환자 수는 59.4명으로 그 직전 2주간의 91.5명에 비해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특히 추석연휴 이후 첫 주인 지난주는 일일평균 61.4명으로 감소세를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정부가 설정한 '추석 특별방역기간' 확진추이를 보면, 1일 신규환자는 추석 연휴 첫날이었던 지난달 30일 113명으로 세 자릿수를 기록한 뒤 60~70명대로 다소 줄어들다 한글날 연휴를 앞둔 지난 7일 114명으로 다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지난 8일 69명→9일 54명→10일 72명→11일 58명 등 50~70명 안팎으로 증감을 반복하던 확진자 수는 거리두기 단계가 낮아진 지난 12일 98명으로 다시 '100명'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주말에는 평일의 절반 정도 수준의 검사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증가 양상은 이례적이다.

    실제로 목요일이었던 지난 8일 1만 1389건의 진단검사를 통해 54명의 확진자가 나온 반면, 휴일이었던 지난 11일에는 이보다 훨씬 적은 5127건의 검사가 이뤄졌음에도 두 배에 가까운 확진자(98명)가 추가됐다. 한국어 과정 연수를 위해 국내 입국한 네팔인 11명이 단체로 확진되면서 해외유입이 29명으로 평소보다 늘어난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역사회 확진자가 하루 사이 46명에서 69명으로 20명 이상 '급증'한 것이다.

    한 사민이 마스크를 손에 들고 이동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추석發 집단감염 속속…"5월 황금연휴 직후 감염 급증 연상" 지적

    연휴기간 모임 등으로 인한 산발적 집단감염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대전시 소재 한 어린이집에서는 지난 10일 원아의 가족인 60대 남성(대전 385번 환자)이 최초 확진된 이후 해당 환자의 손자가 감염되는 등 7명(종사자 4명·원아 3명)이 추가확진돼 12일 기준 총 14명이 확진됐다. 방역당국은 추석 연휴였던 지난 3일 일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한 것을 감염경로로 추정하고 있다.

    또 지난 8일 첫 확진자가 나온 서울 서대문구 장례식장에서 접촉자 조사 중 10명이 추가로 확진판정을 받아 모두 11명(가족 4명·방문객 7명)이 확진된 가운데 방역당국은 지난달 28~30일 장례식장 참석을 통해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동두천시에서는 친구들이 가진 모임에서 모임 참석자와 이들의 가족·지인 등 총 15명이 확진된 것으로 조사됐다.

    즉, 추석 때 각종 모임을 진원으로 한 소규모 집단감염의 결과가 2주 가량 지나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황금연휴 직후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1단계)로 조정한 직후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이 발생한 선례를 들어 정부의 조치가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달 6일 2명에 불과했던 국내 신규 확진자는 연휴기간 클럽 방문자로 확인된 '용인 66번 환자' 확진 이후 8일 12명, 10일 34명 등으로 불어났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실제 확진) 결과와 무관하게 (거리두기 조정이) 조금 빨랐다고 본다. (추석·한글날 등) 두 번의 연휴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제시한 거리두기 단계 기준에 적합해서 전환했다기보다는 경제상황 등을 고려한 정무적 판단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거리두기 단계를 내렸다가 다시 올리는 것은 더 어렵다. 만약 환자가 늘어나 (거리두기 단계를) 다시 올린다면 그 후폭풍은 더 심각할 것"이라며 "조금 더 (확진) 경과를 보고 더 신중하게 판단을 내리는 게 낫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 역시 "정부가 지난 10~11일 확진자 수로 판단을 한 것 같은데 환자가 감염에 노출된 이후 5~6일 지나 증상이 나타난다 해서 바로 검사를 받는 게 아니다"라며 "당사자가 어쩌다 하루 이틀 넘기고, 선별진료소에서도 사례 정의 등을 따져 검사를 받게 되면 확진까지는 열흘 이상 걸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상황이) 지난 2~3월 대구·경북 유행 이후 거리두기를 강화했다 5월 초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한 직후 이태원에서 집단감염이 터진 사례와 비슷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또 지난 7월 교회 소모임에서 발생한 감염이 거리두기 강화로 줄어들었다 8월 중순에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는 등 정확히 2개월 간격으로 벌어지는 일인데, (정부가) 이를 교훈 삼아 정교하게 예측하고 판단할 수 없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사진=연합뉴스)

     

    다만, 현실적으로 이미 두 달 가까이 지속된 거리두기의 '실효성'을 생각할 때 현 시점에서 강도를 약간 완화하는 조치가 적정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생활방역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기모란 교수는 "처음 거리두기를 시작할 때는 사람들이 이동을 자제하지만, 기간이 길어지면서 거리두기를 강조하려면 훨씬 더 힘이 많이 들고 수용성도 떨어진다"며 "개천절·한글날 집회가 큰 무리 없이 끝나면 (거리두기 단계를) 조금 완화하고자 했던 것이 본래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한 "거리두기 2단계 상향의 원인이 된 지난 8·15집회는 (코로나 고위험군인) 고령층이 많고, 정부에 반대하시는 분들이 많은 집회 특성상 방역수칙을 잘 안 지키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된 것"이라며 "2단계를 두 달 가까이 시행한 것도 유례없이 길게 한 것이기 때문에 다음달 중순쯤 인플루엔자(독감)가 유행하면서 환자가 많이 나오게 되면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RELNEWS:right}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도 도마에…"세부 조정 필요"

    앞서 정부가 지난 6월 말 발표한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정부가 공개한 단계조정 기준을 보면, 현재 확진세가 1단계에 정확히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중대본이 밝힌 '방역수칙 단계별 전환 참고지표'에 따르면, 현재 적용 중인 거리두기 1단계(생활 속 거리두기)는 △지역사회 환자 위주로 보되 일일 확진자 수 50명 미만 △감염경로 불명사례 5% 미만 △방역망 내 관리비율 80% 이상 등을 충족해야 한다. 이밖에 중환자실 여력 및 의료체계의 역량, 유행지역의 특성, 전문가 의견 등도 종합적으로 반영된다.

    이에 비춰보면, 지난 4~10일 국내발생 확진자 수는 평균 61명으로 그 직전 한 주(57명)보다 오히려 늘었을 뿐 아니라 여전히 50명을 웃도는 상태다.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최근 2주간 집단감염 건수는 24건으로 이전(36건)보다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감염경로를 '조사 중'인 사례는 19%로 나타나 신규환자 '5명 중 1명'은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12일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정부가 스스로 내세운 단계별 지침을 지키지 않는 것은 방역정책의 일관성, 신뢰성 등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짚었다.

    김우주 교수는 "방역도 소통인데, 정부가 일관된 원칙으로 움직이지 않아 (중대본 브리핑이 있는) 일요일 오후만 되면 깜짝깜짝 놀라지 않나"라며 "코로나로 인한 피로감이란 것도 정부가 지침이나 기준을 안 지키고 오락가락하는 데서 오는 게 더 크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위험시설에 대한 영업제한 역시 일괄적으로 다 영업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방역수칙 준수현황 점검을 통해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한다면 불만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중식 교수 또한 "정부가 공들여 결정한 거리두기 단계 기준을 좀 맞췄으면 좋겠다"며 "만약 기준 자체를 안 바꾸고 이 상태에서 (단계를) 올리거나 내릴 때 각 단계별 방역수칙을 섞어 '1.5단계', '2.5단계' 같은 식으로 한다면 그때 그때 (임의로) 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실제로 정부는 조만간 3단계로 구분된 현행 거리두기 기준을 손질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모란 교수는 "지난주에 생활방역위원회 회의를 하면서 단계조정에 대해 2주 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달 말 정도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단계별 기준을 만든 것은 예측 가능성을 위해서인데, 단계 간 격차가 너무 커 지금 안(案)으로는 바로 적용하기가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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