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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없는 터미널 매각…피해는 시민이



경인

    알맹이 없는 터미널 매각…피해는 시민이

    [불안한 미래 인천버스터미널]
    인천시 정무직군이 주도한 9천억 원대 터미널 매각
    소송‧법인세 납부 등 제외하면 효과는 5800억에 그쳐
    현 시점에서 손익계산 '마이너스'
    반복될 '운영권 논란'…타계책 없어
    "시민 불편 최소화 방안 마련해야"

    ※전국 고속‧시외버스터미널 가운데 유일하게 공기업이 운영하는 인천버스터미널이 반복되는 민영화 전환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터미널 시설의 소유권자가 민간기업이기 때문이다. 당시 인천시는 터미널 시설은 매각했지만 이 시설을 다시 임대하는 방식으로 터미널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인천시의 터미널 시설 매각 사례를 통해 지자체의 섣부른 자산 매각이 향후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졸속 매각에 책정하지 못한 '터미널 운영권' 가치
    ②사전 접촉‧세금 감면‧외투기업 먹튀‧용도 변경 특혜까지…커지는 의혹들
    ③알맹이없는 터미널 매각…피해는 시민에게
    (끝)
    매각 7년 만에 민영화 전환 위기를 맞았던 인천버스터미널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와 의혹들을 해소하고 앞으로는 공공성도 염두에 둔 신중한 공공재산 매각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터미널 매각, 인천시 정무직군이 매각 주도…행정직군‧시의회 배제된 정책 실패

    인천시의회가 2012~2013년 인천에서 이뤄진 버스터미널 매각 과정을 조사한 '재산 매각 상황과 특수목적법인 조사특별위원회(이하 조사특위)'의 조사 회의록을 보면 인천시의 터미널 매각은 당시 송영길 시장 직속 평가조정담당관 등 정무직군의 주도로 추진됐다.

    인천시가 터미널 부지 매각 계획을 발표한 2012년 5월보다 3개월 전에 먼저 시장 비서실장이 롯데를 찾아가 매각을 타진했고 이후 1주일 뒤 시 기획관리실장이 재차 매각 의사를 타진한 뒤 비밀협약을 맺고 매각 관련 정보를 롯데에 넘겨줬다.

    같은 해 6월에는 외국인 투자회사에 한해 시장이 인정하는 경우라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은 공유재산관리 조례를 개정했으며, 9월에 롯데와 8700억 원에 터미널 부지를 매각하기로 수의계약했다.

    이후 터미널 부지에 입주했던 신세계백화점이 매각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며 소송을 제기해 계약은 무효화됐지만 다음해 1월 결국 인천시와 롯데는 9천억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인천시청(사진=자료사진)

     

    이 과정에서 건설교통국 등 인천시 행정직군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신세계의 소송 등으로 매각 절차상 문제가 발생하자 당시 건설교통국장 등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시장은 며칠 뒤 해당 국장에 대해 '원포인트'로 좌천성 인사를 냈다. 당시 건설교통국장은 송 시장에게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해 터미널 매각 가격을 높이고 절차적 정당성도 얻어야 한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의회 역시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할 것을 시에 요구했지만 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인천터미널 매각은 인천시장을 비롯한 정무직군들이 독단적으로 처리한 사업이었던 셈이다.

    롯데와 매매계약을 맺기 전 2012년 말 당시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송 시장과 서해동 시 평가조정담당관을 만나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한다면 9천억 원 이상의 가격으로 응찰하겠다고 밝혔지만 송 시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조사특위의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터미널 매각, 결과적으로 '마이너스'였다

    매각 후 7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인천터미널 매각이 인천시의 재정난 해소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매각 이후 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의 재무 상황을 보면 사실상 '마이너스'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인천시가 터미널 부지 매각 이후인 2013년 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의 수입지출 현황을 보면 인천시가 이 기간 터미널 부지 매각과 관련해 지출한 금액은 터미널 부지를 임대했던 업체에게 돌려준 보증금 1906억 원과 법인세 983억 원(애초 894억 원으로 알려졌으나 2015년 정정됨), 터미널 임대료 16억 원 등 모두 2905억 원이다.

    여기에 소유가 롯데로 바뀌면서 못한 터미널 입주기업들의 임대비용 214억 원을 더하면 매각을 통해 사실상 3119억 원을 손해봤다. 이 때문에 인천시는 9천억 원에 터미널을 매각하고도 실제 순수익은 5881억 원으로 추정된다.

    반면 애초 터미널 부지 소유주였던 인천교통공사 입장에서는 터미널 부지를 시에 반환하면서 5623억 원의 자산이 없어졌고, 매각하지 않았다면 받았을 임대수입 등 1497억 원이 사라졌다. 여기에 7년간 롯데에 납부한 임대비용도 115억 원에 이른다. 이를 종합하면 인천교통공사가 터미널 매각으로 본 손해는 7235억 원에 이른다.

    ◇실패한 사업, 피해는 시민에게

    인천시의회도 2016년 조사특위 보고서를 통해 "심각한 재정난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터미널 부지를 공개경쟁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시급하게 매각해 9천억 원 이상의 가격에 매각 가능성을 없앴으며, 공유재산의 출자 반환과정에서 사전 검토가 미흡해 과중한 법인세 부과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금전적으로도 마이너스였지만 공공의 영역에서도 손해가 컸다. 우선 '터미널 운영권'이라는 공공재가 사실상 롯데의 소유로 넘어갔다. 당시 인천시는 터미널 부지를 매각하면서 재정난 해소만 강조했을 뿐 터미널 운영 방안 등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

    인천교통공사가 안정적으로 터미널을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최근 고속버스터미널 부지 재개발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는 충북 청주시도 2016년 터미널을 매각하면서 '10년간 터미널을 유지한다'는 조건을 달고 계약해 그 기능을 이어갈 수 있게 한 것과 대조된다.

    3년 뒤 인천버스터미널을 인천교통공사가 운영할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롯데의 손에 달렸다. 민영화 이후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의 폐지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그 피해는 시민들이 입는다. 그러나 인천시나 인천교통공사도 별다른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책임 추궁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과 서해동 전 인천시 평가조정담당관 등 당시 인천시 정무직군들은 2016년 인천시의회 조사특위 증인으로 지정됐지만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그들은 불출석 사유로 당시 차기 지방선거를 앞둔 데다 터미널 매각과 관련한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천시는 최근 터미널 부지를 특별계회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기존 터미널 면적 7만 6702㎡ 중 법적 최소면적인 4862㎡ 이상만 확보하면 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즉 롯데가 터미널 부지를 재개발 하면서 지금보다 터미널 기능을 축소할 수 있는 단초를 준 것이다. 당시 국토교통부의 터미널은 주시설(자동차정류장)을 부지 면적 기준 50% 이상 유지하라는 지침에도 어긋났다.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박정숙(국민의힘‧비례) 위원은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터미널의 여객수송 기능뿐만 아니라 방역 관련 기능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공영 터미널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인천시가 이 점을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도 인천버스터미널을 둘러싼 특혜 의혹과 문제를 더이상 인천시가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송원 사무처장은 "인천시는 롯데와 임대 계약이 끝나는 3년 뒤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터미널을 둘러싼 의혹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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