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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번 들었다놨다 하는데…박스 손잡이 구멍 뚫는게 어렵나"



사건/사고

    "400번 들었다놨다 하는데…박스 손잡이 구멍 뚫는게 어렵나"

    마트노동자들 "올 추석에도 박스엔 손잡이가 없어"
    구멍 하나 뚫으면 되지만…'비용' 문제 사용주 난색
    노동자, 근골격계 질환 시달려…"가이드라인 필요"
    1년 전부터 요구했지만…'하겠다'던 정부는 하세월
    고용노동부 "연구용역 진행중…올해 안에 마무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 23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 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자에 손잡이용 구멍을 뚫어 사용하고 있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서민선 기자)

     

    "AI(인공지능), 무인계산기엔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하는 시대에 인간에겐 (박스에) 구멍 하나 뚫지 않는 이 상황에서 마트 노동자들과 우리 아이들은 무슨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합니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은 23일 서울지방 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외쳤다. 하루에 400번 넘게 박스를 들었다 놨다 하는데, 박스에 손잡이가 없어서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등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1년 전에 무거운 상자 들다가 골병들어 죽겠다고, 상자에 손잡이만이라도 만들어달라고 절박하게 호소했다"며 "그럼에도 올해 추석에도 상자에 손잡이는 설치되지 않았다. 상자손잡이 설치에만 1년이 넘게 걸리는 현실에 통탄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년 설 명절까지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달라"고 고용노동부에 촉구했다.

    지난해 마트노조에서 노동자 5천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마트노동자들은 1인당 최대 252개 박스를 하루에 403회 들었다 놨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근골격계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노동자는 56.3%로 나타났으며, 실제 병원치료를 받은 경험도 69.3%에 달한다고 한다.

    마트노조 전수찬 수석부위원장은 "노동부 장관이 작년 10월 국감에서 빠른 시일 내에 대형마트 상자 손잡이를 마련하겠다고 말한 후 무엇이 바뀌었나.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며 "장관이 말한 빠른 시일이 도대체 언제인가. 상자에 구멍 뚫어달라는 요구가 과한건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가 아프고 다쳐야 하는가. 노동자들이 죽어나는 상황에서 상자 손잡이 하나 못 뚫는 게 말이 되나"라며 "노동부는 즉각 마트 노동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노동자 건강과 안전을 위해 아무런 예방도 하지 않는 마트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 23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 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자 손잡이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서민선 기자)

     

    이들은 현행법에도 무거운 상자의 경우 손잡이를 달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마트 사용자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665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5kg 이상의 중량물을 들어올리는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손잡이를 붙이거나 갈고리, 진공빨판 등 적절한 보조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들은 "단순 반복 작업 및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을 위해 사용자는 예방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며 "노동부는 이를 감독하거나 조치하지도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자에 구멍 하나만 뚫으면 되지만, 사용자들은 비용 문제로 이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트노조 관계자는 "결국 비용이 문제다. 사업주들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데, 전향적으로 비용을 들이는 데에는 인색한 현실"이라며 "이들은 오히려 납품업체에 이를 요구하면 갑질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본다. 박스 생산 시부터 의무적으로 구멍을 뚫거나 손잡이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용역을 맡기는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마트노동자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겼다"며 "올해 안에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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