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쑹산공항 도착한 크라크 차관 (사진=대만 중앙통신사 홈페이지)
미·중 간에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17일 대만을 방문했다.
크라크 차관은 지난 1979년 미국과 대만의 단교 이후 40여 년 만에 대만을 방문한 미국 국무부 최고위 관리이다.
특히 중국이 군사·외교분야에서 대만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잇달아 고위 관리를 파견하면서 양국 간의 대립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크라크 차관이 이끄는 미국 국무부 대표단은 이날 오후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해 2박 3일간의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앞서 미 국무부는 16일(현지 시간) 크라크 차관이 오는 19일 진행될 고 리덩후이 전 대만 총통의 고별 예배에 참여하기 위해 대만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대만 외교부는 크라크 차관의 대만 방문 기간 동안 차이잉원 총통과 회담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중앙통신사는 당초 크라크 차관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대만이 경제 분야 협력방안을 폭넓게 논의하는 고위급 '경제·상업 대화'를 공식 발족시키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실무 준비 부족으로 성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리 전 총통의 추모 행사에 고위급 대표단을 정식으로 파견한 것은 대만을 중국의 위협에 맞서 '민주주의의 보루'로 규정하는 차이잉원 현 총통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대만을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일국양제를 주장하는 중국은 크라크 차관의 대만 방문에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크라크 차관의 대만 방문에 대해 "중국은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이미 미국 측에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중국군은 크라크 차관 일행의 대만 방문 직전인 전날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 안에 대잠초계기 두 대를 진입시키면서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만 외교부는 "미국 정부가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에 이어 또다시 고위급 관리를 파견한 것은 미국 정부가 대만과의 관계를 지속해 중시하고 대만을 굳게 지지하는 것으로 보여준다"고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