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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충격에, 다리 부러뜨리고…'소품' 전락한 촬영현장 동물들



사건/사고

    전기충격에, 다리 부러뜨리고…'소품' 전락한 촬영현장 동물들

    동물 촬영 경험 157명 대상 설문조사
    동물들, 촬영하다가 죽거나 다치기도…안전 지침 없어
    촬영 끝난 후, 입양·업체 재판매行
    "출연 동물에 관한 기준·관리체계 마련해야"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촬영 중 놀란 말을 멈추게 하려 전기충격기를 쓰고, 새가 멀리 날아가지 못하도록 다리를 부러뜨렸다. 모두 '촬영 현장'에서 동물에 가해진 폭력이다. 동물 촬영 경험이 있는 A씨는 "인간은 배우로, 동물은 소품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동물행동권 카라는 지난 6월 5일부터 28일까지 영화, 방송, 뉴미디어 종사자 1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출연 동물을 향한 폭력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촬영 현장에서 '이용'되는 동물들은 죽거나 다치기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촬영할 때 고의로 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한 것을 보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8%로 나타났다. '촬영 때 사고로 동물이 죽거나 다친 적이 있다'는 응답은 13%였다. 동물들은 높은 스트레스에도 노출된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9%)이 출연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밝혔다.

    촬영 현장에서는 비용 절감만이 고려될 뿐, 동물 생명에 대한 존중은 뒷전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이 직접 출연하는 대신, 컴퓨터그래픽(CG)으로 장면을 연출하는 안을 고려한 적이 '없다'는 응답(58%)이 있다는 응답(41%)을 앞섰다. CG를 고려하지 않은 이유로는 '예산 부족' 등을 꼽았다.

    최소한의 동물 안전을 위한 지침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이 국내 촬영 현장에서의 '출연 동물 환경'에 부정적 의견을 보였고, 출연동물의 안전이 위험하다는 의견(61%)이 안전하다는 반응(39%)을 앞섰다.

    동물 촬영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10명 중 6~7명(65%)은 '촬영할 때 가이드라인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침이 없다 보니 동물뿐 아니라 사람이 다치기도 한다. 응답자의 8%가 '출연 동물 때문에 다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위급 상황에 대비해 촬영 현장 근처에 있는 동물병원의 위치를 미리 파악한 경우는 20%에 그쳤다.

    (그래프=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촬영 현장에서 이용된 동물 대부분은 촬영 이후에도 '거래'됐다.

    '구매했거나 포획한' 동물을 촬영 후 어떻게 처리했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입양 보냈다'(22%), '업체에 되팔았다'(16%). '폐사(사망)했다'(3%)고 답했다. 동물이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는 응답은 8%였다. 카라는 상대적으로 소속이 분명한 반려동물과 달리 어류, 조류나 야생동물은 폐사나 방사, 재판매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동물을 섭외하는 경로로는 '동물 촬영 전문업체에서 대여'하는 경우(44%)가 가장 많았고, △'스태프나 지인의 반려동물을 섭외'(25%), △'동물단체, 커뮤니티에서 대여'(24%), △'펫샵에서 구매'(7%) 등이 뒤를 이었다. 동물 촬영 전문업체를 선정할 때 '동물의 전문성'(36%), 동물의 외모(22%) 등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출연 동물에 관한 기준과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미디어 종사자들은 동물 촬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출연 동물에 관한 엄격한 기준과 관리체계 마련'(33%) △'스태프 대상 동물권 교육 의무화'(23%) △'동물배우 가이드라인 제작 및 배포'(21%) △'동물 학대 처벌 강화'(11%) △'동물 출연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전환'(7%) 등을 꼽았다.

    출연 동물의 적정 촬영 시간은 '4시간 미만'이라는 응답(64%)이 가장 많았다. 동물의 안전을 위해 '동물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현장에 상주'(97%)하고, 수의사 및 동물 전문가를 배치(73%)하며, 촬영 전 출연진과 제작진의 충분한 시뮬레이션(69%)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안전한 대기 공간 마련 △출연 시간 및 자유 시간 분배 △동물 의상·장비·소품의 안정성 확인 △촬영 목적의 마취나 진정제 사용 금지 등도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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